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국 끓여드세요김규환
1. 봄나물이 사람에게
<쑥>
숫제 쑥은 왜 쑥쑥 자라는 겁니까? 지구가 멸망해도 마지막까지 쑥은 살아남을지도 모르는 끈덕진 식물입니다. '쑥대밭' 되었다고 하면 사람들은 황량한 들에 쑥 밖에 자라지 못할 폐허에 가까운 땅쯤으로 여깁니다.
"아따 이 사람아, 뭔 소리여! 다 우리도 쓸모가 있응께 그런 소리 하덜 말더라고."
쑥대님 들으셨군요? 저 혼자서 해본 소리를 가지고 너무 과민반응 하시네요. 말씀해 보시죠.
"시장에 한 번 가보소. 봄 내음이 나지 않은가? 자네부터 맨날 입맛이 쓰다고 투정이잖은가? 내 그 마음 알겄네만 집안에만 있지 말고 봄기운을 취하게. 입 속이 쓰면 쓴 걸로 다스려 보게나. 금방 입맛을 되찾을 수 있단 말이시~"
어르신 근데 쑥을 캐려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
"지금 남부지방은 섬이든 어디든 지천일세. 도로변만 피해서 논둑이고 밭둑이고 간에 양지바른 곳이면 쉬 만날 수 있어. 달래도 몇 개 보이더만…. 땅덩어리가 작은께 이번 주말이면 아쉬운대로 캘 수 있을 거야."
알겠구요. 쑥을 캐와도 씁쓸한 맛에 영 구미가 당기지 않는단 말씀입니다.
"그러면 이 할미가 몇가지 가르쳐 주지. 된장국 끓일 때는 무를 쳐서 넣거나 요즘 철인 제주 감자를 넣고 먼저 국을 끓여. 다음에 막판 파 넣기 1분전에 적당한 양을 넣어서 먹어봐. 그러면 씹히는 맛도 있고 향도 대단하다네."
"아참 빠뜨릴 뻔 했구만. 진달래꽃이 곧 나오니 화전(花煎) 붙일 때 같이 모양도 내고 한 번 넣어 봐 괜찮을 거야."
가르침 감사합니다. 부탁하나 드리겠습니다. 아이 소풍 갈 때까지 그 보드라운 맘씨 변치 마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해강이 솔강이 흰떡에 쑥물들이고 팥고물 넣어 '반달떡' 만들어 주거든요.
"염려 말게나. 내 비록 쓰다고 고약한 사람 취급받고 따돌림당하지만 자네 말은 들어 줄 거구만. 정 못 믿겠거든 냉동실에 잘 싸서 넣어두게나. 그럼 1년 내내 긴요하게 쓸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