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 사금파리 부여잡고 2부 172

심양으로

등록 2005.11.15 19:24수정 2005.11.15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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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

잔을 들고서 만지작거리던 차예량이 다시 설득을 하겠노라 말문을 열자 장판수는 씹던 음식을 꿀꺽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뭐, 하나마나한 소리는 그만 두시라우. 어차피 예량이 너래 진실로 심양에 갈 마음이 없었던 거 아닌가? 그건 그렇다 치고… 내래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야 겠네."

침통한 장판수의 표정을 보며 차예량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혹시 형님에게…."

장판수는 다시 술을 조금 마셨다.

"나 역시 약조를 지키지 못했어… 형님 분은 역적 정명수를 죽이려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셨네."


그 순간 차예량은 손에 든 잔을 떨어트리고서는 벌떡 일어나 장판수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잡아 흔들었다.

"그 무슨 소리요? 내 형님의 목숨을 구해 달라 그리도 부탁했거늘 그런 꼴을 보고만 있었던 것이오? 어서 형님을 살려 내시오. 살려내란 말이오!"


장판수는 차예량이 흔드는 데로 있다가 한순간 손을 뿌리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내래 최선을 다했네! 허나 차선달은 나를 버려두고 광대로 변복까지 하면서 끝끝내 자신의 길을 택했어! 그런데 자네는 뭔가? 심양으로 가지 않고 여기서 이들과 뭘 하고 있는겐가?"

"나… 난."

차예량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하며 '형님'을 외쳐대었다. 보다 못한 두청이 하인을 불러 차예량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도록 지시했다. 차예량을 내세워 장판수를 설득해보고자 했던 두청의 시도는 이로서 끝이었다.

"이보라우. 내래 생각이 좀 바뀌었어. 여기서 머물면서 마음을 정리해야 할 것 같아."

장판수의 말에 두청은 귀가 솔깃해졌다.

"그러시겠소? 내 급히 마음을 먹지 않겠으니 편히 쉬시오. 자리는 마련해 드리리다."

그 순간 객잔 주인이 앞으로 나서 조용히 말했다.

"이보게 두청. 말이 틀리지 않는가? 여기서 저 자가 확답을 내리지 않으면 마땅히 서로 칼을 겨루어 볼 기회를 준다고 하지 않았는가?"

장판수는 객잔주인의 조용한 발걸음이 예사롭지 않음을 눈치 챌 수 있었다.

'검술에 조예가 깊은 자이다.'

두청은 객잔주인을 엄히 보며 손을 들었다.

"내 자네의 말을 잊지 않고 있네. 장초관이 내일까지 아무런 말이 없으면 자리를 주선하겠네."

두청의 객잔주인은 순순히 물러서지 않고 장판수를 쳐다보며 특이한 어조로 말했다.

"바로 네가 이진걸과 윤계남을 죽이고 만봉이를 불구로 만든 놈인가?"

장판수는 두청을 쳐다보며 물었다.

"만봉이라면 전에 남한산성에서 상대했던 자를 말하네?"

두청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판수는 객잔주인을 노려보았다.

"그건 맞는데 내래 친구인 윤계남이를 죽이지는 않았어. 말은 바로 하자우."
"그래? 어찌되었건 이진걸에게 검술을 배웠는데도 그를 이겼다면 보통실력은 아닌데 지금이라도 나와 진검으로 겨루어 볼 생각은 없는가? 물론 너의 목숨은 보장할 수 없다."

장판수는 은근히 화를 돋우는 객잔주인의 말에 칼을 쥐고 마주서고 싶었지만 당장 그런 행동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더구나 칼을 다시 잡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적이 있었고, 상대가 풍기는 기운 또한 심상치 않아 장판수는 상대가 제안해온 대결이 어딘지 모르게 내키지 않았다.

"두청 그 땡중 말대로 그런 건 내일이라도 늦지는 않아. 혹시 아네? 내래 뜻을 같이 하기로 한다면 이런 대결이 무슨 의미가 있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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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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