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이 난쟁이 똥자루 만한 놈이 개코를 가진 모양이구나! 구리한 똥 냄새 속에서도 고기냄새가 나더냐? 내 간밤에 술도 실컷 마셨으니 오줌이라도 마시며 내 똥을 안주 삼으려무나!"
그 말에 키 작은 사내가 벌컥 성을 내며 땡추와 드잡이를 벌이기 시작했다.
"아니 이 중놈이 못하는 말이 없네. 길바닥에 고기 먹은 똥 싸놓은 게 그리도 떳떳하냐 이놈!"
똥싸개 땡추는 느물느물 웃으며 받아쳤다.
"흐흐흐, 무슨 업보로 이러시는 것이오. 나무아미타불…."
장포교는 아무래도 키 작은 사내의 행실이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옆에 있던 허여멀쑥한 사내와 사마귀 사내는 그 모양이 재미있다는 듯 실실 웃기만 할 따름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먼저 나서야 따르려나.'
장포교는 한양 시전 저자거리에서 싸움을 말릴 때 자주 그래왔던 품으로 썩 나서더니 땡추를 등뒤에 두고 키 작은 사내를 앞으로 바라본 채 둘 사이를 멀찌감치 떨어트려 놓았다.
"그냥 가던 길이나 갑시다. 이런 일로 시시비비를 가리다가는 끝도 없겠소."
키 작은 사내가 뭐라고 말하려는 찰나 느닷없이 땡추가 장포교의 등을 사정없이 떠밀었다. 그 바람에 장포교는 길바닥에 엎어져 버렸고, 그곳이 하필이면 똥 무더기가 있던 곳이었다.
'보통 놈이 아니다!'
똥 무더기에 엎어지면서도 장포교는 화가 나기보다는 긴장이 되었다. 자신도 힘깨나 쓴다고 자부하던 터인데 꼿꼿이 선 상태에서 뒤에서 민 힘에 대뜸 고꾸라진다는 건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아니 이 놈의 중놈이 미쳤나!"
그제 서야 실실 웃기만 하던 허여멀쑥한 사내와 사마귀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그 순간 똥싸개 땡추의 뒤에서 다른 땡추들이 달음박질치며 달려왔다.
"육승(六僧)아 무슨 일이냐?"
그들은 바로 옴 땡추, 키다리 땡추, 콧수염 땡추, 혹 땡추였다. 모두들 낮술을 한 터라 발그스름한 얼굴에 손에는 모두들 굵직한 죽장을 들고 있어 위협적이기 그지없었다.
"아, 형님, 아우님들! 소승이 조용히 길을 가는데 이 부랑스러운 자들이 길을 떡 하니 막고 비켜주지를 않으니 어찌 하오리까?"
똥싸개 땡추의 말에 키 작은 사내는 크게 성을 내며 맞붙으려 했고 이를 허여멀쑥한 사내와 사마귀 사내가 만류하며 차근차근히 정황을 설명했다.
"이러이러하니 거 우리가 과한 것도 있지만 아무 상관도 없는 귀인의 옷을 저렇게 더럽혀 놓은 것은 어찌 하실 것이오?"
그때쯤 이미 장포교는 똥으로 범벅이 된 옷을 벗으며 인상을 쓰고 있었다.
"이렇게 여럿이서 길을 막고 있으니 보기도 좋지 않거니와 몸도 씻을 겸 저 아래 개울이 있으니 가서 따져 봅시다."
옴 땡추의 말에 허여멀쑥한 사내가 뭐라 할 것 도 없다는 듯이 장포교를 이끌고 개울가로 내려갔다.
"저 땡추놈들 심상치 않으니 조심해야겠소."
허여멀쑥한 사내가 장포교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언질을 주었고 장포교도 알고 있다는 듯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장포교는 개울가에 도착하자마자 속옷마저 훌훌 벗어 젖히고서 역겨운 냄새를 씻어내려 갔다.
"자, 이젠 어쩔 것이오? 똥독이라도 오르면 어찌 하냔 말이오?"
키 작은 사내가 한참 뒤에야 느릿느릿하게 뒤 따라 내려온 땡추들에게 당돌하게 대들 듯이 말을 했고 그에 대한 대답은 옴 땡추의 손찌검이었다.
"어이쿠! 중놈이 사람 친다!"
줄곧 보여 왔던 당참과는 거리가 멀게 키 작은 사내는 옴 땡추의 손찌검 한번에 힘없이 나뒹굴었고 놀란 허여멀쑥한 사내와 사마귀 사내가 땡추들에게 소리쳤다.
"이 놈들! 저기 계신 분이 뉘 신줄 알고 이런 망발들이냐?"
땡추들은 장포교를 가리키며 소리치는 허여멀쑥한 사내의 말을 노골적으로 비웃으며 대꾸했다.
"그래 저 자가 누구냐? 홀라당 벗고 있으니 나랏님이라 한들 내가 어찌 알 수 있겠느냐?"
"저 분은 바로 우 포도청 장성일 포도부장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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