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사샘 물 마시고 11년 만에 아이 가졌어요

낙안 민속마을 신비한 처사샘 이야기

등록 2005.03.30 00:33수정 2005.03.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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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신기했어요."


인터뷰 동안 여러 차례 신기했다는 말을 내뱉는다. 분명 효험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올해 나이 마흔하나의 문화관광 해설사 일본인 '고이케 사나에'. 11년 만에 아이를 갖게 된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면서 싱글벙글이다.

a 11년 만에 아이를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동료에게 해 주면서 기뻐하는 고이케 사나에(41).

11년 만에 아이를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동료에게 해 주면서 기뻐하는 고이케 사나에(41). ⓒ 서정일

<오마이뉴스>에 이 연재 기사를 시작할 때 동네 사람들로 부터 낙안읍성 뒤편, 금전산 중턱에 신기한 샘 하나가 있다는 소릴 들었다. '물을 마시면 아이를 갖게 된다는 신기한 샘'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저 흔하디 흔한 전설이려니 하고 수첩 한편에 '처사샘'이란 메모만을 남기고 기억 속에서 지워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3개월이 흘렀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취재를 위해 낙안읍성 동문을 지나치던 기자의 눈에 조금 몸이 무거워 보이는 한 여성이 들어왔다. 한손엔 안내 팸플릿을 들고 다른 한손으로는 이마의 땀을 닦아가면서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는 모습, 그런데 놀랍게도 그녀는 '처사샘'에 대해 관람객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a 금전산 중턱에 10여m 높이의 바위가 있고 그 틈으로 자그마한 동굴이 있다. 그 안에는 또다른 동굴이 있는데 물이 고여 있고 그 샘을 처사샘이라 부른다

금전산 중턱에 10여m 높이의 바위가 있고 그 틈으로 자그마한 동굴이 있다. 그 안에는 또다른 동굴이 있는데 물이 고여 있고 그 샘을 처사샘이라 부른다 ⓒ 서정일

결혼하고 한국에 온 지 11년, 아이가 없어 늘 마음에 걸렸다는 사나에. 병원에도 다녀 보고 좋다는 약도 구해서 먹어 봤지만 특별한 징후가 나타나지 않아 걱정이 태산이었다고 말한다. 한국에선 아이가 있어야 시부모와의 관계도 원만해진다는 말을 들었기에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동료인 나지숙씨가 "속는 셈 치고 처사샘에 가보자"는 제안을 해 작년 8월 뙤약볕 속에서 금전산을 올랐고 그곳에서 물을 마시고 빌었더니 놀랍게도 아이를 갖게 되었다고 했다. 철석 같이 그 물을 마시고 아이를 갖게 되었다고 믿는 그녀 앞에서 의심의 표정을 짓는다는 건 실례가 되는 듯 싶어 "축하한다"는 말로 얼버무렸지만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없는 생생한 증언이었다.


a 굴 안의 또다른 굴은 1m 정도의 깊이, 80cm 정도의 폭이며 아래는 막혀 있다.

굴 안의 또다른 굴은 1m 정도의 깊이, 80cm 정도의 폭이며 아래는 막혀 있다. ⓒ 서정일

그럼 마시면 아이를 갖는다는 처사샘은 어떤 샘일까? 낙안읍성 뒤, 금전산 구릉 해발 500m 지점에 10여m 높이의 바위가 있다. 틈 사이로는 굴이 있는데 옛날에 처사가 살았다고 처사석굴이라 부른다. 입구는 좁아 한사람이 기어서 들어갈 정도지만 들어가 보면 꽤 넓고 높아 어른 대여섯명은 너끈히 앉을 수 있다.

그런데 들어가 보면 굴이 또 하나 더 있다. 깊이가 1m 정도 되고 직경이 80cm 정도 된다. 그 안에 물이 고여 있는데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것 하며 바닥이 막혀 있는데도 물이 넘치지 않고 이끼도 끼지 않는다고 하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부정한 사람이 물을 마시려 하면 마르고 벌레가 나온다는 얘기가 전해져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할 만큼 정갈한 샘이다.


a 방문하는 사람들은 신기하다는 듯 굴 속을 들여다 보면서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다.

방문하는 사람들은 신기하다는 듯 굴 속을 들여다 보면서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다. ⓒ 서정일

마을 사람들에 따르면 가끔은 신기한 듯 구경 오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작년 8월 사나에처럼 아이를 가질 수 있게 해 달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샘물을 찾는 사람들은 오르는 자세부터 다르다고 한다. 7월이 예정이라는 사나에. 오늘을 마지막으로 관광해설사 업무를 그만 두게 된다. 건강한 아이를 순산하고 감사의 마음으로 다시 한번 처사샘을 찾아 시원하고 맑은 물을 마실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해 본다.

덧붙이는 글 | 함께 의견을 나눠보자 낙안읍성(http://www.nagan.or.kr)

덧붙이는 글 함께 의견을 나눠보자 낙안읍성(http://www.naga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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