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역사소설> 흐르는 강 43

대원군 집정기 무장개화세력의 봉기, 그리고 다시 쓰여지는 조선의 역사!

등록 2005.03.04 23:15수정 2005.03.0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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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는 않지요. 이 총의 장점은 두 발의 총환이 장전된다는 것과 근거리싸움에 유용하다는 것입니다. 보시다시피 삼십 보 거리에서는 표적을 놓치는 일이 없고 맞았다하면 반드시 표적을 상하게 하고 맙니다. 단 한 알의 납덩이에 의존하는 명중률과는 다른 면이 있지요. 잠시 다른 시범을 보시지요."

박 서방이 설명을 마치고 다시 지시하자 사수들이 총을 잡고 자세를 잡았다. 전면에 표적을 약간의 공간을 내어 세 개씩 겹쳐 세우되 사람에 따라 오 보, 십 보, 십 오보, 이십 보, 삼십 보로 거리를 조절했다.


"방포!"

사관의 구령에 따라 한 사람씩 산총을 발사했다. 또 다시 하얀 연기가 사대를 뒤덮었다. 연기의 양으로 미루어도 화약의 양이 보총보다 많음은 익히 짐작할 수가 있었다.

산총에 맞은 표적은 거리에 따라 구멍이 뚫린 양상이 제각각 달랐다. 오 보 앞에서 맞은 표적은 상평통보만한 크기로 세 겹의 표적이 처음부터 끝까지 깨끗하게 구멍 나 있었다.
십 보 앞의 표적 또한 두 치 넓이로 구멍이 뚫려 세 겹의 송판 표적이 모두 떨어져 나갔다. 이를 지켜본 사람들이 사람의 몸에 구멍이 뚫렸을 경우를 연상하는지 이맛살을 찌푸리면서도 놀라운 표정이 역력했다.

십오 보와 이십 보의 표적은 첫 번째 송판을 훵하니 짓이겨 놓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표적에 구멍을 내어 놓았다. 다만 마지막 삼십 보 거리의 표적만이 첫 번째 표적에 무수한 구멍을 내고 일부는 두 번째 표적에 일부는 세 번째 송판에 들어가 박혀 있었다.

"이 거리 안에서라면 갑옷을 입은 사람이라도 한 방의 총환으로 끝낼 수 있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박 서방이 말을 하는 사이 삼십 보 밖의 말뚝위에 질그릇들이 나란히 얹혀 있었다. 이번에 사수들이 조준과정 없이 '앞에 총'을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방포!"


사관의 구령에 따라 앞에 총 자세에서 곧바로 사격자세로 전환하며 일시에 발사했다. 미처 조준할 시간도 없을 것 같은 짧은 찰나의 일이었다. 그러나 사격 후에 표적으로 삼은 질그릇들은 흔적도 없이 부서져 튀어 올랐고 말뚝도 여기저기가 뜯겨져 있었다.

여기저기서 함성과 함께 박수 소리가 나왔다.

"바로 이것입니다. 보총은 설사 근거리라 할지라도 정확한 조준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적중이란 언감생심일 것입니다. 그러나 산총은 대략의 지향사격만으로 놀라운 적중률을 자랑하니 반응하는 시각을 훨씬 빨리할 수 있습니다. 다음 시범을 보시지요."

박 서방의 말이 떨어지자 다섯 명의 사수 중 흰 얼굴에 동안인 동이만 사대에 섰다. 그리고는 앞으로 총을 모아 쥐고 아까워 같이 기다렸다.

"하앗!"

사대 왼편에서 기합과 함께 사내 하나가 질그릇 접시를 힘껏 허공으로 날렸다. 사대의 반대편으로 높이 날아오르던 접시가 정점에 다다를 때였다.

탕,

총소리와 함께 질그릇 접시의 파편이 산산이 튀어 가루로 흩뿌려졌다.

"어잇!"

이번엔 사대 오른편의 사내가 접시를 날렸다.

탕,

조준자세를 풀지 않고 있는 동이가 발사한 두 번째 총탄에 또 다시 접시가 부서져 튀었다.
총소리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듯한데 동이는 총을 꺾어 신속히 위아래 약실에 총환의 장전을 마쳤다.

"하이."
"어잇."

동이가 총구가 지면을 지향하는 듯한 조준자세를 잡고 기다리자 이번엔 사대 좌우에서 두 개의 접시가 동시에 날아올랐다.

탕 탕,

거의 한 발인 듯 동시에 발사된 총탄이 각각 삼십 여개의 납구슬을 날리고 질그릇 접시에 닿아 접시를 원래의 흙으로 되돌려 버렸다.
공중에서 먼지와 함께 흩뿌려지는 두 개의 접시를 바라보며 사람들은 넋을 잃고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새를 맞출 수 있는 총, 이것이 바로 이 산총이올시다!"

실수 없는 깔끔한 시연에 힘입어 박 서방이 외치자 사람들이 제각기 환호했다.

"역시 명사수 동이 최고다!"
"마두산의 영웅 동이 만세!"
"군기소 야장이 만세!"
"대단한 산총 일세!"

사람들이 일어나 제각각 열광하는 사이 병무영장 김민균이 박 서방에게 조용히 묻는다.

"저 안의 총환이 납이 아니라 쇠라면 더 큰 위력을 낼 터인데?"

"하하하, 그렇긴 하겠습니다만, 산총의 총강(銃腔)이 넓어서 발사된 구슬들이 총강벽을 두드리며 나아가게 됩니다. 이 때 총강의 재질보다 무르고 연한 납구슬이라면 모르되 강한 쇠구슬이라면 총강의 내구성을 보장하기가 어렵게 되기 때문이지요."

박 서방이 이유를 설명하자 영수 권기범이 김민균에게 농을 걸었다.

"허, 박 서방이 어련히 알아서 하였겠나."

"헤헤, 전 그저 궁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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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서.화에 능하고 길떠남에 두려움이 없는 생활인. 자동차 지구 여행의 꿈을 안고 산다. 2006년 자신의 사륜구동으로 중국구간 14000Km를 답사한 바 있다. 저서 <네 바퀴로 가는 실크로드>(랜덤하우스,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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