마치 짙은 안개라도 낀 것처럼 황사가 몰아쳐 하루 종일 기승을 부렸다. 중국에서 날아온다는 황사, 한국의 남단이 이 정도인데 중국은 지금 얼마나 더 심할까? 그러고 보니 예년보다 부쩍 늘어나는 황사가 중국에서 급속히 진행되는 사막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얘길 어디선가 들은 적 있다.
결국 따지고 보면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훼손과 개발이 부메랑처럼 뜻밖의 환경재앙을 몰고온 것이 틀림없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얼마 전에 읽은 장 지오노의 이 책이 생각났다.
이 짧은 동화는 사람이 살 수 없을 만큼 척박했던 황무지를 낙원으로 만든 어느 노인 이야기다. 작가는 자신이 직접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이 동화를 썼다고 한다. 영화로도 제작되었고 12개 국어로 번역 소개된 인기 있는 동화다. 내용을 소개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화자인 '나'는 여행을 좋아하여 젊은 시절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는데, 어느 날은 해발 1300미터쯤이나 되는 높은 지대의 깊은 산골 마을을 방문하였다. 그곳은 잡초만 무성한 황무지였고 숯을 팔아 연명하는 마을 사람들의 인심도 흉흉하였다.
'나'는 외로이 양을 치고 있는 노인 한 분을 만나 그의 오두막집에서 하룻밤을 묵는다. 혼자 사는 노인은 과묵한 편이었으나 마을 사람들과는 달리 평화스러운 인상을 주는 사람이었다. 그는 양을 치면서도 틈틈이 허리춤에 매달고 다니는 자루에서 도토리를 꺼내 쇠막대기로 나무 심는 일을 하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노인은 많은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이 황무지 땅에 적당한 나무 씨앗을 계속하여 심어왔다고 했다.
주인공 '나'는 이후 전쟁이 터지자 5년 동안 참전하였고 그 노인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전쟁이 끝나고도 한참 뒤에 다시 그곳을 방문하였을 때, '나'는 11㎞나 되는 긴 떡갈나무 숲을 발견하고 경탄한다. 바로 그 노인이 10여 년 전에 심은 도토리들이 이토록 결실을 맺은 것이다. 매일 매일 변함 없이 나무를 심으며 숲을 가꾼 노인은 그 땅이 누구네 것인지는 개의치 않고 그 일을 계속 하였단다.
한쪽에서는 전쟁으로 온통 폐허를 만드는 인간들이 있었고, 다른 한쪽 구석에서는 외로이 매일 나무를 심는 노인이 있었던 것이다. 이 노인은 한때 단풍나무 1만 그루를 심었다가, 토질이 맞지 않아 전혀 싹이 나지 않는 쓰라린 실패도 맛보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나무를 심었고, 마침내 혼자서 황무지를 아름다운 낙원으로 가꾸어낸 것이다.
이 동화책은 눈앞의 이익과 단기적 성과, 편리만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어떠한 자세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삶의 중요한 지침을 제시해 주고 있다. 주인공은 이 이야기를 전하기에 앞서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다.
"세상 일이라는 것은 겉만 봐서는 모르는 거야. 특히 어떤 사람이 정말로 훌륭한 사람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일은 쉬운 게 아니지. 참으로 훌륭한 사람의 업적은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그 참다운 가치가 알려지는 법이란다.
내가 지금부터 얘기해주려고 하는 이 사람은 평생 동안 돈이나 명예를 바란 적이 한 번도 없었어. 그렇지만 이 사람이 이루어놓은 업적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고 후세 사람들에게 크나큰 은혜를 베풀었단다."
나무를 심은 사람
프레데릭 백 그림, 장 지오노 글, 햇살과나무꾼 옮김,
두레아이들,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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