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 먹으면 나도 명배우

양수리 서울종합촬영소에서 명대사 명연기를 해보자

등록 2003.11.07 14:32수정 2003.11.1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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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은 영화배우가 되고 싶어한다. 물론 현실의 벽은 높지만 그런 꿈조차 품고 있지 않다면 이 삶이 너무나 팍팍할 것. 아무도 없는 영화 세트장에서 감동깊게 본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대사도 외어보고 멋지게 연기를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오로지 단 한명의 관객을 위해 연기하는 배우가 될 수 있는 곳이 바로 서울종합촬영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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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종합촬영소 전경 ⓒ 이종원

서울종합촬영소는 서울 도심에서 40여분 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가깝다. 북한강을 끼고 도는 드라이브 코스는 지금이 한창 좋을 때다. 강은 늦가을의 정취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 연인들의 산책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서울종합촬영소는 산길로 한참 들어가야만 만날 수 있다. 아마 영화인이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이렇게 조용한 곳에 터를 잡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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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사 나운규 동상 ⓒ 이종원

영상지원관 입구에 나운규 동상이 있다. 나 선생은 우리 민족의 수난과 반항을 소재로 한 걸작 <아리랑>의 시나리오를 쓰고 각색, 감독, 주연까지 혼자 도맡아 위대한 영화 <아리랑>을 만들어낸 것이다. 동상과 붉게 물든 단풍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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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지원관 ⓒ 이종원

영화 <터미네이터>를 보면 사람이 물체를 뚫고 지나가는 장면이 나온다. '어떻게 만들었지?' 특히 환타지영화를 보면 그런 의문이 더욱 일어나는데 '영상지원관'에 들어가면 그런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소 될 것이다.

그 밖에 영화의 탄생부터 미래 영상까지 영화의 발달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실을 갖추고 있다. 뭐니뭐니 해도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애니메이션관이다. 만화영화 제작과정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자연스레 만화영화의 제작과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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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포스터 전시장과 이미지메이크업 체험장 ⓒ 이종원

주옥같은 한국 영화포스터가 한자리에 놓여 있다. 내가 본 영화를 세워보았다. 주로 애로물이 많은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린다. 고등학교 학창시절을 부산에서 보낸 기자는 당시에는 상당히 영화에 미쳤던 것 같다. 심지어 학생주임에게 붙들려서 혼난 적도 있었다.

아마도 영화 <친구>에 나오는 '삼일극장'일 것이다. 후미진 구석에 홀로 앉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란 영화를 보았다. 영화가 워낙 길기 때문에 중간 휴식시간이 있었다. 비비안 리의 멋진 연기에 반해 뒷자리에 있는 여학생에게 말을 건넸다.

"이 영화 너무 좋지 않아요?"
"그냥 영화나 보소."

이미지 메이크업 체험하는 곳이 있다. 사진을 마우스로 변형시켜 원하는 모양으로 만득이처럼 원하는 모양으로 변형시킬 수 있다. 아마 특수효과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졌나보다. 정수의 눈을 크게 하고 머리칼에 뿔을 달아보았다.

그 밖에 각종 가구, 민속품, 일상 생활용품등 40여만점을 소장하고 있는 '소품실'도 둘러 볼 만하다. 온갖 잡동사니가 방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 옆에는 '의상실'이 있는데 군복, 예복, 민속의상 등 무려 5만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법정세트도 잘 꾸며 놓았다. 좋은 곳에 앉으면 판사가 되고 검사도 된다. 물론 잘못 앉으면 죄인도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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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세트와 이영애 역을 맡고 있는 정수 ⓒ 이종원

영화 <공동경비구역JSA> 판문점 세트장이다. 판문점이 이렇게 깊은 산 속에 있는지 여태 몰랐다. 이 세트장을 짓는데만 9억원이 들었다는데 아마 투자액의 수 십배도 넘게 돈을 벌여 들였을 것이다.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말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판문각 건물은 저렇게 진짜 같지만 뒤를 보면 나무판으로 이어 놓았다. 그걸 보고 어찌나 웃었던지.
'영화는 속임수야.'

정수가 이영애 역을 맡고 필자는 송강호 역을 맡아 즉석에서 연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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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이 산에 있습니다. ⓒ 이종원

지하철이 산 속에 있다. 지하철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 <튜브>의 촬영장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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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화선 세트장 ⓒ 이종원

한국 영화계의 거장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의 세트장이다. 19세기 말 종로 거리를 그대로 재현했으며 전체 제작비 60억원 중 22억원을 세트장을 만드는데 투입되었다고 한다. 건물도 무려 61채나 되고, 시장까지 만들어 놓았다. 철저한 고증을 거쳐, 당시 건축 방식대로 지었다고 한다. 심지어 집 문짝도 전국 골동품상을 돌며 500개를 수집해 설치한 것이라고.

이 초가집을 짓기 위해 5톤트럭 31대 분량의 볏집을 싣고 왔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다른 세트장은 플라스틱 위에 교묘히 페인트로 칠해 놓아 돌담을 만들었는데 이 곳은 진짜 흙돌담이다. 전남 해남의 수몰 예정지에서 흙돌담을 그대로 옮겨왔던 것이다.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제작진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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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당 ⓒ 이종원

영화촬영소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운당에 올라갔다. 이 건물은 원래 서울 종로구 운니동에 있던 조선조 후기 양반가옥을 그대로 재연한 것이다. 한 궁중내관이 순조로부터 재목을 하사 받아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인간문화재 박귀희 여사가 인수하고 1958년부터 '운당'이란 간판을 걸면서 여관으로 사용하였다.

1959년 국수전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바둑의 명대국장으로도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총 168평으로 정통 사대부집 가옥형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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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담장위에 단풍이 물들어 있다. ⓒ 이종원

따뜻하게 덥혀진 툇마루에 앉아 거드름도 피어보고 부뚜막에 앉아 누릉지 얻어 먹던 추억도 생각해낸다. 빠알간 단풍이 한옥담벼락 뒤에 서 있어 더욱 가을을 느끼게 한다.

가장 아래쪽에는 시네극장이 자리잡고 이다. 매일 한국 영화 1편을 무료로 상영하고 있어 때 맞춰 가면 우리 영화를 만날 수 있다. 1달에 한번씩 영화가 바뀐다. (평일 1시 30분, 일요일·공휴일 1시, 3시)

서울종합촬영소 여행정보

관람요금: 어른 3천원, 중고생 2천5백원, 어린이 2천
주차비 : 없음

문의 전화: 031-579-0600

서울종합촬영소 가는법

1) 올림픽대로-미사리 조정경기장-팔당대교-팔당터널-진중삼거리에서 대성리 방향으로 좌회전-서울종합촬영소

2) 중부고속도로-하남인터체인지-팔당대교-팔당터널-진중삼거리에서 대성리 방향으로 좌회전-서울 종합촬영소

3) 망우리-도농검문소-미금-마석=샛터삼거리에서 양수리 방향으로 우회전-서울종합촬영소

대중교통

청량리역에서 양수리행 166-2번,8번 버스를 타고 진중삼거리 하차후 마을버스나 택시를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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