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딧줄의 글쓰기 실력은 일기 덕분

박철의 <느릿느릿이야기>

등록 2003.06.26 21:13수정 2003.06.27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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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작년 여름휴가 중.  경강역 앞에서.

작년 여름휴가 중. 경강역 앞에서. ⓒ 느릿느릿 박철


우리 집에 첫 아들로 태어난 아딧줄은 어려서부터 밥 잘 먹고 쑥쑥 자라주었다. 이름이 ‘아딧줄’이라고 하니까 사람들이 ‘아딧줄’이란 이름이 궁금한 모양이다.


아내와 나는 신학교 시절 동문으로 만나 졸업과 동시에 결혼을 했다. 결혼이 좀 늦은 편이었다. 신학교를 졸업했지만, 막상 오라고 하는 교회는 없었다. 아내는 직장을 갖고 있었고 나는 룸펜이었다.

서울 어느 교회에서 교육전도사를 하고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냈다. 그런 생활을 꼭 1년을 했다. 이따금 민통련 사무실을 왔다 갔다 하는 일 외에는 하릴없이 구들장 신세를 졌다.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였다. 밥 먹고 시간외에 책에 매달려 지냈다. 그런대로 지낼 만 했다. 그때 가장 재밌게 읽은 책이 황석영의 <장길산>이었다. <장길산>이야 워낙 유명한 소설이었으므로 설명은 생략하겠다. 그 책에 자주 나오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아딧줄’이라는 것이었다.

나의 일기 쓰기

나는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일기를 쓰게 되었다. 2학년 때는 담임 선생님이 일기를 검사하시면서, 아빠가 내 일기에 조그맣게 아빠의 생각을 쓰신 것을 보시고 우리 반 전부 그렇게 하도록 권유도 하셨다.

2학년 때까지 깍두기 공책에 한 자 한 자 정성을 들여서 쓰다가 3학년이 되면서 일기 쓰는 것이 귀찮아졌다. 하지만 선생님과 부모님 때문이라도 억지로라도 일기를 썼다.

많이 밀려서 한 번에 쓴 적도 있었고, 쓸 내용이 없어서 정말 엉뚱한 내용을 일기에 쓴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억지라도 일기를 쓴 것이 지금 글짓기를 하는데도 수월하고 상도 받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

아빠는 일기를 쓰면서 나의 느낌을 쓰라고 강조하셨다. 그래서 내가 글짓기나 독서 감상문을 한 것을 보면, 나의 느낌이 참 많이 들어가 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앞으로도 일기를 계속 쓸 생각이다. 나중에 커서 일기를 보면서 나는 어린 시절 추억을 죽을 때까지 간직할 것이다.
‘아딧줄’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눈에 확 들어왔다. 아딧줄이란 뜻은 황포돛배의 방향 줄이다. 아딧줄을 당기고 늦추고 해서 배의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나와 아내의 합의에 의해 앞으로 아들을 낳으면 이름을 아딧줄이라고 하자고 결정했다. 아들 이름을 아딧줄로 하기로 한 것은 당시의 상황하고도 연관이 있었다.


그로부터 꼭 3년 뒤에 아딧줄이 태어났다. 나도 장남이고 아딧줄도 장남인 셈이었다. 아딧줄은 어려서부터 책읽기를 좋아했다. 많은 양의 책을 읽었다. 7살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다 쓰고 나면 꼭 코멘트를 해주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였다. 일기를 쓰기 좋아하는 애들이 있을까? 그래도 일기를 꼭 쓰게 했다. 아딧줄 초등학교 2학년 때 일기 한 토막을 소개하겠다.


“오늘 축구를 했다. 우리 팀은 나, 선의, 규현이, 정훈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후반전에 있었던 일이다. 규현이가 갑자기 우리 팀에 골을 넣는 것이었다. 좀 있으면 규현이가 괜찮아 지겠지?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규현이가 계속 자살골을 넣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규현이와 한바탕 싸움을 하게 되었다. 규현이가 먼저 내게 미안하다고 했다. 나도 내일 규현이한테 사과해야겠다.”(1996.3.13)

“아딧줄의 일기 중 축구이야기가 많은데 오늘 이야기가 훨씬 실감이 난다. 좀더 내 속에 있는 생각을 끄집어 내어 일기에 적도록 해라. 일기를 통해서 내 생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해도 보다 생생하고 실감나게 표현하여 살아있는 글이 되도록 써 보거라. (아빠)”


a 박아딧줄. 강화문예회관 앞에서.

박아딧줄. 강화문예회관 앞에서. ⓒ 느릿느릿 박철

일기 덕분에 아딧줄의 글 솜씨는 날로 향상되었다. 초등학교시절, 글쓰기와 관련된 대회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심사위원들의 가장 두드러진 평가는 글의 논리가 딱 부러진다는 것이었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마찬가지였다. 매번 학교 대표로 나간다. 지금은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가 되었다.

오늘도 나의 주장대회에 학교대표로 나갔다. 예선에 통과하여 본 대회에 나가게 된 것이다. 아딧줄의 원고를 보고 어떨 때는 나도 깜짝 놀란다. 아래 원고는 한 시간도 안 걸려 쓴 것이다. 아딧줄의 시국관이 명확하게 보여 진다.

