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수염꽃임소혁
"선생님, 이거 집사람이 준비한 겁니다."
장군은 내 손에 쇼핑백을 쥐어주었다.
"선생님, 전 선물은 미처 준비하지 못하고 오늘 새벽에 일어나 편지를 썼습니다. 읽어보시면 아마 필체가 선생님과 비슷할 겁니다. 학교 다닐 때 선생님 필체가 하도 멋있게 보여서 그대로 많이 연습했거든요."
그들과 작별한 후, 버스에 올라 편지를 펼쳤다.
"봄비 소리를 들으며 필을 들었습니다. 아침 이른 시간에 이렇게 기분 좋게 어떤 일에 몰두할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선생님에 대한 그리움 때문입니다 ……."
영락없는 내 필체였다. 온몸이 오싹했다.
"제자는 스승의 모든 걸 배운다."
"쪽에서 나온 푸른 물감이 쪽보다 더 푸르다."
집 앞 어두운 계단을 오르면서 더욱 묵직한 부끄러움이 나를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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