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 '무력감' 예삿일 아니다

최원호의 <교육칼럼>

등록 2002.03.29 16:46수정 2002.03.29 17:41
0
원고료로 응원
한국교육개발원에서는 전국 중·고등 교사 1066명을 대상으로 한 '중등학교 교사의 생활과 문화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지난 22일 발표했다. 그 중에서 '교직생활을 하면 할수록 교사 스스로 무력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80.3%가 무력감을 느끼며, 37.3%가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며 37.9%는 교직을 떠나고 싶다고 답했다.

대다수의 직종이 안정적이지 못한 반면, 그래도 교직은 신분이 보장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응답자의 80% 이상이 무력감을 느낀다는 것은 교육붕괴를 가속화시킬 우려가 있다. 특히, 다른 직종에 비해 교직은 이제껏 선망과 존경의 대상으로 직업선호도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려온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설문결과를 비춰볼 때 최근 몇 년 사이 교사의 명예와 권위가 땅에 떨어질 지경에 이르렀음을 반증하는 것이니, 교사의 무력감은 결코 예삿일이 아니다.

이러한 때일수록 교권확보를 위한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교원 사기 진작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서 '왕따' 당하는 교육정책은 한낱 무용지물에 불과할 수 있다. 특히 교원집단행동을 낳게 하는 정책 부작용은 교직사회의 무력감만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지만, 이제 7.20 교육환경 개선사업과 더불어 교원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사회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불과 10여 년전, 학급당 50명 이상인 콩나물 교실과 같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교사가 열정과 의욕을 안고 학생들 앞에 당당히 설 수 있었던 것은 교육 여건이 우수하거나 보수가 높아서가 아니었다. 오로지 교직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인재를 키운다는 보람으로 교육열정을 불태워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한, 그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가치관이 한몫을 감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지난 교육현장의 풍토는 정보화사회 속에서 사라지면서 서로에 대한 무관심과 불신이 팽배한 사회로 변질되었다. 결국 이와 같은 여건 속에서 교직생활을 영위할수록 허탈감과 무력감에 빠져 생산적인 교직활동은커녕, 교직 그 자체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뿐인 것은 당연하다. 학생, 학부모와 학교장이 공교육 정상화에서 맡은 역할도 중요하겠지만, 근본적으로 '교사'에게 해결의 실마리가 걸린 만큼 교직사회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이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마틴 셀 리그만 교수의 '무력감 이론'에 의하면, 낙관과 비관의 차이는 실패에 대하여 변명하는 사람의 태도가 상반된다는 것이다. 교권실추의 현실을 비관적으로 문제의식만 제기할 것이 아니라, 교권을 확립하기 위한 낙관적인 입장에서 긍정적인 방향을 모색할 때 교사의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교사가 존경받는 사회적 분위기와 조직체제 가치관이 재정립되어야 한다. 교직에 대한 전문성 발휘와 개인특성에 따른 성취욕구를 향상시킬 수 있는 제도적 보상체계가 강화되어 개인과 조직체가 유기적으로 상호 작용하는 건전한 교직 사회를 구성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교직 특성상, 교사들이 소명의식을 갖고 그 역할을 성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와 성취욕구를 고취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준다면 학생들에게 미치는 파급효과도 그에 비례하여 높아질 것이다.


교직사회의 무력감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당장 학생들의 학습효과에서부터 부정적인 결과가 드러날 것이며, 교육에 대한 희망 역시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어떻게 무력감을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대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외부 환경적 변화에 앞서, 교사로서의 자긍심을 회복할 수 있는 개인의 심리상태가 긍정적으로 변할 때, 교직에 대한 새로운 보람과 긍지가 되살아나 무력감이 되레 무력해지고 생동감이 넘치는 교직사회가 될 것이라 기대해 본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3. 3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4. 4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5. 5 의대 증원 이유, 속내 드러낸 윤 대통령 발언 의대 증원 이유, 속내 드러낸 윤 대통령 발언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