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48

보따리 내놔요! (6)

등록 2004.07.12 12:21수정 2004.07.12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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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들은 연꽃이 둘러진 아래받침돌 위에 쌍사자가 윗돌을 받치고 있는 모습으로 조각되어 있소. 뒷발로 버티고 서서 가슴을 맞대어 위를 받치고 있는 모습이오. 이렇게 말이오.”

이회옥은 몸짓으로 어떤 형상인지를 설명했다.


“그런데 다른 건 뭐가 다르다는 거죠?”
“그것은 사자 대신 합장한 비구(比丘 : 승려)가 조각되었소.”

“어머! 그래요? 그럼 금방 눈에 뜨이겠군요.”
“하하! 아니오. 웬만큼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교묘하게 조각되어 있소.”

“그래요?”
“그것을 밀면 옆으로 돌아가는데 그 아래가 땅굴의 입구이오.”

“으음! 그랬군요.”
“……!”

대화가 끝나자 또 다시 정적이 흘렀다. 마땅히 나눌 대화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을 깬 사람은 조연희였다.


“저어, 혹시 아버님이 어찌 되셨는지 아시나요?”
“아니오. 알아보려 했지만 알 수 없었소. 미안하오.”

고개를 젓는 이회옥을 본 조연희는 얼른 손사래를 쳤다.


“어머! 아니에요. 미안하긴요.”
“소생이 백방으로 알아보았으나 아직 알지 못하였소이다. 어디 계신지 알기만 하면 꼭 구해낼 것이니 너무 심려치 마시오.”

“고, 고마워요.”
“고맙긴요. 어르신은 제게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는…”

이회옥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연화부인이 손수 밥상을 차려들고 들어섰기 때문이다.

“호호! 오래 기다렸지?”
“어머니! 소녀가…”
“아니 괜찮다. 자, 너도 앉아라.”

밥상을 본 이회옥은 고개를 숙였다. 차려진 음식을 보자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상위에 차려진 음식 가운데 어떤 것은 오래 전 뇌흔과 함께 철검당에 갔을 때 먹었던 음식이었다. 그때 어머니의 솜씨임을 알아보았다면 일이 이처럼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방옥두만 따돌리면 언제든 밖으로 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때는 외원만 벗어나면 되지만 지금은 내원의 삼엄한 경계를 뚫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여 내심 한숨을 쉬고 있을 때였다.

“급히 차리느라 몇 가지 하지 못했다. 허나 맛있게 먹어다오.”
“어머니…!”

밥 뚜껑이 열리면서 허연 김이 올라오자 이회옥의 눈에서는 눈물이 핑 돌았다. 중원인들은 밥을 먹지 않는다. 그렇기에 태극목장에서 먹어본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때는 단촐하지만 행복하였다. 아무 걱정도 없었고,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지금 부친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엄하면서도 자상하던 부친의 영상이 떠올랐기에 울컥하면서 콧날이 시큰해짐과 동시에 눈물이 솟은 것이다.

“휴우……!”

이 모습을 본 연화부인은 긴 한숨을 쉬었다.

꼬맹이였을 때 밥을 차려준 것이 마지막이었는데 어느새 장성한 청년이 되어 있는 것이 감개무량하기는 하였지만 굴곡진 지난 세월 때문에 절로 한숨이 나온 것이다.

“공자님! 밥 식겠어요. 어서 드세요. 어머! 이건 굴비가 아니에요? 이건 어디서 나셨어요? 호호! 중원에서도 굴비를 볼 수 있다니… 참 신기해요.”

조연희는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굴비를 보며 연신 감탄사를 터뜨렸다. 그러면서도 부지런히 젓가락을 놀려 살을 바르고는 이회옥이 떠먹기 좋게 밥 위에 얹었다.

이 모습을 본 연화부인은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서로를 서로에게 소개한 적이 없다. 그런데 마치 지어미가 지아비 대하듯 하자 의아했던 것이다.

“공자님! 이거 한번 잡숴보세요. 이건 어머니의 주특기 가운데 하나인데 더덕을 온갖 양념에 담갔다가 살짝 구워서는 살살 찢은 건데 너무 맛있는 거예요. 호호! 한번 맛을 보시면…”

“하하! 그건 더덕구이지 않소? 그러고 보니 입맛이란 서로 비슷한 모양이오. 나도 어렸을 적에 그걸 매우 좋아했었소.”
“어머! 그래요? 그럼, 아 하세요. 소녀가 넣어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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