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질, 아무나 하는 거 아닙니다

화목 장만하기(2)

등록 2002.12.08 16:36수정 2002.12.0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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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으로 쓰기 위해서는 엔진톱으로 잘라낸 나무들을 도끼로 쪼개놓아야 합니다. 아이 손목만한 굵기라면 그냥 태워도 괜찮지만 지름이 10센티를 넘어가는 나무들은 도끼로 패어두는 편이 속까지 말리기가 좋고 불에도 잘 탑니다.


공장이나 작업실에서 쓰는 커다란 철판 난로라면 그런 나무라도 던져 넣는대로 말끔히 타겠지만, 대체로 집안의 벽난로나 화목난로에는 너무 굵은 나무들은 잘 타지를 않습니다.

도끼는 만원 정도하는데, 자루가 섬유질이 질긴 물푸레나무로 된 것을 쓰고, 날은 조선도끼날을 씁니다. 도끼가 오래 되면, 주로 자루가 부러지거나 머리가 잘 빠지게 되는데, 그럴 경우 도끼 머리를 끼울 때 고무끈 같은 것을 끼워두면 좋습니다.

어떤 분은 자루가 쇠로 되고 날도 면도할 정도로 예리한 서양 도끼를 사기도 하는데, 장작을 팰 때는 이런 날이 예리한 도끼들은 나무에 깊이 박혀 여간 애를 먹지 않지요. 그래서 날이 좀 무디지만 무게가 나가는 조선도끼여야 합니다.

처음 도끼질을 해보니,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습니다.
힘껏 내리친 도끼는 겨우 나무 껍질을 벗기기 일쑤였고, 보기 좋게 두쪽으로 갈라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지름이 15센티 정도 되는 나무토막은 산산조각이 나 이리저리 날아가 흔적도 보이지 않고, 모처럼 한가운데를 찍노라면 도끼날이 박혀 두세 번 내리치고 손으로 잡아 뜯어야 했지요.

영화에서 이대근씨가 할 때는 그리 쉽게 보였는데,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한참을 헤맨 끝에 겨우 영화처럼 장작을 쪼개게 되었는데, 그 요령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나무를 바닥에 뉘우지 말고, 세워야 합니다.
나무는 죽어서도 자존심이 있는지 살았을 때처럼 바로 세워야 합니다. 그래서 나무토막은 길어도 30센티를 넘기지 말아야 합니다. 나무를 세우고는 도끼를 머리 위로 치켜들고 단숨에 내리찍어야 하는데, 나무에 찍히는 순간 손목이 돌아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손목이 돌아가면 도끼날도 돌아가 장작을 가느다란 이쑤시개처럼 잘라내기 쉬우니까요.

굵기가 가느다란 나무의 복판을 내리치기가 어려울 때는, 도끼자루를 짧게 잡는 게 좋습니다. 20센티 이상의 지름을 가진 굵은 나무들은 둘로 쪼개고, 다시 둘로 쪼개어 사등분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도끼질을 할 때는 무엇보다 주변을 주의해야 합니다. 꼭 도끼질할 때면 옆에 쪼그리고 앉아 구경하는 사람이 있는 법입니다. 뒤에 서 있는 아내를 비키게 하고, 옆에서 구경하는 아이도 피하도록 합니다. 바짝 마른 장작은 도끼날을 맞는 순간, 생각보다 멀리 튀어 날아가기도 하니까요.

엔진톱으로 잘라놓았다면 도끼질은 시간이 날 때마다 아침운동 삼아 조금씩 하는 것이 좋습니다. 날 잡아서 하루에 해치우려다가는 몸살이 나기 십상입니다. 저는 도끼질을 해 보고서야, 영화에서 이대근씨가 손바닥에 침 뱉어가며 도끼질을 하고서도, "마님" 어쩌구 하는 힘이 남아 있다는 게 참 신기하더군요.

도끼질은 도끼날이 자꾸 옆으로 돌아가고, 장작이 시원스레 쪼개지지 않는다면 힘이 다한 것이니 그만두는 편이 좋겠습니다. 항상 연장을 다룰 때는 힘이 빠졌을 때 다치거나 사고가 나는 법이니까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이제 도끼질이 끝나셨습니까?
그러면 그것을 추녀 밑이나 광에다 차곡차곡 쌓아두는데, 껍질 부분이 밑으로 가고, 흰 속부분이 위로 올라가도록 쌓습니다. 당장 쓰실 것은 일정량을 현관 안에 쟁겨두면 얼리지 않고, 손쉽게 사용할 수가 있습니다.

구슬땀이 흐르고, 두 손이 얼얼하겠지만 그래도 차곡차곡 쌓인 장작더미를 보면 가슴이 뿌듯하시지요? 쌀가마가 있고, 장작더미만 쌓여 있으면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는 옛말을 실감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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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면 광대울에서, 텃밭을 일구며 틈이 나면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http://sigo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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