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무장한 인상이. 아빠가 만들어 준 매끈한 때죽나무로 만든 목검에 활, 부지갱이였던 단검까지 찼다송성영
그동안 인상이와 밥과 얽힌 얘기는 엄청 많지만 그 중 사람들에게 종종 재미 삼아 얘기하는 한 '사건'이 있습니다. 아마 작년 봄이었을 것입니다. 녀석이 마당에 들어서며 "학교에 다녀왔습니다"에 토를 달았습니다.
"엄마, 나 오늘 일등했다!"
"뭐? 일등!"
아내는 눈이 휘둥그래졌습니다. 우리 부부가 참교육 운운하며 지 아무리 아이들 등수 따위에 별 관심이 없다고는 하지만 자식놈이 일등을 했다는 소리에 '참교육'이고 뭐고 순간, 눈에 뵈는 게 없더군요. 반에서 홀로 백점이라도 맞았나 싶었습니다.
"백점 맞았냐? 니들 반 오늘 시험 본 겨?"
"아니, 전체에서 일등 했어."
"전체에서? 뭘루 일등했는디, 달리기는 아닐 테구."
"밥을 일등으루 먹었지."
녀석은 아주 진지하고도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더군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칭찬은 뒀다가 뭐하겠습니까. 부모 된 도리를 다했지요.
"그려, 잘혔어. 아주 잘 혔다. 우리 집 밥돌이가 최고여. 그려, 밥이 최고지..."
우리 식구가 살고 있는 곳이 계룡산 주변이다 보니 도 닦는 사람들이 더러 찾아옵니다. 계룡산에서 몇 년, 강원도 태백산에서 몇 년, 도합 10여년을 도 닦고 있는 어떤 후배가 그럽니다.
"내가 말유, 산에서 도 좀 딱겠다구 요것저것, 약초에 베라별 잡 곡식에 몸에 좋다는 거 먹을 만큼 먹어 보았지만 쌀밥만한 게 없더라구요."
그 이후로 그 후배 별명이 '쌀밥'이 됐는데, 그 후배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쌀밥만한 보약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옛날 옛적에 '마당쇠'가 이런저런 보약을 잘 챙겨먹어서 거시기한 '마님'에게 힘을 썼겠습니까? 보약을 먹게 되는 것은 몸이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몸이 좋다면 따로 보약을 먹을 이유가 없고 또한 몸이 좋으면 쌀밥만 먹어도 충분히 건강할 것입니다.
적어도 우리 집 인상이를 보면 그렇습니다. 녀석은 태어나서 보약 한첩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에이, 비, 시, 디 알파벳이 들어가는 비타민 따위를 정기적으로 복용한 적도 없습니다. 3년 전부터는 독감주사조차 맞지 않았지만 감기 때문에 병원 신세 져 본 적이 없습니다. 그게 다 '밥심'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밥을 먹지 않고 초저녁에 잠들면 시간과 장소 여하 불문하고 중간에 일어나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워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 집 밥돌이, 인상이. 반찬이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시장이 반찬입니다. 맹물에 밥 말아 김치 쪼가리 하나면 그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