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성금 일천만원이 들어오던 날, 퇴근 길 학교 앞 은행 캐쉬에 들러 통장을 확인하고서 만세를 불렀던 필자윤근혁
나는 요즘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직을 유지하느냐 마느냐로 깊이 생각하다가 당분간 쉬는 게 좋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시민기자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직이요, 철 밥통은커녕 쪽박으로 언제든지 자의로 물러날 수 있는 자리다. 하지만 요즘 따라 내가 눈치도 없이 그 자리마저 오래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티즌들은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얼굴을 원할 거다. “떠날 때는 말없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동안 네티즌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온 이로서 그분들에게 인사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기사를 올리지 않는 게 예의가 아닐 것 같아서 성원에 대한 감사인사와 그만 쓰게 된 사연을 드린다.
이 기사를 쓰다가 그동안 몇 꼭지나 썼는지 알고자 기자회원방으로 들어가니까 등록기사 586건이라고 나왔다. 2002년 7월 8일 <영웅을 찾아서(내가 보낸 기사 제목)>을 보낸 뒤 3년 남짓한 기간동안에 쓴 기사 량이다. 이 기사들을 쓰기 위해 국내기행은 물론 중국 일본 미국까지 누볐다. 이 기사를 쓰기 위해 컴퓨터 자판기를 얼마나 두드렸는지 모른다. 그런 때문인지 네티즌들의 열화 같은 사랑도 받아 언감생심 생각지도 못했던 워싱턴까지 다녀왔다.
쪽지함으로 온 메일
다시 기사를 쓰고자 초고꼭지로 돌아오려는데 쪽지함에 메일이 왔다.
제목 : 홍준수 선생님 관련.
보낸 사람 : 홍00
안녕하세요. 홍준수 선생님의 아들 홍00이라고 합니다. 아버님에 대한 글들을 찾다가 우연히 박도 기자님의 글을 보고 반가워서 이렇게 인사남깁니다. 날씨가 차갑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글들 기다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뜻밖에도 내가 가장 존경하는 고등학교 때 은사의 자제분이 보낸 메일이었다. 그분은 캐나다에 살고 있는 걸로 아는데 용케 내 기사를 본 모양이다. 그분의 아버지 홍준수 선생은 정말 훌륭한 분으로 사표가 될 양심과 도덕심을 가진 참 스승이셨다. 나는 홍 선생님에게 특별활동으로 교내 편집실에서 기사 작성법을 배우면서 학생기자 활동을 하였다. 내가 그동안 600꼭지 가까운 기사를 줄기차게 쓸 수 있었던 원천은 그 선생님의 가르침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