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익어가고 있는 삼겹살이종찬
"요즈음 삼겹살 한 근에 얼마죠?"
"9000원입니다. 작년 이맘 때 소고기 값도 이보다 조금 더 쌌지요. 아마도 제가 이 장사 시작한 뒤에 지금이 가장 많이 오른 가격일 겁니다."
"그렇네요. 올 봄에만 하더라도 삼겹살 한 근에 4000원 했는데, 불과 몇 개월 사이에 두 배도 넘게 올랐네요."
"제 깐 게 오르면 얼마나 더 오르겠어요. 곧 예전처럼 떨어질 겁니다."
매주 일요일 저녁이 되면 우리 가족은 늘 삼겹살을 구워 먹는다. 큰딸 푸름이와 작은딸 빛나가 일요일 저녁만 되면 으레 정해진 행사처럼 삼겹살을 구워달라고 나를 마구 보채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냥 보채는 것이 아니다. 두 딸은 일요일 저녁에 삼겹살을 구워먹지 않으면 마치 큰 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간혹 형님댁이나 처가에서 가족들의 모임이 있는 일요일 저녁, 두 딸을 데리고 집을 나서면 두 딸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오늘 저녁 내 삼겹살 날아갔다!"란 소리를 내뱉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어떤 때는 두 딸이 배가 부르다며 아예 따라 나서려 하지 않을 때도 제법 있다.
이제 내년 봄이면 중2가 되는 푸름이와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는 빛나는 어릴 적부터 삼겹살을 참 좋아했다. 그것도 약간 탈 정도로 바삭바삭하게 구운 삼겹살을 소금을 푼 참기름에 찍어 파저리, 밥과 함께 상추에 싸먹는 것을 특히 좋아했다. 그 때문에 우리집 냉장고 냉동실에는 삼겹살이 떨어지는 날이 거의 없었다.
내가 푸름이와 빛나만 할 때는 고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비릿한 것을 몹시 싫어했다. 그런 까닭에 육류든 생선이든 고기라고 하는 것은 아예 입도 대지 않았다. 심지어는 밥상 위에 오른 고기 냄새가 싫어 밥그릇과 반찬 두어 가지를 들고 방구석 저만치 돌아 앉아 밥을 먹기도 했다.
"니는 부처 새끼 될라꼬 그라나? 와 이 비싼 고기로 안 묵노? 다른 아(아이)들은 고기가 없어서 환장을 하는데."
"고기만 보모 속에서 구역질이 올라오는데 우짤낍니꺼."
"사람이란 기 원래부터 잡식성이라서 가끔 고기도 묵어야 된다카이. 그라이 아침 조회하다가 자빠지지."
"고기가 싫은 거로 우짤낍니꺼?"
나는 어릴 적 빈혈이 조금 심했다. 동무들과 땅따먹기를 오래 하다가 허리가 아파 일어서면 눈앞이 노래지면서 수많은 별들이 반짝거렸다. 초등학교에서 아침조회를 하느라 열중 쉬어 자세로 제자리에 오래 서 있다가 나도 모르게 땅바닥에 그대로 쿵 하고 넘어지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나뿐만 아니라 그런 동무들이 제법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게 고기를 먹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저 급하게 먹은 음식이 체했거나, 몸에 기생충이 있어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동무들도 눈앞이 노래지면서 별이 뜰 때마다 아까 먹은 밥이 소화가 되기도 전에 기생충이 다 훔쳐먹어서 그런 것이라고 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