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복수혈전'

최원호의 <교육칼럼>

등록 2002.04.17 17:49수정 2002.04.1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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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후 2시40분쯤 서울의 모 중학교에서 3학년생이 동급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그 충격으로 해당학교가 3일간 휴교령을 내리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평소 피의자의 친구에게 상습적인 폭행과 괴롭힘을 가한 피해자가 또다시 친구를 폭행하자, 이에 격분한 나머지 집에서 가져온 흉기로 범행을 저질러 충격을 더하고 있다.

금년 들어, 크고 작은 학교폭력으로 구속된 학생수가 1/4분기에 762명에서 2/4분기 들어서는 지금까지 1121명으로 무려 47.1%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으니, 날이 갈수록 청소년 범죄가 심각해지고 있다. 남학생 못지 않은 여학생 폭력범죄 건수가 매년 높아지고, 연령별로 고등학생은 감소한 반면, 중학생이 증가한 것으로 보여져 점차 폭력범죄의 저연령화 추세임을 알 수 있다.

범죄유형도 폭력이나 강력 범죄로 이어지고, 범행동기 또한 우발적이고 충동적인 것에서 점차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범행대상도 주로 가출학생, 결손가정자녀, 중도탈락자가 주를 이루었으나, 이제는 평범한 가정의 자녀, 재학중이며 전혀 문제의식이 보여지지 않던 학생들마저 범죄를 일으키고 있어 학생지도의 새로운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요즘 청소년들은 공격적이고 단순하며 간섭받기 싫어하고 다분히 독단적이다. 충동적인 욕구 충족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심리적 특성을 보이며 잘못된 행동이나 범죄 행위에 대해서도 수치심이나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더욱 심각하다. 그러므로, 학교 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학생들의 공격적인 행위를 감소시킬 적절한 대책마련과 폭력을 유인하는 근원적인 행위를 차단시키기 위한 환경조성이 절실하다.

첫째, 공격행위의 모델인 대중매체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청소년들은 사회화 과정 속에서 관찰과 모방으로 사회적 행동을 학습한다. 특히 타인의 행위로 보상심리를 얻기도 하지만, TV나 영화 등의 폭력물에 반복적으로 장기간 노출될 경우 점점 폭력에 둔감해지고 정서적 흥분을 일으키게 된다. 특히 최근 들어 인터넷 게임을 통한 가상공간에서의 살상행위가 부정적 요인으로 크게 작용됨을 간과할 수 없다.

둘째, 부모의 지나친 간섭도 문제지만, 대체로 무관심이 문제 발생의 원인이다. 가족과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자녀의 심리적 갈등을 용돈으로 대신하려는 부모가 늘어나고 있다. 용돈도 중요하지만, 청소년들에게는 학교 및 일상 생활에 대하여 주변 친구들 이야기나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털어놓을 수 있는 대화채널이 필요하다.


셋째, 자녀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친구관계 유지를 위한 교육이 요구된다. 감정과 분노의 표출 방법도 개인적 성격이나 심리상태에 따라 다양하듯, 사춘기 청소년들의 감정 대립은 곧바로 행동으로 표현되기 십상이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부모의 올바른 이해와 아이들 스스로 감정을 다스릴 줄 아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친구간에도 피해를 끼쳤을 때에는, 잘못을 사과하고 용서를 비는 것이 용기 있는 행동임을 학교와 가정에서 가르쳐야 한다. 자기 반성과 더불어 상대를 용서하는 아량이 상대방에 대한 보복심리를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이를 계기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교사 및 학생들에 대한 정의감과 책임감을 심어주어야 한다. 이 사건의 목격자는 교사를 비롯해 30여 명이었음에도 이를 제지하기 위해 누구하나 선뜻 대항하지 못한 결과, 한 생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방조자나 다를 바 없다. 한 학급에서 일어나는 위기상황에서 교사의 대처능력과 학생들에게 의협심을 길러주는 강인한 정신교육이 요청된다.


2002학년도 공교육 내실화 대책 중 '폭력 없는 학교 만들기'를 추진 목표로 설정한 만큼, 더 이상 빗나간 의리 때문에 교실바닥이 피로 얼룩지는 반사회적 폭력의 희생은 없어야 한다. 자녀를, 안심하고 학교에 보낼 수 있도록 관계기관에서 적극적인 대처방법을 강구하여야 하며, 아울러 학교 폭력근절에 학생과 교사 및 학부모가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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