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는 제일 무서운 곤충이었다.김규환
내가 어렸을 땐 아이들에게 사마귀가 많았다. 많다고 하는 것보다 아예 점령을 했다고 보는 게 맞다. 손과 발에 불청객이 도사리고 있는 모습이란 정말로 끔찍하다. 미용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건강에도 하등 쓸모없던 사마귀. 탱탱 불은 보리밥테기보다 더 큼지막하고 징글맞은 사마귀였다.
그 때는 가운데가 쏘옥 함몰된 사마귀가 왜 그리 많았을까. 오히려 2~30년이 지난 그 시절이 지금보다 생활환경이 더 좋았는데도 예외 없이 사마귀가 있었다. 피부암이었을까? 아니지. 암암자(癌)는 입구(口)자 세 개 뭉쳐있는 것으로 질병의 덩어리(口口口)라고 표현되며, 그 덩어리가 산(山)을 이룬 것을 암(癌)이라고 쓴다. 하지만 사마귀가 있었어도 아무 이상 없이 40년 가까이 살고 있는 것 보면 암은 아닌 듯싶다.
그 조직은 암처럼 피부 속을 베트콩 지하 땅굴 미로를 본 딴 듯 굽이굽이 퍼져 있다. 꽝이 박힌 무 뿌리도 아닌 것이 말이다. 기괴한 이상 세포는 파내도 금세 망령처럼 되살아나 끈질긴 생명력을 발휘하곤 했다. 마치 고구마 뿌리를 열댓 개 뭉쳐 심어놓아 얼기설기 뻗은 듯 하다.
특히 여름에는 없던 사마귀가 더 많다. 처음에는 땀띠인 듯 오돌오돌 돋아나다가 며칠 지나면 쑥쑥 자라 하나였던 것이 둘 셋 넷 새끼를 친다. 어미 사마귀 주변엔 열댓 개나 흉측하게 붙어 있다. 마치 암탉이 병아리를 거느리고 있는 형상이다. 정말 지긋지긋하다. 짜증까지 난다.
거치적거리다보니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누나나 형들은 평소 사마귀를 보면 세 가지 처방을 한다. 티눈과 다른 점은 티눈은 어쩌다 한 개 박히는데 사마귀는 한두 개로 끝나지 않았다.
“엄마, 너무 성가셔요.”
“글면 짚시랑물을 맞아라.”
여름비가 무던히 내리던 날 어머니는 초가지붕 처마 끝을 타고 똑똑 떨어지는 물이 효험이 있다고 했다. 2~3년 된 이엉과 용마름이 안쪽에서 썩어서 흘러내리는 갈색 짚시랑물에 손을 대서 소독을 하는 것이다. 두엄 침출수 같은 물을 맞는 기분은 영 아니었다. 얼굴까지 빗물이 튀어오르니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