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지나 냉이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느릿느릿 박철
입춘을 지나 봄으로 가는 길목, 햇볕이 좋습니다. 우리집 다롱이가 햇볕이 좋아 해바라기를 하면서 꾸벅꾸벅 졸고 있습니다. 이럴 때에는 호미 들고 들에 나가 냉이나 달래를 캐기에 좋은 날씨인 것 같습니다.
우리 내외는 나물 뜯으러 참 많이 다녔습니다. 농촌목회가 그렇습니다. 교인들이야 아침에 밥만 먹으면 들에 나가서 진종일 일하다 해거름이 되어 들어오니 농번기 때는 사람 구경하기도 힘듭니다. 집집마다 쫓아다니며 일을 거들어 줄 수 없는 일이고….
겨울지나 봄이 오면 겨우내 얼었던 땅이 풀리고 여린 싹들이 땅을 비집고 나옵니다. 양지바른 곳에는 들나물이 많습니다. 제초제를 치지 않고 두엄을 주어 땅이 허벅진 밭에는 나물이 지천입니다. 강원도 정선에서 목회하던 시절, 아내와 나는 소쿠리를 들고 들로 나물 캐러 다녔습니다. 아내와 나는 안경을 썼는데 생김새가 뻔한 나물을 찾지 못해 여기저기 헤매다 보면 시간만 갑니다.
냉이는 국을 끓여 먹어도 좋고, 된장찌개에 넣어도 좋고, 된장이나 고추장에 무쳐 먹어도 좋습니다. 달래는 고추장에 설탕을 조금 넣고 식초 한방을 떨어뜨려 무쳐먹으면 입안 전체가 달래 향으로 가득합니다. 씀바귀는 쓴 맛이 강하기 때문에 끓인 물에 살짝 데치든지, 아니면 물에 하루정도 담가 두었다 초고추장에 무쳐 먹으면 밥맛도 나고 속병에도 좋다고 합니다.
호미 한 자루를 들고 들로 나갑니다. 비교적 냉이는 흔한 편이라 밥상에서 최고로 대접받는 봄나물은 역시 달래입니다. 아내와 나는 마을 동구 밖 서낭당 부근에 냉이가 많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몰래 잠입하여 달래를 캡니다. 죽어서 넘어진 나무 등걸 밑이나 큰 돌 사이로 달래가 빼곡합니다. 정신없이 달래를 캐는데, 사람들 지나가고 소리가 들립니다.
그러면 나는 창피해서 얼른 숨어버립니다. 잽싸게 나무 뒤에 숨거나, 아니면 서낭당 돌담에 납작 엎드렸다가 사람이 다 지나가면 또 달래를 캡니다. 아내가 큰아들 ‘아딧줄’을 임신해 배가 남산만한데 나물 캐는 재미에 푹 빠져있었습니다. 달래를 한 소쿠리 캐 가지고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아무것도 부러울 것이 없었습니다.
우리집 나물 얘기는 무궁무진합니다. 목사가 교인들 집 심방이나 열심히 다닐 것이지, 칠칠치 못하게 무슨 나물이냐고 타박할지도 모릅니다. 나는 낚시질도 좋아하는데, 낚시질은 교인들 보기에도 그렇고 해서 거의 다니질 못했지만 나물 뜯으러는 참 많이 다녔습니다.
우리 내외가 남양에서 살 때에도 아침밥 든든히 먹고 점심 도시락 챙겨서 동네 산으로 산나물을 뜯으러 다녔습니다. 나물을 잘 몰라서 주로 취나물이나 고사리를 뜯는데, 이산 저산 헤매고 나물을 뜯다보면 점심밥 먹는 시간도 아깝고 금방 저녁때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