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전설 '짐 모리슨'을 만나다

<유라시아 여행기> 프랑스 파리 '페르라셰즈 묘지'

등록 2002.12.06 18:02수정 2002.12.0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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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전설 '짐모리슨'

부모와 함께 한 뉴멕시코의 사막여행. 황량한 대지위에 피어오르는 뜨거운 열기는 이내 한 인디언 노인의 삶을 녹여버린다. 죽어가는 인디언의 건조한 눈빛을 바라보던 소년은 형언할 수 없는 충격을 받고 이후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된다. 삶과 죽음의 경계는 찰나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후 소년은 결국 살아선 이미 전설이 되었고 죽은 후 신화 속의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가 바로 1960년대 미국의 전설적인 그룹 'DOORS'의 리드싱어였던 짐 모리슨(본명: James Douglas Morrison)이다.

1943년 12월 8일 플로리다의 멜버른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결코 모범적인 소년은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타고난 독서광이었고 니체와 랭보에 심취했던 그는 이후 1965년말 레이만자렉과 기타리스트 로비 크리거, 드러머 존 덴스모어와 함께 그룹 '도어즈'를 결성했다.

도어스는 변혁의 몸부림으로 큰 통증을 느끼던 60년대의 분열상을 맨 앞에서 피부로 체험하던 당대 젊음의 프리즘이었다. 특히 그룹의 리더인 짐 모리슨(1943-1971)의 폭발하는 듯한 무대 매너와 시인으로 알려졌던 그의 천부적인 재능은 당시 젊은이들의 심정을 대변하기에 충분했다. 자유와 광기를 향한 무한한 날개짓, 그는 그 펄럭이는 날개짓을 음악을 통해 표현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무대는 때론 격하고 무질서해 광란의 도가니가 되곤 했다. 절대적 무아지경의 경지에 도달하고픈 한 인간의 꿈. 그것은 결국 죽음 뿐이었을까.

불행히도 그는 1971년 7월 3일 불과 2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파리의 어느 호텔 욕조 위에서 발견된 싸늘한 시신. 당시 경찰은 사인을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심장마비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깔끔했다는 그의 주검 때문에 자살이거나 정치적 음모의 희생양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어쨌거나 스스로 너무 빨리 살아버렸기에 오히려 신화가 되어버린 전설 속의 인물, 짐 모리슨. 그의 흔적을 우연히도 파리의 한 공원묘지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아니 어쩜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었을 수도 있다. 고요히 잠들고 있는 신화가 되어버린 한 사나이를 만나기 위한...

프랑스 파리 동부의 '페르라셰즈' 묘지.
쇼팽, 알퐁스 도테, 발자크, 오스카 와일드, 쇼팽, 로시니, 비제, 에디뜨 삐아프, 마리아 칼라스, 이브 몽땅, 이사도라 덩컨, 들라크로와, 모딜리아니, 앵그르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문화예술계의 거장들이 잠들어있는 곳이다.

파리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도 사랑 받고 있는 40헥타르 규모의 이 묘지에 짐 모리슨 역시 당당히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잠들어 있다. 그의 쉼터를 찾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입구에서 받은 묘지안내도에 따라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도어즈 최고의 히트곡 'LIGHT MY FIRE'의 경쾌한 리듬에 맞춰 발걸음을 띄엄띄엄 옮기다보니 어느새 그의 무덤 앞에 도착했다. 묘 자체는 화려하진 않았지만 아직도 그를 잊지 않고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있어 결코 초라해 보이지 않았다.

다른 곳보다 유달리 꽃이 많은 대리석으로 된 그의 묘지는 "사랑해요. 짐" 등의 문구가 씌어진 갖가지 색깔의 카드와 화환으로 뒤덮혀있었으며 누군가가 피워놓았는지 반쯤 타들어간 담배들이 올려져 있었다. 살아선 수많은 논란과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죽어선 끊임없는 추모의 열기를 몰고있는 짐 모리슨. 그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어린 시절 한 인디언 노인의 죽어가는 눈빛 속에서 죽음의 의미를 깨달았고 니체의 광기와 랭보의 자유로움을 몸소 느끼며 배워왔다. 그렇기에 그의 노래와 시는 삶과 죽음에 관한 것이 많았고 무대위에서의 광기는 거의 디오니소스적이었다. 섹스와 죽음에 심취된 초현실주의적 가사들, 외설과 과다 노출, 그리고 광기어린 그의 공연에 매료된 관객들은 그의 맹신도가 되어 그들만의 축제를 벌였다. 또한 자유에 대한 심한 목마름으로 갈증을 토해냈던 그의 노래는 마치 랭보의 삶과 시를 엿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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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RS

오늘도 세계곳곳에서 그를 추모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곳 '페르라셰즈 묘지'로 몰려들고 있다. 저마다 입에 담배를 문체 혹은 꽃 한송이를 든 채 도어즈의 히트곡들을 흥얼거리며 짐 모리슨과 함께 그들만의 축제를 벌인다고 한다. 어느 팬의 말대로 그는 죽었지만 그의 음악은 마음 속에 영원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우리 둘만의 축제를 벌인뒤 돌아서기전 귀에 꽂아 듣고있던 이어폰을 그의 묘지위에 살짝 얹어놓았다. 고요한 묘지 주변을 감싸듯이 흘러나오는 'DOORS' 노래 'THE END' 그 감미로운 마지막 선율을 선물로 남긴채 쓸쓸히 발걸음을 옮겼다.

This is the end
Beautiful friend
This is the end
My only friend, the end

It hurts to set you free
But you'll never follow me
The end of laughter and soft lies
The end of nights we tried to die

This is the end

-DOORS의 "The end" 中에서


덧붙이는 글 | 2002년 여름 유럽여행 도중 프랑스 파리에서의 추억입니다.

덧붙이는 글 2002년 여름 유럽여행 도중 프랑스 파리에서의 추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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