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흥찐방을 유명케 한 심순녀씨박도
안흥찐빵은 국민의 찐빵
안흥찐빵 마을은 행정상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안흥리’로 아주 자그마한 면소재지 시골 마을이다.
안흥면은 인구가 3천명도 안 된다. 이런 작은 마을이 전 국민의 입에 익게 된 것은 바로 이 고장의 명물 ‘안흥찐빵’ 때문이다.
필자도 2년 전에 강릉에 다녀오면서 이곳을 지나다가 일행 중에 한 분이 안흥찐빵 마을에 한 번 들러보자고 해서 알았다.
횡성 IC를 빠져나와 애써 이 마을을 찾은 끝에 무려 두 시간 남짓 기다린 후 찐빵 두 상자를 산 적이 있었다(둔내나 새말IC로 빠져나온 게 찐빵마을과 더 가깝다).
요즘 같은 불황에도 안흥찐빵은 주말이나 피서 철이 되면 몇 시간씩 기다려서 맞돈을 주고 사야한다.
마을 들머리에는 ‘안흥찐빵 마을에 오심을 환영합니다’라는 팻말이, 면사무소 앞에는 ‘안흥찐빵은 국민의 찐빵’이라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면사무소가 있는 장터(관말)마을에는 “옛날, 본가, 토속, 솔잎, 시골, 전통, 유명한, 예전, 원조, 시조…” 등 20여 곳의 찐빵가게가 들어서 있다.
필자가 이 마을에 온 뒤, 몇 집을 기웃거리면서 1천원어치(3개)씩 사서 찐빵 맛을 비교해 보았는데 대체로 맛이 비슷비슷했다. 가게마다 안흥지방의 본래의 찐빵 맛을 지키려는 노력도 역력히 보였다.
입소문으로 유명해진 ‘안흥찐빵’
수소문 끝에 안흥찐빵을 가장 먼저 시작한 ‘심순녀안흥찐방’ 주인 심순녀(60)씨를 몇 차례 연락하여 어렵게 만났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심씨는 젊은 시절 밀가루 반죽을 너무 많이 하여 요즘 관절에 이상이 생겨서 병원에 치료받으러 가기 때문에 시간을 맞추기 어려웠다고 사과했다.
안흥 마을 들머리에 있는 ‘심순녀안흥찐빵’ 가게에서 심순녀씨와 마주 앉았다.
“37년 전인 23살 때부터 먹고살기 위해 장사를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안흥지서 앞 노점에서 호떡을 부쳐 팔았어요. 그러다가 찐빵, 만두, 어묵 등 가짓수를 늘렸지요.
그때는 하루에 두 번씩 쌀을 팔아서 식구들의 양식을 했지요. 아들 딸 모두 5남매를 뒀는데, 세 끼 밥 먹기도 엄청 어려웠어요. 그래서 자식들에게 모두 공부를 제대로 못 시킨 게 부모로서 늘 미안하고 아직도 한으로 남아 있어요.”
심씨는 당신이 살아온 얘기가 소설 한 권은 더 될 거라고 했다. 지서 앞 노점에서 월세 4천원짜리(1970년대) 가게로 옮긴 뒤, 기존의 메뉴(먹을거리)에다가 핫도그, 김말이, 튀김 등을 덧보태 팔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