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언
- 예전과 달리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
"다르다. 예전에는 성형수술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12월 22일 이후에는 5천에서 1억만 돈이 모아지면, 로또가 당첨되면 얼굴을 갈 생각이다. 매우 불편하다.
그 전에는 사람들이 알아보면 신나 했었다. 애들부터 할머니까지 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거의 다 전폭적인 지지층이었다. 그런데 이제 반쯤은 떨어져 나갔다. 제가 한 행위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생긴 것이다.
싫어하는 사람이 생겨서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저 놈은 이렇고 이런 사람이니까 이럴 거야'라는 식으로 저를 덧씌어서 바라보는 것이 불편하다. 저는 아무렇지도 않은 놈이다.
예전에 그냥 유명한 웃기는 못된 역 하는 배우였을 때는 지방가면 사람들이 좋아했다. 그런데 지금은 더 다르게 본다. 어떻게 하겠는가. 저지른 일인데. 유쾌하지만은 않다."
- 그간 인터뷰를 많이 삼갔는데
"제가 그간 인터뷰를 안 했다. 더구나 제가 종이매체들과의 관계가 있고 언론과 관련해 제가 공부하는 중이기 때문에 인터뷰를 삼갔다.
방송매체에서 대중적, 선정적 방향 때문에 개인적으로 피해를 봤다. 예를 들면 <박하사탕> 개봉시 설경구가 어느 연예프로그램에도 출연하지 못했다. 영화 개봉시 주인공이 <이소라의 프로포즈>에 출연해 노래부르지 않고 개봉하는 경우가 없다. 그런데 <박하사탕> 때 설경구는 어느 데스크에서도 부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 이후 <연예가 중계>를 비롯해서 연예프로그램에 무슨 스크린쿼터에 관한 인터뷰라도 거절하고 안 했다.
그런데 이제 적극적으로 할 생각이다. 이미 저에 대한 평가는 제가 아무리 설명을 해도 나름대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별수 없다."
- 설경구가 방송에 나가고 싶어했는데 못 나간 것인가?
"제작사 측에서 하는 일이 홍보하는 일 아닌가? 영화 홍보할 때 <이소라의 프로포즈> <연예가 중계> 이런 방송 매체에 프로그램 세팅을 한다. 방송기자나 PD측에서는 하려고 해도 데스크에서 재미가 없으니까 안한 것이다. 유명하지 않은 배우가 나오는데 누가 재미있어 하는가? 그러더니 <오아시스> 때는 데려가려고 난리가 났다."
- 설경구씨를 방송 오락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별로 없는데.
"꽤 비쳤다. 더구나 지방 관객들은 TV에서 홍보가 안 되는 영화는 전혀 보지 않는다. 지방의 대중매체 수용도가 굉장하다. 그래서 영화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심각하다.
영화제작자 입장에서, 연극할 때도 마찬가지지만, 신문에서 안 써주면 관객에게 정보를 전달할 방법이 없다. 인터넷 매체도 연극 쪽에서는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시도하려고 해도 잘 안 된다.
제가 연극 제작, 기획을 해봤고 더군다나 광고쟁이 생활도 했고, 시장 접근방법에 대해서 나름대로 먹고살았던 놈이기 때문에 진짜 부탁을 드린다. 영화는 산업인 동시에 예술이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지 가지고 놀기가 좋지만 연극은 산업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키워주지 않으면 안 된다."
- 몇 년만에 무대에 다시 서는가?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 이후 5년만이다. 일 년에 한 번씩은 무대에 섰는데 <박하사탕>때부터 무대에 못 섰다. 연극을 하려면 최소한 공연 두 달, 앞 뒤 빼면 서너 달은 다른 것은 못한다. 그러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하고싶은데 못했다."
- 노사모 활동에 관해서.
"노사모 회원인데 회원이 접고 말고 할 것 있는가? 찌라시 신문들이 노사모 어쩌고 저쩌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나본데 사이버상의 모임이기 때문에 그냥 있는 것이다. 단지 회원들의 시각 차에 따라, 어떤 사람은 해체하고 없어지자, 다른 사람은 사이버상에서 놀면서 본래의 마음을 가꾸어나가자 하는 논의들이 나오는 것이다. 인터넷 모임이기 때문에 통제가 불가능하고 자발적이기 때문에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어느 개인이, 예를 들어 제가 한때 2년간이나 회장을 했다고 해서 노사모의 성격이나 현재 입장을 설명할 입장도 안되고 설명할 방법도 없다. 다 자발적이고 계층도 다른 조직이라서 그렇다. 각성한 개인들의 느슨한 연대라는 표현이 노사모 회원들이 자주 쓰는 표현인데 이것이 정확하다. 느슨한 연대이기 때문에 방법이 없다."
- 정치적, 사회적 문제에 참여하는 자신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는가?
"제가 어떤 특정한 정치인을 지지활동 한 것이 주목을 받았다. 연예인이기 때문에 유명한 사람이 했기 때문에 그랬다. 거기까지 이해가 된다. 그렇게 했다고 해서 그 정치인을 지지한 사람이 한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든지 아니면 그 정치시스템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잘못됐다. 다들 그렇게 본다.
저도 국민의 한사람이니까 정치적인 행위나 발언을 할 수 있고 한 것이다. 정치적인 것에 대해 발언이나 행동을 하면 이상하고 더럽게 보는 시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그것이 많이 깨진 것 같다. 참여하는 분위기가 일어났다.
누가 나의 이미지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한쪽에만 잘못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어떤 동인을 제공했다고 봐진다. 제가 애초에 안 했으면 안 그랬겠죠.
짜증나고 답답한 얘기지만 가까운 친구 연예들이나 유명 배우들 중에서 '같이 하자' 했을 때 '나는 그런 것 안해' 하는 연예인들 욕했다. 그 친구들 지금 이미지도 좋고 돈도 잘 번다. 자기 할 노릇 다하고 숨어서 투표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외국처럼 그 친구들이 사회적 문제에 더 발언하고 더 참여하고 더 활동하면 잘 깨닫지 못하는 수많은 대중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텐데 아쉽다.
정치에 관여하거나 느낌을 갖는 것을 백안시하고 더럽게 여기는 사회 풍토에서 저를 그렇게 보는 것도 아마 당연할 것이다. 이문열 같은 지성까지도 대선 직전 제 이름을 직시하지는 않았지만 누가 봐도 저라는 것을 알 수 있게 '저들이 이제 제도권으로 진입해서 폭력을 휘두를 것이다' 뭐 이런 엇나간 예측을 하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