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의 화두 중 하나는 지방분권이었다. 그 차원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언론과 지방대학의 지원을 언급했다. 이론적으로 생각해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지역언론이 제 역할을 해주어야 지방자치, 혹은 지방분권이 활성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분위기를 타고 지역의 도 단위에서 발행되는 지방지(地方紙)들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는 것이다. 기자협회와 시민단체들도 지방지 지원을 위한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민언련과 기자협회 등이 참여하고 있는 지역언론개혁연대는 먼저 제출한 지역신문지원법을 지역언론진흥특별법으로 수정 제안했으며, 국회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초 이 법안의 용어는 '육성'에서 '지원'을 거쳐 '진흥'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역언론이 제대로 기능을 해주어야 한다는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지역언론, 정확하게 말해서 현재의 지방지가 지원과 진흥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독버섯에 거름을 주는 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론과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정상적으로 하고 있는 지방지는 전국적으로 다섯 손가락을 다 꼽지 못한다. 전주에서는 지역일간지가 무려 8개에 이르는데, 이번에 열린우리당 의장실에 녹음기를 설치해 물의를 일으킨 <전민일보>도 그 중 하나다. 부산과 대구를 제외하면 모든 지역의 신문이 이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신문들을 지원하고 진흥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언론전문가인 박형상 변호사는 민언련에서 발행하는 <시민과 언론> 2003년 12월호에 기고한 ‘이른바 지방지(언론) 지원법안 내용 유감’에서 문제점을 적절하게 지적했다.
“지방지의 경영난이 어렵다고, 당장 먹고살기 어렵다고 중앙 정부의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읍소하는 것 자체가 중앙 예속의 또 다른 출발점이 아닐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중앙정부 차원의 직접적 현금지원책 보다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형식을 통한 지원정책’이 가능하도록 그 조례 제정을 위한 근거법을 만들어주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고 제안한 것이다.
“직접적인 현금지원방식 보다는 지방지 체질강화를 위한 간접적인 유인지원책 및 대출융자지원방식이 합당”하다는 주장이다. 박 변호사는 ‘한국 지방자치의 제도적 현실은 미국의 주 지방자치와 천양지차이다’, ‘한국지방언론은 미국지방언론과 전혀 다르다’는 점을 필히 유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렇다. 미국에는 시 단위의 지방지 체제이기 때문에 우리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발상은 기계적이다. 우선 우리의 현실을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전주에서 발행되는 <새전북신문>의 문경민 편집국장은 독자의 구독료 지원방식을 제안한 바 있다(<한겨레신문> 2003년 10월 31일자). 신문사에 대한 지원은 지금도 넘칠 정도로 시행되고 있으므로 구독료를 지원하여 시장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지방지의 구독자들은 거의 모두가 관공서와 기업 등에 한정되어 있다. 일반 구독자는 거의 없다는 얘기다. 지방지의 '타깃 오디언스(target audience)'는 주로 관료들이다. 따라서 지역의 토호들이 관료들을 상대하기 위한 수단으로 신문을 발행한다. 이들에게 무슨 지원을 하고 진흥한다는 말인가?
구독료 지원방안은 여러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정부의 지원을 포함하여 지역에서 기금을 확보한 후 사무국에서 구독 신청을 받아 구독료의 절반 정도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법을 제정해 할 수도 있고, 박 변호사가 제안한 대로 조례를 제정해 시행할 수도 있다.
조례를 통한 지원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각 지역의 실정에 맞게 조례를 제정하여 기금을 조성한 후 구독료를 지원함으로써 관료들만이 아닌 지역주민이 보는 신문을 만들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래야 신문다운 신문이 만들어질 것이며, 언론으로서의 기능도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무조건적인 지원이 아닌 언론기능 회복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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