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박철
인생의 즐거움을 우직한 삶에서 찾고자 했던 소박한 마음들이 어느새 세상적인 입신양명 쪽으로 기울어지는 비애를 느끼는 동시에 문득 변질된 자신에 대한 배신감도 맛보게 된다. 순수와 진실이 변절하고 말았다. 인간의 순수와 진실이 일그러지고 파손되면 사회도 덩달아 일그러지고 사람의 모습도 고약하게 된다. 더러운 세상, 더러운 사람이라는 말을 흔하게 사용하는데, 이때 더럽다는 말은 때가 끼었다는 말이고, 이 말은 바로 순수와 진실을 잃어버렸다는 말이다.
순수와 진실을 잃으면 모든 인간성을 아울러 다 잃는다. 이와 같이 순수와 진실은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이다. 순수와 진실이라는 바탕이 있어야만 인간의 정신이 성장을 하고, 행복할 수 있고, 행복을 줄 수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 양심을 지킬 수 있는 것도, 의로움을 가질 수 있는 것도 순수와 진실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이와 같이 순수와 진실은 중대한 가치인데도, 수 천 년 계속된 인간사회에서 인정을 받지 못했고, 현재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순수와 진실은 어디 가도 무시당하고 짓밟혀 왔다. 그럴듯한 얼굴과 옷차림, 학식과 사회적 지위로 겉을 잘 꾸민 사람이 인정받고 있다. 그 속이야 어떻든 상관하지 않고 말이다. 이것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눈이 없어서 내면적 가치인 순수와 진실을 보지 못하고, 외면적인 것으로 인간을 평가하는데서 생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