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산대놀이 82

멈춰버린 그림자

등록 2004.07.13 08:57수정 2004.07.1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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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니나노 어허어 에 에호 에호 에헤에야 에 오호오호 에호이오 호 루 산이로구나 헤천 관악산 염불암은 연주대요 도봉 불성 삼막으로 돌아든다 아하아!"

시전의 한 구석에 사당패가 자리를 잡고 남자 둘은 소고를 치며 흥을 돋우고 예쁘장한 여자가 노래를 부르며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에에 에 어디히 지여어허 에헤에야 에 오호오호 에호이오 호 루 산이로구나 헤~ 단산봉황은 죽실을 물고 벽오동 속으로 넘나든다 아하아 경상도 태백산은 상주 낙동강이 둘러있고 전라도 지리산은 하동이라 섬진강수로만 다 둘러있다 에 -- "

사람들은 흥이 나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고 소고 소리 요란한 가운데 노래를 마친 여인은 춤을 추며 사람들로부터 돈을 거두기 시작했다.

"이놈들 물렀거라!"

사당패가 신나게 돈을 거두던 중에 사람들을 헤치고 다가오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포졸들을 이끌고 온 포교 백위길이었다. 문제인즉 길거리에서 여인이 노래를 부르며 사람들에게 돈을 모으는 것은 풍속을 문란하게 하는 행위라 하여 금지되었기 때문이었다.

"아이쿠 포교 나으리 관대히 보아주십시오."


돈을 줍던 사당패의 우두머리인 모갑(某甲)이 나서 포교의 소맷자락에 묵직한 감이 느껴질 만큼 엽전을 '쓱' 찔러 넣어 주었다.

"네 이놈 어찌 나보고 나으리라는 말까지 쓰며 이런 수작을 부리는 것이냐! 넌 포도청으로 끌고 가야겠다!"


백위길은 소매를 흔들어 엽전을 떨구고는 모갑을 끌고 가려했다. 노래를 부르던 여인이 백위길의 손을 잡으며 간곡히 부탁했다.

"보소보소 포교님 엽전 몇 푼으로 연명하는 우리를 너무 핍박하는 것 아니시옵니까?"
"그런 이들이 돈으로 날 매수하려 했느냐?"

이 때 끔적이가 구경하던 사람들을 헤치고 나와 백위길을 보며 인사하며 대신 사과했다.

"이거 제가 미처 시전을 돌보지 않은 탓이오니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백위길은 끔적이가 대신 사과하며 모갑을 끌고 가는 것을 만류하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가 굳이 만류하니 나도 부탁하나 함세. 큰 거리에서 여자가 소리를 하며 사당패가 놀다가 꼬장꼬장한 양반내들의 눈에 띄면 퍽 곤란하니 적당한 자리를 마련해주게나."

그리고선 백위길은 더 이상 관여하기 귀찮다는 듯 포졸들을 이끌고 가버렸다. 그 사이 백위길이 떨군 엽전을 줍던 여인이 끔적이에게 연실 고마움을 표시하며 술이라도 받아주겠노라고 성화를 부렸다. 끔적이는 그 여인이 하는 양이 싫지 않아 못 이기는 척 사당패를 따라 주막으로 따라 나섰다.

"자, 받으시오."

한적한 주막에서 여인은 끔적이에게 연거푸 술을 권했다. 끔적이는 마다하는 것도 없이 막걸리를 연거푸 들이켰다.

"난 이곳 시전에 있는 끔적이라 하오. 이름이 어찌되시오."

평소 술에 그리 약하지 않은 끔적였지만 여인이 따라주는 술을 거푸 마시다 보니 어쩐지 빨리 취하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하하하…. 그러고 보니 통성명도 제대로 하지 않았군요. 그럼에도 이렇게 절 따라 온 것을 보니 여색을 좋아하시는 모양이옵니다."

여인의 말은 어쩐지 노골적인 구석이 있었다. 끔적이는 다시 한 번 여인의 이름을 물었다. 여인은 다시 한 번 간드러지게 웃었다.

"이제 곧 잠이 드실 터인데 제 이름은 들어 무엇하시겠습니까?"

여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끔적이는 앉은 그 자리에서 옆으로 벌렁 누워 까무룩 잠이 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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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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