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233

세상에 이럴 수가…! (2)

등록 2003.10.03 18:16수정 2003.10.0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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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의 도주를 하던 여인들을 추적하여 실컷 재미를 본 방옥두는 색마이기는 하지만 임무를 잊은 것은 아니었다. 하여 일이 어떻게 마무리되었나 확인하려 참상의 현장으로 내려갔었다.

태극목장 곳곳에는 시신들이 즐비한 상태였다. 일부 수하들은 시신들을 수습하고 있었고, 철마당주 뇌흔은 수하들을 독려하여 대완구들을 데려갈 채비를 갖추느라 여념이 없는 듯 보였다.


이 정도면 완벽하게 임무를 완수한 셈이었다.

온 김에 한동안 격조했던 재미까지 보고 임무도 완수한 것에 기분이 좋아진 방옥두가 미소를 지을 즈음 수하로부터 보고가 있었다.

태극목장의 모든 식솔들을 죽였으나 어린아이 둘의 시신을 찾을 수 없다는 보고였다. 모든 건축물 및 의복 등을 뒤져 파악한 인원수였기에 수하들의 보고는 정확한 것일 것이다.

보고자는 아이들의 나이가 대략 십 세 전후로 추정되며 곽영아와 이형경이 모친일 것으로 추측된다고 하였다.

이에 아이들의 행방을 찾아 보라 지시한 방옥두는 찜찜한 기분이었다. 옥의 티를 발견한 그런 느낌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순간, 여인들이 아이들을 감춰두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이목을 따돌리기 위하여 도주하였을 지도 모른다 생각하였다.

하여 여인들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가던 중 깜박 잊고 있던 사실을 깨닫고는 아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방옥두는 일평생 수많은 여인들을 섭렵하였다. 오죽하면 무림색존이라는 칭호로 불리기까지 하였겠는가!

따라서 수많은 여인들의 정절을 깼지만 그 가운데 천하절색(天下絶色)이라 할만한 여인은 극히 드물었다.

하긴 천하절색이 흔하다면 어찌 절색이라 불리겠는가!

미인은 아닐지라도 사내를 열락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하는 여인들이 있다. 소위 명기(名器)의 소유자라는 여인들이 바로 그녀들이다. 그런 여인들은 절색을 만나기보다도 더 힘들었다.

한참 능선을 따라 걷던 방옥두는 그녀들이 보기 드문 절색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한 은자만 있으면 아무나 건드릴 수 있는 노류장화(路柳墻花)가 아닌 여염집 아낙이었다는 것도 깨달았다. 다시 말해 부군 이외에는 다른 사내를 모르는 깨끗한 여인이라는 것이다.

결정적인 것은 최근 십 년 동안 수 없이 많은 여인들을 섭렵하였지만 단 한번도 만나볼 수 없던 명기였다는 것이다.

태극목장을 찾느라 오랫동안 굶주렸다해도 백전노장인 방옥두는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파정(破情)할 능력의 소유자이다.

그런데 기교를 부리고 어쩌고 할 사이도 없이 왜 금방 금방 파정하였는지를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다.

얼른 재미를 보고 일이 어떻게 되어가는 지를 점검해야 한다는 일념 때문에 이러한 사실들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생각이 들자 방옥두는 전력을 다하여 신형을 날렸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두 여인을 두고두고 즐길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았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한족(韓族) 여인들은 유난히도 정조관념이 강하기에 보나마나 자진(自盡)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방옥두는 달리던 속도를 늦추지는 않았다.

재미도 재미이지만 두 여인 모두 자진해버리면 아이들의 행방을 영영 알아낼 수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무림천자성을 떠나기 전, 철기린은 만일 이번 일이 외부로 알려지면 정벌에 나섰던 모든 인원들을 참(斬)하겠다고 하였다. 대신 임무를 완수하고 복귀하면 큰상을 내리겠다고 하였다.

하여 현장에 도착하는 즉시 아이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모두 죽이는 것으로 결정지어져 있었다. 살인멸구(殺人滅口)하면 외부로 소문나고 자시고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라도 살아나가면 일은 틀려진다. 자칫 무림천자성이 폭력으로 타인의 재산을 강탈하기도 한다는 비밀이 폭로될 수도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러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으로 시비를 걸고 모두를 죽인 것이다.

어쨌거나 현장 가까이에 당도한 방옥두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두 여인 모두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한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찰라였다. 두 여인 모두 작은칼로 목을 찌르려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순간 방옥두의 뇌리로 섬전처럼 스치는 묘안이 있었다.

그와 동시에 한 마디 말이 튀어나갔고, 예상대로 여인들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아이들을 감춰두었다 하더라도 아직 생사를 모른다는 것에서 착안한 말이었다.

이 말 한 마디 덕분에 방옥두는 곽영아와 이형경을 연화부인과 수련부인으로 데리고 살 수 있었다.

언젠가 진심으로 자신을 탄복시키면 아이들이 있는 곳을 가르쳐주겠다는 말에 두 여인은 그의 여인이 되어 살았다.

그것도 지극 정성으로 모시며 살았다. 그를 위하여 음식을 만들었고, 의복을 지었으며, 빨래와 청소를 하였고, 잠자리 시중도 마다하지 않았다. 오로지 아이들을 구하겠다는 일념에서였다.

그런데 방옥두가 아무런 유언도 없이 죽어버린 것이다. 그러니 억장이 무너지지 않으면 이상할 것이다.


'어, 어머니? 고, 고모?'

방옥두의 시신을 쥐어뜯으며 오열하는 여인들의 뒷모습을 본 이회옥의 두 눈은 시뻘겋게 변해 있었다.

지금껏 참상이 벌어졌던 그 날 돌아가신 줄로만 알고 있었다. 하여 꿈에서라도 보고 싶었었다. 그런 어머니를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장소에서 해후한 것이다.

하여 삽시간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이회옥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순간이었다.

"허허험! 두 분 부인! 참으로 비통하시겠소이다."
"……?"

"무림천자성의 제일호법인 조경지가 성주님을 대신하여 심심한 애도를 하는 바이오이다."
"……!"

뇌옥 밖에는 언제 나타났는지 무영혈편 조경지를 비롯하여 형당 당주인 빙화와 육대당주가 와 있었다.

꿈에도 그러던 어머니를 만났다는 생각에 이들의 출현조차 감지하지 못했던 이회옥은 흠칫거리며 물러섰다. 지금은 연화부인이 모친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안 된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같은 순간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이회옥을 쏘아보는 듯한 시선이 있었다. 형당 당주인 빙화 구연혜의 시선이었다.

그녀는 이회옥의 시뻘겋게 충혈된 눈과 눈물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얼른 눈물을 훔치며 돌아앉는 모습을 또한 보고 있었다. 다음 순간 조경지의 말이 이어지고 있었다.

"고인이 된 방 당주는 본성을 위해 평생토록 견마지로를 아끼지 않았소이다. 이에 본성에서는 고인의 생전 행적을 기리기 위하여 성대한 장례식을 준비하고 있소이다."
"……!"

무림천자성의 제일호법이라는 자리는 결코 만만한 자리가 아니다. 게다가 조경지는 무림천자성 내에서도 인품 훌륭한 것으로 소문났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많다.

그렇기에 내심 무림천자성에 대한 반감을 지닌 연화부인이나 수련부인이었지만 별다른 대꾸가 없었다.

"졸지에 부군을 잃으셔서 앞날이 막막하다 느껴지실 수 있으나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본 호법이 알아보니 군화원(群花院)에 두분 부인께서 계실만한 자리가 있소이다. 그곳에 계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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