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맞으며 서 있던 과거1912년에 일본인에 의해 일본으로 반출되었다가 1915년 반송된 역사를 갖고 있는 법천사 지광국사 현묘탑은, 경복궁 건춘문 앞 동궁이 있던 자리인 총독부 박물관 앞 분수대의 중앙에 놓여 물을 뿜는 데 쓰였다. 이처럼 우리의 문화재는 한낱 일제의 노리개로 밖에 쓰이지 않았다.
권기봉
한편 탑신부에는 흥법사 진공대사탑과 같이 문고리가 달린 문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목조 건물을 모방한 예로, 그 안에 승려의 사리기 등이 안치되어 있음을 상징하는 것이리라. 특히 이 부도는 1912년에 일본인에 의해 일본으로 반출되었다가 1915년 반송된 것이어서 그 느낌 다른 부도와는 사뭇 다르다.
이와는 달리 8각 원당형이라는 공식에 잘 부합하는 부도도 있다. 역시 경복궁에 있는 전 흥법사 염거화상탑이 그것인데, 우리 나라 부도 중 눈으로 볼 수 있는 것 중에서는 가장 오래 전(신라 문성왕 6년인 844년에 만들어짐)에 만들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흥법사에서 가져온 것으로 믿고는 있지만 그 기원이 확실치 않은 이 부도는, 목조 건물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듯 탑신부 앞뒤에 각각 문짝을 달았고 나머지 면에는 사천왕상을 조각했다.
특히 옥개석의 윗부분엔 기왓골이 아주 선명하고 아랫부분에도 서까래를 표현하는 등 부도가 처음에는 목조 건물에서 유래했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전 흥법사 염거화상탑의 경우 기단부의 밑 부분과 상륜부가 소실되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