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산대놀이 6

땡추들

등록 2004.03.02 17:53수정 2004.03.02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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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들은 땡추들은 그게 무슨 대수냐는 듯 한바탕 껄껄 웃어 젖혔다.

"포도부장이 무엇이냐? 기생 기둥서방에 시전, 난전 상인 등쳐먹는 잡것들이렸다? 내 이놈~"


옴 땡추의 말에 이어 똥싸개 땡추가 바닥에 철퍼덕 엎드리더니 엉덩이를 까 내렸다.

"우리는 속세에 발을 들여놓는 이들이 아니기에 내 포도부장을 대신해 일을 처리하니 스님과 상관없는 이는 썩 꺼지거라! 내 이놈! 한번 실수는 병가상사(兵家常事 : 이기고 지는 일은 전쟁에서 흔히 있는 일이라는 뜻으로 한 번의 실패에 절망하지 말라는 뜻)라 하였으니 이제부터 마음을 고쳐먹고 염불 공부를 시작하는데 만약 틀리는 놈이 있으면 이 곤장으로 치도곤을 놓을 테다. 알겠느냐?"

옴 땡추는 곤장이 아닌 죽장을 휙휙 휘두르며 신소리를 해대었고 똥싸개 땡추는 우는소리를 내며 이에 화답하였다.

"예잇- 나무아미타불."

옴 땡추는 먼저 죽장을 한번 휘두르려다가 손사래를 훠이훠이 치며 혹 땡추를 불렀다.


"너는 가서 곡차 좀 가져오너라. 저 놈의 엉덩짝에서 고약한 냄새가 풍겨 나오니 이거 맨 정신에 안 되겠구나."

혹 땡추는 예의 그 버르장머리 없는 듯한 말투로 대답했다.


"곡차가 떨어졌으니 직접 담가 자시구려."

"어허! 이런 말버르장머리를 봤나! 도로아미타불!"

옴 땡추는 아쉽다는 듯 죽장을 휘휘 돌리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죽장에 맞을 뻔한 허여멀쑥한 사내와 사마귀 사내가 소리를 지르며 주의를 줬지만 옴 땡추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옴 땡추의 죽장은 한 바퀴를 돌아 땅을 치며 벗어놓은 장포교의 옷을 채어갔다.

"옛다! 아까 내가 태워먹었던 옷 대신 이걸 입거라!"

옴 땡추가 죽장으로 장포교의 옷을 혹 땡추에게 집어 던지자 혹 땡추는 이를 받을 생각은 안하고 재빨리 피했다.

"아니 형님! 주려면 깨끗한 옷을 구해다 줄 것이지 똥 묻은 옷이 웬 말이오!"

"예끼 이 놈아! 내 똥이 어디가 어떻다고 잔말이 많으냐?"

어느새 일어나 바지춤을 올린 똥 싸게 땡추가 죽장을 휘두르며 혹 땡추를 다그쳤다. 이 모양새를 지켜보던 장포교는 어이가 없었지만 속으로는 저들이 사과하는 의미에서 자신의 옷을 깨끗이 빨아 주기라도 하려고 저러나보다 생각할 따름이었다. 혹 땡추는 옷을 손가락으로 집어들며 중얼거렸다.

"그럼 똥이 구려서 추한 것이지, 땡중 똥도 구리고 포도부장 똥도 구리고, 기생 년 똥도 구리고 임금 똥도 구린 건 다 마찬가지 아니오? 구린 것들은 죄다 없애야지!"

혹 땡추는 말을 마치자마자 장포교의 옷을 발기발기 찢어 버렸다. 놀란 장포교는 개울을 첨벙첨벙 건너며 달려들었지만 옴 땡추의 발길질에 그만 다시 개울에 쳐 박히고 말았다. 뒤이어 우악스럽게 네 개의 손이 장포교의 뒷덜미를 잡아채더니 물 속에 거꾸로 집어넣기 시작했다. 장포교는 몸부림을 쳤지만 그럴수록 물은 콧구멍 속으로 차 오를 뿐이었고 이윽고 정신을 잃고 말았다.

"죽어 버린 것은 아니겠지?"

"지금 죽으면 되나?"

장포교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여덟 명의 사내가 누워있는 그를 둘러싸고 있는 채였다. 그 중에는 한양에서부터 장포교를 따라온 허여멀쑥한 사내와 사마귀 사내도 끼어 있었다.

"네...... 네 놈들이!"

장포교는 뭐라고 말을 하려 했지만 돌아온 것은 한 차례의 사나운 죽장 세례였다.

"삼승(三僧)이는 저 놈을 일으켜 세우고 오승(五僧)이는 삽 좀 가지고 오너라."

옴 땡추의 말에 허여멀쑥한 사내와 사마귀 사내가 재빨리 그 말에 따랐다. 사마귀 사내가 나무 뒤에서 미리 숨겨놓은 듯한 삽을 가지고 오는 것으로 보고서는 장포교는 자신이 함정에 빠져도 단단히 빠진 것임을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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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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