아들 자랑이 팔불출이라 했던가? 아들 자랑해서 못난 아비가 된다면 그게 무슨 대수인가? 선생님이 출장을 가셔서 아내가 대신 아딧줄을 데리고 강화로 나갔다. 입상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 아들 녀석의 글 한 줄에서 나는 아딧줄 이름 그대로 이 가뭇한 시대, 한줄기 희망을 본다. 그게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망향단 넘어 북녘을 바라보며
통일 안보 글쓰기 대회 원고

▲ 나의 주장 발표대회에서

여러분, 북한과의 통일에 대해 한번 쯤 생각해 보셨습니까?

얼마 전에 끝났던 이라크전 이전에 미국은 ‘악의축 발언’으로 다른 나라에게 비난을 받고 다른 나라의 반대도 무릅쓰고 하였던 이라크전 이후, ‘다음 전쟁의 대상이 북한이다’라는 말에 우리나라에 두려움을 주었는데, 이번 북한과의 회담 이후 북한과의 핵무기 소유가 확실시 된 상황에 우리나라는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며칠 전 있었던 한, 미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이라크전과 같은 전쟁이 한반도에서 이루어지기 않기 위해 우리나라의 생각이 담긴 발언은 한 마디도 못한 채 미국의 뜻대로 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것을 보고 적지 않게 정부에게 실망을 하였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하여도 남북 정상 회담, 햇볕 정책 해가며 북한과의 관계가 많이 나아 진 것 같았는데 요즘 이전에 안 들리던 대남방송이 다시 들리기 시작하여서 북한과의 관계가 많이 악화되었다는 것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8.15광복 이후 남한과 북한은 미국과 소련에게 따로 신탁통치를 받게 되었는데 북한에서 김일성 장군을 내세워 전쟁을 일으켜 지금의 한반도에서 같은 민족끼리 총칼을 들이밀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은 모두 다 아는 사실입니다.

사상의 대립으로 시작하여 이제는 핵무기 까지 내세우며 총칼의 대립이 된 우리나라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여러 악행을 저지른 미군을 보면서도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우리나라가 창피하고 부끄러울 뿐입니다.

곧 있으면 통일이 된다고 생각하며 기뻐하던 이산가족들도 이번 북한의 핵무기 사건으로 인해 반세기 넘은 이산가족의 슬픔이 계속 이어졌으니 이 이산가족의 슬픔은 그 무엇으로 달랠 수 있겠습니까?

제가 살고 있는 지석리에서는 연백평야가 한눈에 들어오는 '망향단'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그 곳에 올라가 북한을 보면서 지금 세계는 우주 탐사를 하고 오는데 교동에서 강화로 가는 것보다 더 가까운 조그만 바다를 사이에 두고 북한과 남한이 분단되어 있다는 사실에 분통이 터지고 가슴이 아픕니다.

가끔 망향단에 올라와서 북녘땅을 바라보며 제사를 지내시는 이산가족을 보면 이산가족이 아니면서도 마음이 아픈데, 바로 보이는 북녘 땅에 가족이 두고 온 이산가족의 가슴은 찢어질 듯 아프겠다고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요즘 북한 핵무기 사건으로 세계 언론은 시끄러워졌습니다. 이라크 전 이후 북한과의 대립이 더 악화된 우리나라가 북한과 평화적인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여야 할까요?


첫째, 서로 양보하며 서로의 문화를 인정해주어야 합니다.

현재, 북한과의 사이가 나빠졌는데 서로가 이해하고 조금씩 양보한다면 우리나라는 평화적인 통일을 이룰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서로의 문화를 인정해주어야 합니다. 몇 년 전 까지만 하여도 북한과 남한은 서로의 문화를 비난하며 인정해주지 않았습니다. 이런 사소한 문화의 대립의 해결도 통일에 더 가까워지는 지름길이라 생각합니다.


둘째, 성급한 통일 보다는 한 계단 한 계단 조금씩 올라가는 통일을 바래야 합니다.

통일을 하여야 한다고 해서 성급하게 전쟁을 일으키거나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채 통일을 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성급한 통일 보다는 서로의 관계가 악화되었다면 조금씩 이해를 하며 풀어가면서 통일의 3원칙 3단계를 차근차근 실행시키며 완벽하고 평화적인 통일을 이루어야 합니다.


셋째, 우리 모두 힘을 합하여 통일을 이룩해야 합니다.

통일은 이산가족만의 문제도 아니요, 정부만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아닙니다. 통일은 온 국민이 힘을 합하여 노력해야만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21세기 통일의 주역은 청소년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미래를 짊어지고 갈 우리 청소년들이 지금부터 통일을 준비하고 완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우리는 이라크 전(戰) 이전의 북한과의 관계로 되돌려야 합니다. 같은 민족이 총칼이 대립한 모습은 북한과의 관계가 더 악화됨을 뜻합니다. 앞에 제시한 내용처럼 우리는 북한과의 평화로운 통일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지금 북한 핵무기 사건으로 인해 떠들썩한 세계 언론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악화된 북한과의 관계를 어떻게 되돌릴 수 있는가?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21세기 앞으로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우리 청소년들은 통일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고 믿습니다.

(교동중학교 3학년 박아딧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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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기자는 부산 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 예수살기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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