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조퇴투쟁'이라니...

최원호의 <교육칼럼>

등록 2002.04.01 10:48수정 2002.04.0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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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 년 세월 속에 전교조의 합법화 쟁취를 위한 진통의 결과로 99년에 교원의 노동조합설립이 합법화되었으며, 교육발전에 기여한 일들은 오늘날 교단 민주화와 선진화에 초석이 되었다. 이들의 활동은 교사의 경제적·사회적 지위향상보다 참교육을 위한 굵직한 교육정책이나 교육과정에 대한 사항들을 논점으로, 교권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과 의미를 부여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그러나 전교조는 최근 들어, 국가기간산업에 해당하는 화력발전소의 해외 매각을 반대하는 발전산업노동조합의 투쟁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더욱이 정부가 발전산업사태의 수습을 위한 대화와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오는 4월 2일에 조합원중 학교 대표격인 분회장을 중심으로 집단행동을 강행하겠다고 나섬에 따라 교육계에까지 그 파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교조의 동조투쟁계획에 의하면, 오전수업을 마친 후, 조퇴를 하고 지역별로 진행되는 집회나 행사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또한 학생들의 조회, 종례시간과 관련교과 시간을 활용하여 이들의 정당성을 알리는 공동수업을 진행함으로써, 민주노총의 총파업투쟁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부모단체들은 전교조의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쟁에 동참하려는 차원의 조퇴투쟁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였으며, 필자 역시 학부모된 입장에서 이러한 전교조의 단체행동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총파업'이라는 말만 들어도 이제는 몸서리가 처질 지경인데, 더군다나 교사들이 교육 현안도 아닌 화력발전소 해외매각을 반대하는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참여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거시적 입장에서 나라가 바로서야 교육이 있고 또한 교육이 있어야 나라가 선다는 견지로 볼 때, 국가 산업의 중요성은 타당하다.

문제는 산업과 교육에 있어서 집단파업으로 파생되는 결과를 대처하는 방안이 현저히 다르다는 것이다. 전력이나 상품의 생산은 일시적 중단이나 지연이 초래될 때 엄청난 손실이 뒤따르지만, 다시 만회할 수 있는 계기는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입장에서 교육파업으로 수업중단 사태가 일어난다는 것은 아무런 대책이 없는 무책임한 일이다.

교사의 노조활동으로 정상적인 교육 행위가 중단된다면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가져다 줄 뿐만 아니라, 일부 교원들의 교권비하 행위로 전체교사들의 교육자적 이미지가 훼손된다면 교육의 황폐화만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교사에게 교육권이 있듯이 학생에게도 학습권이 있다. 그러므로, 교사가 수업을 거부할 수 있다는 교육권 행사로 인해 오히려 더 많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할 수 있음을 올바로 직시해야 한다. 일반노조에 비해 교원노조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만 있을 뿐, 단체행동권이 없는 근본적인 이유를 다시 한번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도대체 교육현실의 어떤 절박함 때문에 교사들이 조퇴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일까. 설마 교실에 전력공급이 중단될 우려 때문이라면 그 열정에 아이들은 감동할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교사의 용기(?)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학생들을 다시 생각하며, 그들 앞에 부끄럼 없이 당당히 설 수 있도록 사도의 자세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교원의 지위향상과 교원단체의 활성화를 위해서 학부모와 학생 모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근본적인 교육문제해결 과제를 위해 전교조가 앞장서야 할 때이다. 교사와 학교장이, 학생과 학부모가 변하고 급기야 교육부가 변할 수 있는 교육정책 대안제시로 승부를 걸어야 할 것이다. 참교육에 대한 열정을 다시 한 번 교육현장에 쏟아붓는 마음으로 조퇴투쟁을 중단하고 교원단체로서 전문적인 역할을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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