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그리고 음악 3

[나의승의 음악이야기⑬]

등록 2003.04.11 23:48수정 2003.04.1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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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다섯 살 먹은 영어선생님 '조'는 뉴질랜드에서 왔다. '크리스'는 캐나다에서 온 영어선생님이다. 어느 날 '조'와 '크리스'는 '마오 쩌뚱'과 '체 게바라'의 사진을 박은 티셔츠를 입고 거리와 카페를 드나들고 있었다.

나의승
사진을 찍으려고 했을 때, I'm socialist!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서투른 한국말로 "우리 전쟁 반대해요"라고 덧붙인다. 사실 사회주의자와 전쟁과는 아무 관계도 없다.


그렇지만 그들은 요즘 같은 한국의 분위기에 살면서 뭔가를 보이고 싶었을 것이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그것은 자연스럽다. 한편으로는 그들이 부럽기도 했다.

우리는 분단된 조국을 가졌고, 누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빨치산들에게 잃고, 누구는 아버지를 경찰에게 잃고, 그런 역사를 가진 우리는 선후배가 되고 친구가 되어 자라났다. 게다가 요즘은 어떤 소설의 제목처럼 <너무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국제 사회에서, 반도체와 전자제품과 네모 반듯한 콘크리트건물들 밖에는 아무것도 없는 사회로, 깊이 없는 졸부사회로, 무시당해오던 80년대에 사회주의라는 말을 입밖에 냈다면, 북한사회에 동조한 죄로 감옥에 가야 했을 것이다. 지금은 변화되어서 다행이다. 그러한 시기들이 역사책에 문화적 암흑기로 기록될까 두렵다.

'체 게바라'의 얘기로 돌아가 보자.

'뚜빡 아마루'는 안데스 산맥의 의적이었다고 한다. 스페인 정복군은 그를 총살시키고도 모자라 몸을 분해해서 산에 버렸다. 그런 일 이후로 '뚜빡 아마루'는 해발 5천 미터가 넘는 안데스산맥을 넘나드는 '콘도르'가 되어, 그곳 민중의 수호영령으로 민중들을 보호해준다는 전설 속의 인물이 되었다. El Condor Pasa라는 노래는 알고 보면 '뚜빡 아마루'의 노래다.


'체 게바라'는 중남미 민중들에게 '뚜빡 아마루'와 비슷한 성격의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사회주의 혁명전쟁 이후의 쿠바에서 장관을 지냈지만, 그의 본분은 '게릴라'임을 주장하고, 게릴라의 삶을 살다가 '볼리비아'에서 세상을 떠난 사람이다.

Hasta Siempre 아스따 씨엠쁘레(영원토록)라는 '쿠바'의 노래는 그에게 바쳐진 노래다. 이제는 너무 잘 알려져서 여러 음악인들의 연주로 들을 수 있지만, 여기 소개 해보는 두 곡의 음악은 '까를로스 뿌에블라(쿠바)'의 노래와 '솔레닷 브라보(베네수엘라)'의 노래다.


'뿌에블라'의 음악은 전형적인 '아프로 큐반'의 경쾌한, '볼레로'의 박자와 분위기를 담고 있다. '솔레닷 브라보'는 고즈넉하고 느리게, 기타 한 대와 목소리 하나로 노래하고 있다.

"당신은 잊지 못하리 사령관 체 게바라를…"(가사의 일부분)

'솔레닷 브라보(베네수엘라)'(왼쪽)와 '까를로스 뿌에블라(쿠바)'(오른쪽)의 앨범 자켓.
'솔레닷 브라보(베네수엘라)'(왼쪽)와 '까를로스 뿌에블라(쿠바)'(오른쪽)의 앨범 자켓.나의승
필자는 유난하게도 그 부분이 귓속에 남아 잘 사라지지 않는 것을 느낀다. 빠르거나 늦거나 상관없이 슬프고 호소력이 있는 노래다.

이 세상 어디에서든 나쁜 일이 또 다시 일어난다면, 게바라와 같은 사람은 나올 것이고, 이런 노래가 세상에서 또 만들어지고 불리우게 될 것이다. 그런 사실은 이제 인류역사의 수학공식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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