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해외공연 자료오디뮤지컬
- <그리스>와 달리 <록키 호러 쇼>는 대중적이 아닌 컬트적인 뮤지컬임에도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시켰다
"대중적이라는 것은 문화 코드를 말하는 것이다. 내가 <록키 호러 쇼>를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시켜놓으니까 욕을 굉장히 많이 먹었다. 그 작품은 굉장히 컬트적인 작품인데 왜 이렇게 대중적으로 풀어났냐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 작품이 가지고 있는 컬트적인 요소를 빠뜨리지 않았다. 복장 도착증적이고 트랜스섹슈얼하고 어떤 성적인 것, 음란하면 음란할 수 있는 소재들, 사람 먹는 엽기적인 것, 이런 것을 그대로 살려 났는데 그게 시대가 바뀌니까 더 이상 컬트가 아닌 것이다. 1970년대는 그게 컬트였는데.
70년대가 어떤 세상인가? 우리 나라에서 미니스커트 길이 재고, 지나가는 남자들 잡아다 머리카락 잘라 버리던 시대이다. 그 시대에 나왔으니 컬트적일 수 밖에 없는데 지금 2003년에 복장 도착증적이고 트랜스섹슈얼한 것이 무슨 컬트가 되겠는가? 하나의 문화 코드인데. 그러니까 <록키 호러 쇼>가 가지고 있는 컬트적인 것이 지금 사실은 트랜드이다. 그래서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 그렇게 본다면 <그리스>는 시대에 뒤떨어진 맛이 있는데?
" <그리스>라는 작품은 너무 복고적이다. 현재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은 요즘 영화의 추세도 그렇고, 연극도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제 작품 중에서 작품성에서 성공한 작품이라고 남들이 말하는 작품은 거적을 썼다. 관객이 들지 않는다. 세상이 뒤숭숭하니까 공연장까지 와서 뒤숭숭해지고 싶어하지 않는다.
일시적이나마 한시간 반, 두 시간 동안 <그리스>라는 작품을 통해서 마음의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고.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청춘의 심볼 같은 <그리스>를 보면서 관객들이 내가 힘들고 어려워도 나도 저런 청춘의 시절이 있었다. 이런 기분전환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 신인배우들 많이 쓰는데 이 친구들이 <그리스>라는 작품을 통해서 탁, 탁, 튀어서 아주 좋은 배우들이 됐으면 좋겠다."
- 대부분의 배우들을 오디션을 통해 신인들로 뽑았다. 배우들에 대한 만족하는가?
"물론 신인들은 춤도 안되고, 노래도 안되고 어설프기 짝이 없다. 그렇지만 가능성이 있다. 뮤지컬이라는 것, 연기라는 것도 어떤 트랜드가 있다. 기존에 많이 해보지 않은 애들이 받아들이는 것이 빠르다. 자기가 갖은 것이 없기 때문에 버릴 것이 없다. 어떤 면으로 봤을 때 연출자가 만들기는 쉽다. 다 일장일단이 있다. 지금 캐스팅에 100%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작비라던가 여러 가지 여건이라던가 굉장히 골치 아픈 상황을 종합해 보았을 때 90%는 만족한다."
- 이 작품에서 특별히 호감가는 배역이 있나?
"'리조'라는 역할을 좋아한다. 그 당시 현실로 말한다면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양아치 여자애다. 양아치 짱으로 고등학생 주제에 담배피고, 술 마시고, 남자친구랑 할 것 다하고 한다. '리조'가 나중에 자기 노래를 혼자 부르는 장면이 있다.
'자기가 이렇게 망가졌고. 자기 인생은 남들이 손가락질하는 걸레 같은 삶이 됐다. 그렇지만 나도 꿈꾼다. 좋은 남자 만나고, 좋은데 시집가고…'
조금 빗나간 청소년들도 자기가 착하지 못 한 것에 대해서 회의를 느낀다. 그런 슬픈 노래가 있다. 그런데 내가 이번에 가사를 완전히 바꿔 버렸다.
고등학생들이 양아치던 간에, 학교에서 왕따던 간에 무슨 걸레짓을 하고 있던 간에 자기가 가지고 있는 인생에 대한 확고한 비전이 있으면 청소년기에 후회할 것이 없다. 단지 깊게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것에 대해서 나중에 후회할지는 모르겠지만. 자기가 어린 나이지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 과정에서 어떤 실수를 하던 이런 것은 인생의 경험과 토양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문제아들을 부모들이나 학교에서 막 쪼아된다. 그건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 걔네들도 분명히 다른 능력이 있고 재주가 있다. 학교의 열등생이 밖에서 우등생이 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리조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내가 선택한 삶에 남들이 손가락질해도 난 절대지지 않을 거야.'하고 아예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