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있었던 '공포의 5분' 사건

태국 칸차나부리 변태사건

등록 2002.11.20 09:50수정 2002.11.20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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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강의 다리 입구 ⓒ 홍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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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강의 다리 ⓒ 홍경선



영화 '콰이 강의 다리'로 유명한 태국-미얀마 철도가 있는 칸차나부리(Kanchanaburi)는 태국에서 네 번째로 큰 태국서부의 주이다.

태국 북부역에서 남뚝행 열차를 타고 도착한 콰이강의 다리는 영화에서 본 것만큼 웅장하진 않았다. 한강다리 1/3크기의 다리 위를 걷다보면 다리 위에서 죽어간 수많은 연합군들의 피와 땀 냄새가 베어나는 듯했다. 한참 영화 내용을 감상하고 있었을까? 어느새 5시를 넘어버렸고 서둘려 방콕으로 돌아가기 위해 터미널로 향했다.

그때 뒤쪽에서 오토바이 한 대가 다가와 멈추더니 어디까지 가냐고 물었다. 기꺼이 터미널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그의 말을 믿고 친구와 함께 얻어 탔다. 한참 달리던 중 그가 자기 집에 가자면서 별로 멀지 않으니 밥이나 먹고 가라고 했다. 약 3km정도 더 달렸을까.

오토바이는 시내 근교의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멈췄다. 처음 와보는 태국 서민의 집. 자신은 이곳 관광 경찰이고 아내는 학교 선생, 큰딸은 방콕에 있는 대학에 다니며 막내딸은 내년에 장학생으로 의대에 들어간다고 한다. 또 한국인 친구들이 보내 주었다는 편지와 인사동, 이태원 등지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자신은 나쁜 사람이 아니니 걱정 말라고 한다.

집 마당에 나와 함께 맥주를 마시며 한국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 보니 참 착하고 친절한 태국인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시간이 흘러 노을이 질 무렵 학교에서 돌아온 부인이 저녁을 차려주었다. 태국에서 늘 먹던 볶음밥이었지만 그날따라 무척 맛있었다.

예의상 세 공기나 비운 후 맥주를 사러 나갔다.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길을 따라 어깨동무를 하고 아리랑을 부르며 흥에 겨워하는 그는 한국에 대해 참 많은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가게 앞 파라솔에 앉아 시원하게 맥주를 들이키던 중 문득 이곳 경찰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자기가 아는 어느 나쁜 경찰은 집에 관광객을 불러다놓고 자는 사이 몰래 자기 지갑을 관광객의 짐 속에 넣는다고 한다. 그리고는 다음날 관광객 짐 속에서 나온 지갑에 대해 추궁하며 돈을 뜯어낸다고 한다. 그런 경찰이 있는가 하면 자기처럼 한국인을 좋아하는 친절한 경찰도 있다며, 자기는 나쁜 경찰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는 이 사람. 그때까지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어느덧 밤이 되었고 오늘은 자기 집에서 자고 아침 일찍 가라는 그의 말에 술도 어느 정도 올랐겠다 흔쾌히 승낙했다. 잠시 후 잠자리까지 친절하게 깔아주던 그가 자기도 같이 자면 안되겠냐고 묻는다. 자기 부인은 알콜 알레르기가 있어서 옆에 있을 수가 없단다.

'아무 생각없이 그러라고 했지만, 아뿔사!' 이것이 엄청난 실수였을 줄이야. 친구는 바닥에서 자고 난 침대 위에서 그와 함께 자기로 했다. 새벽 5시에 알람을 맞춘 후 자리에 눕자 스르르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오랜 여행 끝에 피로가 누적된 것일까? 꿈나라를 이리저리 해메고 있을 무렵 문득 몸 안으로 스물스물 움직이는 무언가가 들어왔다.

처음에 가슴 꼭지부분에서 한참 맴돌던 움직임은 서서히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낯선 곳에서 야한 꿈을 꾸는 것인가. 하지만 왠지 찝찝했다. 능숙한 손놀림이 아랫도리에 와 닿는 순간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정신을 차려보니 몸 속의 움직임은 바로 옆에서 자고 있던 그사람의 손이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는 물음에 태국에선 정말 좋은 손님에겐 으레 선보이는 행동이라고 변명하는 그. 한국인은 이런 거 싫어한다면서 그냥 자자고 다시 누웠다.

얼마동안의 침묵이 흘렀을까? 똑딱똑딱 시계소리만이 정적을 깨고 있을 무렵 다시금 흐물흐물 몸 안을 기어다니는 손놀림. 이번엔 대놓고 아래로 향해 있었다. 그 사람의 손을 꽉 진체 'stop, please!'라 했다. 그러자 대뜸 'five minute only five minute, please'라며 속삭이는 것이다.

'아! 순간 잘못 걸렸다'는 느낌과 함께 아까 가게에서 그가 말한 나쁜 경찰 이야기가 떠올랐다. '젠장, 어떡해야 한다. 새벽1시에 여기서 재수 없다고 뿌리치고 일어나 버리면 과연 그가 어떻게 나올까? 아직 남은 일정도 빡빡한데 낯선 이국 땅에서 변을 당하는 건 아닌지.'

또 다시 아래로 미끄러지는 손놀림. '한번에 노리고 들어오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온몸이 가시 돋힌 듯 소름이 끼치기 시작했다. 지금 난 변태의 손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다. 뿌리치고 애원하기를 반복하고 있던 중 꾹 참고 아래서 자고 있던 친구가 일부로 헛기침을 해대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바로 눕는 그. 하지만 기침소리가 멈추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반복, 친구의 헛기침과 거세게 뿌리치는 내게 지쳤는지 갑자기 조용해졌다. 순간 피로가 확 밀려들기 시작했다. 나 역시 좀 전의 사건을 깜빡 잊은 채 잠이 들었을까? 조용하던 옆에서 '툭툭툭툭'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점점 빨라지는 소리와 함께 새어나오는 신음소리. '앗!' 이 변태같은 자식이 내 옆에서 자위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뜬눈으로 변태에게 시달리며 밤을 샌 채 날이 밝아오자마자 우린 서둘러 그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터벅터벅 축 져진 발걸음으로 밝아오는 칸차나부리의 시골길은 상쾌해 보였지만 적어도 내겐 이곳의 모든 것이 불쾌하기만 했다.

귓가에 맴도는 'ONLY FIVE MINUTE'을 뒤로한 채 방콕행 버스에 올랐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지난 겨울(2002년 1월 11일부터 2월 21일까지)에 다녀온 40일간의 동남아시아 7개국 배낭여행에서 겪은 사건입니다. (태국,캄보디아,베트남,라오스,미얀마,말레이시아,싱가폴)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지난 겨울(2002년 1월 11일부터 2월 21일까지)에 다녀온 40일간의 동남아시아 7개국 배낭여행에서 겪은 사건입니다. (태국,캄보디아,베트남,라오스,미얀마,말레이시아,싱가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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