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39

어둠 속의 두 그림자 (7)

등록 2004.06.21 13:41수정 2004.06.2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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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요. 나가지요. 대신 우리 사라를 잘 부탁드려요."
"허허! 걱정 마라. 소화타가 누구더냐? 천하제일의이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자, 우리도 이제 나가야지?"
"네? 아, 예! 그, 그래야지요. 하지만…"

말은 나간다고 했지만 나가기 싫어 우물쭈물하는 유라의 어깨를 부드럽게 다독인 사람은 사면호협이었다. 그가 연신 뒤를 돌아보는 그녀를 데리고 나가려 할 때였다.


"앗! 잠깐만요! 어르신은 잠깐 남아주십시오."
"누구? 노부를 말하는 겐가?"

"예! 잠깐 뵈었으면 합니다."
"흠! 나는 내공을 넣어 줄만큼 심후한 공력도 없는데…."

"공력 때문은 아닙니다. 그러니 잠깐만…."
"흠! 알겠네. 헌데, 왜 그러는가?"
"어르신 죄송하지만 이마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장일정의 말에 사면호협은 대체 왜 그러느냐는 표정을 지으며 이마를 더듬던 중 아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 너무도 절망적이었기에 한참동안 이마를 짚고 있었다. 이때 이마를 가리고 있던 영웅건이 위로 밀려올라 갔고 흉측한 흉터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무림천자성의 죄인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따라서 신분이 발각된 이상 도주하여야 하나 현재로서는 그럴 수 없다.

동행한 일행 모두가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일정은 분명 무천의방의 방주이다. 따라서 그가 신고하면 즉각 정의수호대원들이 몰려나올 것이다.

다른 곳 같으면 도주할 수도 있을 것이나 이곳은 성공확률이 거의 없다. 외곽 경계를 맡고 있는 정의수호대원들이 즉각 포위망을 구축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전 무림에는 비상령이 발동된 상태이다. 태산 와룡곡에서 참화를 빚어낸 흉수를 찾아내기 위함이다.

후임들의 죽음 때문인지 정의수호대원들은 어느 때보다도 흥분한 상태라고 한다. 하여 누구든 걸리기만 하면 요절(腰折)낼 기세로 샅샅이 뒤지고 다닌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사면호협의 뇌리로 수많은 상념이 스쳤다.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도주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가늠하기 위함이다.

결국 그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 자신뿐만 아니라 모두가 위태로워진다면 차라리 자수하는 편이 낫다 생각한 것이다.

"이, 이마에 있는 이 흉터 때문인가?"
"그렇습니다. 소생이 자세히 살펴보아도 되는지요?"
"그, 그러시게."

사면호협은 장일정이 진짜 지옥갱에서 새겨진 것인지를 확인하려는 것으로 생각하였지만 방법이 없었다.

"흐음! 그거하고 비슷한데 숫자가 다르군."

장일정은 흉터를 살피며 잠시 혼자 말을 하였다.

"저어, 이 흉터가 어떻게 생긴 건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 그건 왜 묻는가?"

"소생이 잘 아는 어떤 분의 이마에도 이런 흉터가 있습니다. 지옥갱에 입갱 될 때 신분증으로 새겨진 것이라고 하더군요. 이게 그것과 너무 유사해서 한번 여쭤본 것입니다."
"그, 그런가?"

"예! 뭐, 말씀하시기 무엇하면 안 하셔도 됩니다."
"으음! 이 상처는… 이 상처는…."

사면호협은 진실을 말할 것인지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였다. 장일정의 반짝이는 눈빛 때문이었다. 그것은 사실을 알고 있으니 이실직고하라는 말과도 같다 느꼈던 것이다.

'숨기려 하면 더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몰라. 그러니 사실대로 말하는데 나을까? 아냐, 말해선 안 돼! 아냐, 말해야 돼! 뻔히 알고 있어. 저 눈빛이 그걸 말해. 그러니 말해야 돼! 그래, 말하자. 차라리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하면….'

한참 고심하고 있던 사면호협은 결국 말하는 것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입을 열려하였다. 이때 누군가가 병사로 들어섰다. 부술 준비를 하겠다던 호옥접이었다.

"상공, 준비 다 되었어요."
"어! 그래? 수고했어. 그런데 어디서 부술을 시전할 거야?"

"음! 여기 이 탁자 위에…."
"알았어. 어르신 이 낭자를 좀 저쪽으로…."
"응! 그, 그러세."

장일정과 사면호협이 조심스럽게 사라를 탁자 위에 올려놓자 능숙하게 시술도구를 챙기던 호옥접이 입을 열었다.

"수고하셨어요. 이제 부술을 시전할 것이니 어르신도 밖에서 기다려주세요."
"아, 알겠네."

"저어! 어르신!"
"……?"

"그 흉터, 소생이 한번 없애보고 싶은데 괜찮으신지요?"
"이것도 없앨 수 있는가?"

"예! 장담할 수는 없지만 아마 가능할 듯합니다."
"그, 그런가? 고, 고맙네."

사면호협은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얼른 병사를 빠져나갔다. 그런 그의 등은 진땀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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