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한 편지(?)를 받아 보셨나요?

박철의 <느릿느릿 이야기>

등록 2004.03.08 06:20수정 2004.03.0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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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나 이틀에 한번 정도 나는 인터넷 메일을 확인합니다. 이따금 내 글을 읽고 메일을 보내주신 분들도 있고, 또 내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진동호회에서 공지사항을 보내온다거나 개인 메일이 더러 오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메일 주소가 3개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다음'을 갖고 몇 년 쓰다가, 광고가 어떻고 하면서 이메일 주소를 바꾸라고 해서 '엠파스'에 회원으로 가입하여 이메일 주소를 하나 받아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최근 홈페이지 '느릿느릿 이야기'를 만들면서 '아웃룩(Outlook)' 이메일 계정을 받아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 이메일을 열어 보기가 짜증스러울 정도입니다. 어떻게 내 메일 주소를 알았는지 별별 것들이 다 올라옵니다. 상품 광고는 좀 봐줄 만합니다.

음란성 메일이 야릇하고 선정적인 문구로 치장해서 서너건씩 올라오는데 미치고 환장할 정도입니다. 더 화가 치미는 것은 아예 처음부터 전혀 음란물이 아닌 것처럼 접근하는 경우입니다.

“친구가 보고 싶지 않습니까?”
“야, 너 요즘 왜 연락 안하니?”
“원하는 대로 보여드리고 싶어요.”
“더 깊은 생각, 더 깊은 만남”
“꾸준한 업데이트”
“밤새도록 봐도 끝이 없는 방대한 자료”
“신속하게 보여 드리겠습니다.”


궁금해서 열어 보았다간 영락없는 음란물 광고이고, 어떻게 하는 잇속을 목적으로 하여 자기들 사이트에 접근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또 어떤 때는 수십개, 수백개씩 사이트가 연결되어 있는데 그렇게 되면 정신없습니다. 인터넷 접속을 아예 끊어야 합니다.

도무지 방법이 없어서 한달에 3천원을 주고 음란사이트 차단서비스를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순전히 공돈이 나가는 겁니다. 두 아들 넝쿨이와 아딧줄 때문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메일 주소로는 여전히 음란물 광고가 올라오지만 마우스로 클릭하면 음란물사이트에 접근할 수가 없도록 되어있습니다.


몇 해 전 신○○라고 하는 여자 탤런트가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노래와 우스꽝스러운 춤을 히트시킨 적이 있었습니다. 그 요지경의 의미가 무엇일까요? 생각하지도 않았던 일들이 현실 세계에서 이루어진다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 정신이 없는 것이지요. 정상적인 생각을 가지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가 어려운 세상이 되었습니다.

제 정신을 가진 젊은이가 사방에 널려있는 음란과 쾌락의 선정적 요구와 함정에 빠져들지 않을 재간이 없습니다. 그런 향락 퇴폐 문화를 기성 세대들이 조장하고 부추긴 결과 어디로 삶의 시선을 돌려야 할지 참으로 난감한 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인터넷 이메일이 정다운 사신(私信)을 주고받는 건전한 대화의 공간이 아니라, 음란과 찰나적 쾌락을 유혹하는 볼썽사나운 덫으로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a 유해 사이트 차단 서비스

유해 사이트 차단 서비스 ⓒ 느릿느릿 박철

한 때는 신문 사회면에는 "H양, ㅁ양, 포르노급 이상 몰래카메라에 찍혀"처럼 눈요기 감 기사로 넘쳐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는 일부 연예인들 중에는 벗기 내기라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돈 때문에 그러는 것인지 누드 열풍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선정적 문화와 관음 문화가 혼재되어 청소년들을 탈선의 길로 빠뜨리고, 인간의 사고 체계를 못쓰게 망가뜨리고, 병들게 하는 주요한 요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간 우리 집 넝쿨이 이메일에도 음란, 퇴폐 광고가 넘쳐나서 그걸 지우는 일도 성가실 정도가 되었습니다. 참으로 현기증 나는 세태를 탄식할 수만도 없고,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대책이 전혀 없는 것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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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기자는 부산 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 예수살기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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