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박철
백로(白露)를 앞두고, 들판이 온통 들꽃 천지입니다. 예전에 이현주 목사님이 쓰신 “어느 이름 없는 들꽃으로” 라는 시가 있었습니다. 혹자는 ‘이름 없는 들꽃이 어디 있냐?’고 했습니다. 들꽃이 이름이 있건 없건 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롯하게 피어있는 들국화 한 송이는 아무런 욕심도 없습니다. 지나가는 길손을 향하여 다정한 눈빛을 보냅니다. 자태가 화려하지 않지만 들국화의 그윽한 빛깔은 따사로운 9월의 햇살만큼 눈부십니다. 가을바람에 들국화가 살랑살랑 흔들거립니다. 그 흔들거림은 인간의 끝없는 욕심에 대하여 ‘그게 아니라’고 손을 흔드는 것 같습니다. 사람은 부와 명예를 추구하며 살지만, 이 살풍경한 시대에 보잘 것 없는 들꽃 한 송이는 아무런 욕심도 없이 정지된 듯한 고요와 평화의 메신저가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