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김대중도서관 개관식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대통령.
요즘 노무현 대통령이 즐겨 사용하는 낯선 용어 중의 하나가 '클러스터'(cluster)이다.
엊그제(11월27일) 오전 경남 진해에서 열린 부산-거제간 연결도로 기공식 연설에서도 이 용어를 썼고, 그 전날(26일) 전북지역 언론인과의 만남에서도 썼다. 또 그 며칠 전에도, '2만 달러 시대 도약을 위한 대학 경쟁력 강화 방안 보고회'(11월21일)에서도 그 용어를 사용했다.
이처럼 노 대통령이 지방에 갈 때마다, 혹은 참여정부의 핵심 정책과제인 '국가균형발전'에 대해 얘기할 때마다 밥상의 조치개처럼 빠지지 않는 것이 이 '클러스터'라는 낯선 용어이다.
미국 실리콘밸리가 산업 클러스터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
클러스터는 원래 노 대통령이 좋아하는 컴퓨터 용어이다. 호기심 많은 노 대통령은 '백수' 시절에 컴퓨터를 직접 해체해 보고 '노하우'라는 인명관리 프로그램을 만든 적도 있다.
흔히 집적지(集積地)로 번역되는 클러스터의 사전적 의미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 위에 파일을 저장하는 논리적 단위'이다. 이 용어는 정보기술 영업이나 기반시설에서, 하나의 공용 제어설비나 서버에 접속되어 있는 단말기·워크스테이션들의 그룹을 총칭하는 용어로도 확장되어 사용된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 같은 지식기반 시대에 지역과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유효한 수단으로 부상한 클러스터는 일정지역에 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이 모여서 상호작용을 통하여 지식과 기술을 창출하는 것을 뜻한다. 노 대통령도 주로 이런 뜻으로 산업 클러스터 혹은 혁신 클러스터라는 용어를 즐겨 쓴다.
산업 클러스터는 기업·대학·연구소 등이 특정 지역에 모여 네트워크를 구축해 사업전개, 기술개발, 부품조달, 인력·정보교류 등에서 시너지(상승) 효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산업 집적지를 의미한다. 50년대 이후 급성장한 미국 실리콘밸리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아무 것이나 한 곳에 모은다고 산업 클러스터가 되는 것은 아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정의에 따르면 혁신 클러스터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생산기술에 연계된 독립성이 강한 기업들과 지식생산기관(대학·연구기관·지식제공산업), 지식집약 사업 브로커, 고객 네트워크로 형성된다. 혁신 클러스터 내에 있는 기업들은 유기적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집단적 부를 공유하는 공간적 독점환경을 형성하고 이를 함께 향유하게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