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정통무협 단장기 306회

등록 2005.11.15 11:44수정 2005.11.15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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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천문을 정리하면서 얻은 정보냐?"

"살천문의 문주인 우교에게 직접 들은 말입니다."


"휴…우."

이미 담천의가 초혼령을 발동해 살천문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는 보고를 받은 바 있었다. 자신 역시 담명을 호위했던 우교가 살천문의 문주라는 사실에 놀랐던 터.

"하지만 네가 우교를 죽인 것은 실수라 할 수 있다. 네가 그 자에게 얼마나 알아냈는지는 모르나 그 자가 알고 있는 사실은 적지 않았을 것이다."

담천의는 씁쓸한 고소를 머금었다. 이미 중원에는 우교가 담천의의 손에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살천문의 살수들 역시 대부분 균대위의 손에 의해 처리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고, 그 이후로 살천문은 중원에서 사라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담천의는 사실대로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목까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내뱉지 않고 애써 다시 삼켰다. 아직 우교의 존재가 알려져서는 안 된다. 그의 존재는 오직 자신만이 가진 마지막 패(牌)가 되어야 했다.


"그가 알고 있었던 것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 역시 누군가의 음모에 의한 희생자였습니다."

누군가의 음모에 의한 희생자라는 말에 주왕은 담천의의 눈을 직시했다. 이 아이는 그 동안 흉수에 대해 얼마나 알게 된 것일까? 어쩌면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보다 더 많은 사실을 알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모용화천!"

주왕은 고개를 끄떡였다.

"이제 우리는 서로 말이 통할 것 같구나. 모용화천이란 자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있느냐?"

"천지회 회주 중 한명이라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믿을 만한 정보는 없습니다. 이름도… 모습도… 특징도, 아니 실제 존재하는지도 의심스럽습니다."

"그래… 너는 아주 올바른 판단을 하고 있다. 과거에 네 부친이 이끌던 균대위에서도 모용화천이란 자를 죽이려 노력했지. 모용화천이라고 파악된 인물을 두 명이나 죽였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모용화천은 천지회의 회주였지."

기이한 일이었다. 분명 천지회의 회주인 모용화천을 추적해 죽였다. 하지만 모용화천은 여전히 존재했다. 전과 다름없이 천지회의 회주로 명을 내리고 움직였다. 더욱 치밀하게 조사를 하고 추적해 들어갔다. 분명 모용화천임을 확인하고 죽였다. 그런데도 모용화천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진정한 모용화천을 죽이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본래 모용화천이라는 자는 존재치 아니하고 대를 이어 천지회 회주가 되는 자를 모용화천이라고 하는지도 몰랐다. 정말 혼란스럽고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사부는 그 동안 모용화천에 대해 조사해왔다. 몇 가지 파악한 것은 있지만 도움이 될만한 내용은 거의 없다. 그가 여전히 천지회 세 명의 회주 중 한 명이라는 점, 분명한 것은 그가 실제 존재하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더 나아가 유곡을 제거한 현재에는 천지회의 모든 것을 움켜쥐고 있다고 봐야겠지."

"…!"

"그의 이름은 분명 모용화천이다. 또한 모용세가의 전대가주인 모용광(慕容洸)의 아들이자 현 가주인 모용화궁의 이복형이라고 추정되는 인물이다."

담천의는 내심 놀랐다. 모용이란 성씨는 희귀 성이다. 중원에 알려진 모용이란 성씨는 유일하게 무림세가인 모용가(慕容家).

"모용가도 관계되었습니까?"

"그렇지는 않다. 이 사부도 의심스러워 모용가를 조사했다. 그러던 중에 모용화천의 내력을 알게 되었지."

"…!"

"모용광은 혼인도 하기 전에 얼굴이 반반한 하녀를 건들었던 모양이다. 그 하녀의 몸에서 태어난 아이가 모용화천이었다. 하지만 모용가에서는 그 아이를 가문의 아이로 인정하지 않았다. 문제는 문란하고 음탕했던 그 하녀 탓이었지. 누구의 씨인지 모를 그 아이가 모용가의 피를 받았다고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사생아였다는 말이다. 사실 모용가는 자손이 귀한 관계로 모용가의 씨를 버리지 않는다. 하지만 장자인 모용광의 아이라면 그 아이가 모용가의 장손이 되는 것을 의미했다.

"결국 모용화천이 두 살이 되던 해 그 하녀와 모용화천은 모용가에서 쫓겨나야 했다. 그 후 그 하녀는 자살했다고 하는데 서너 살에 고아가 된 모용화천의 성장이나 행보는 알 수가 없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천지회의 회주가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아마 모용화천을 회주로 천거한 전대 회주만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을 터지만 그 회주마저 모용화천에 의해 살해당한 것이 아닌가 하다."

원말 우후죽순처럼 일어난 백련교의 준동으로 중원이 혼란스러웠던 시기였고, 난세였다. 더구나 너무 오래된 일이라 모용화천의 성장과정이나 행보를 알아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부의 말은 유곡이 한 말과 비슷했다. 유곡이 천지회의 회주가 된 것이 바로 그 전대회주를 잇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전대회주가 살해당했다고 담천의에게 말한 바 있었다. 그러고 보니 담천의는 한동안 유곡을 잊고 있었다. 지금 현 중원에서 유곡만큼 모용화천을 많이 알고 있는 자가 있을까?

(그는 천마곡에서 무엇을 확인하고 싶은 것일까?)

추혼귀견수 하공량은 유곡이 한 가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천마곡으로 갔다고 말했었다. 쫓기는 와중에서 그가 천마곡으로 간 이유는 오직 하나일 것이다. 모용화천이란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서였을 것.

"아직까지 뚜렷한 내용은 하나도 없군요."

담천의의 실망스런 어조에 주왕은 측은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흉수들의 배후에는 분명 모용화천이 있다. 강중은 남옥의 옥사를 처리하고는 곧 바로 몸을 감췄다. 자신의 할 일이 끝나자 아예 몸을 숨긴 것이지."

아마 담명 장군과 같은 꼴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언젠가 자신도 주원장에 의해 그렇게 버림을 받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흉수가 누군지 알았을 것이다. 남옥의 옥사를 처리하면서도 그는 담가장의 혈사를 비밀리에 조사했었으니까…."

강중으로서는 아마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담가장의 혈사를 직접 본 그로서는 동료이자 자신의 상관인, 그리고 사적으로는 형제라고 생각했던 담명 장군의 죽음을 그대로 넘길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남옥의 옥사가 끝날 즈음 이 사부는 강중과 만났다. 공로를 치하하고 위로해 주기 위한 자리였지."

"…?"

"술을 많이 마신 것 같았다. 잔뜩 취해 있었지. 혀가 말리는 것 같았는데 이 사부에게 말을 던지더구나. 담가장의 혈사는 황실도, 천지회도, 백련교도들도 아니라고… 조심하라고… 대명의 국운이 끝날지도 모르니 조심하라고… 뜻 모를 말을 하더구나."

강중은 어떠한 사실을 알았던 것일까?

"그리고 자신은 더 이상 대명을 위해 일하지 않겠노라고… 하지만 그가 그렇게 갑자기 떠날 줄은 몰랐다."

"사부님께서는… 아니 비원에서는 그 사건을 조사하지 않으셨습니까?"

담천의의 지적에 주왕은 잠시 말을 끊고 물끄러미 담천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자책과 회한의 기색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컴퓨터에 이상이 생겨 매일 올리는 시각보다 3시간 이상 늦게 올리게 되었습니다.
독자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너그러운 아량으로 양해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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