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도서 가이드] 2005년이 가기 전에 이 책을!

등록 2005.12.26 11:23수정 2005.12.2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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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나니아 연대기 –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나니아 연대기>
<나니아 연대기>시공주니어
다음 주인 12월 29일 극장 개봉 예정으로 원작이 해리 포터 류의 판타지 소설이라는 정도 밖에 알려져 있지 않지만 C. 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는 어슐러 르 귄의 <어스시의 마법사>와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과 더불어 세계 3대 판타지 소설의 하나로 전 세계적으로 이미 8500만 부 이상 판매된 초대형 베스트셀러 소설이다.


전 7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작품을 이번에 한 권으로 묶어 새롭게 출간하였으며, 주목할 만한 점은 이번 합본의 특징이 실제로 출간된 순서가 아닌, 제목 그대로의 연대기식 구성으로 되어 있다는 점. 즉, 전체 이야기의 서장이라고 할 수 있는 <마법사의 조카>는 실제 6번째로 쓰여졌지만 이 책에는 제일 앞장에 배치되어 있다.

이야기의 큰 흐름을 그대로 따라 연대순으로 읽는 재미도 괜찮거니와 무심히 지나쳤던 이야기가 전체적인 극 전개의 원류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실제 출간 순서대로 읽는 재미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결정은 각자의 몫.

1000페이지를 넘는 방대한 분량이 전개됨에도 불구하고 루이스의 쉽고 간결한 문제로 인해 쉽게 빠져들 수 있을 뿐 아니라 부록으로 실린 각 편의 모험담을 한 눈에 보여주는 전체 컬러 지도와 나니아 인명 사전 및 연대기 또한 이해에 도움을 준다.

참고로 이번 개봉작은 1편인 <사자와 마녀와 옷장>이지만 앞서 얘기한 <마법사의 조카>편을 먼저 읽은 후에 보러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하다(시공주니어 / 3만2천원).

[문학] 불륜과 남미 – 요시모토 바나나


<불륜과 남미>
<불륜과 남미>민음사
에쿠니 가오리와 함께 가장 사랑 받고 있는 일본 여류 작가인 요시모토 바나나가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면서 빚어낸 7편의 주옥 같은 단편들이 남미에서 만이 느낄 수 있는 화려하고 관능적인 색채를 듬뿍 머금은 채 다가 오는 새로운 감각의 여행 소설집.

그런데 '불륜'이라니? 실제 남녀의 그런 관계를 지칭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일상에서 벗어난 특별한 경험, 바로 남미의 낯선 나라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면서 바나나가 몸으로 느낀 열정적이고 짜릿한 경험을 한 마디로 표현한 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바나나라는 애칭 만큼이나 그녀만이 구사할 수 있는 '참으로 기발하고 발칙한 표현'임에 틀림없다.


"이 책을 읽었던 독자들이 여행을 하면서 어쩌다 같은 장소에 들렀을 때, '아, 그 얘기에 나오는 주인공이 이쯤에 있으려나'하고 생각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던 바나나의 바람과도 같이 독자들 또한 이 특별한 아르헨티나 여행을 통해 그녀가 느낀 발칙한 경험, 불륜 속으로 시나브로 빠져들 수 있다.

이는 일반적인 여행 에세이에서는 느낄 수 없는, 소설이란 장르가 갖고 있는 이야기체 구성이 여행이란 행동에 보다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참고로 바나나가 소개한 아르헨티나의 특별하고 색다른 경험은 조만간 타히티 섬을 다녀와서 쓴 '타히티 이야기'로 옮겨 와 보다 새롭게 펼쳐질 예정이라고 한다(민음사 / 1만원).

[문학] 우리는 사랑일까 – 알랭 드 보통

<우리는 사랑일까>
<우리는 사랑일까>은행나무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가 서서히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가운데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이 재출간되기 시작하면서 에세이집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인문서 <불안> 등 그의 전작들이 출간과 동시에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등 새삼 알랭 드 보통이 회자되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예전 <섹스, 쇼핑 그리고 소설>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던 작품이 <우리는 사랑일까>라는 새로운 제명으로 다시금 우리의 곁을 찾아왔다. 이 작품은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와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에 이은 연애소설 3부작의 마지막으로 어느 정도 재출간이 예견되었던 작품.

특히 공경희씨만의 감각적인 번역이 더해져 남녀 간의 연애 심리를 알랭 드 보통 만의 독특한 분석과 표현 방식을 통해 표현해 내고 있는 작품의 특성이 더욱 더 빛을 발하고 있다.

통상 연애소설 하면 생각되는 남녀간의 사랑과 갈등 그리고 화해를 통한 재회라는 사랑 공식과는 전혀 무관한 철학사상이나 영화와 문학을 접목한 예술적 기교가 엿보이는 것이 흡사 프랑소와 오종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어찌 보면 알랭 드 보통이 보여주는 포스트 모더니즘적 성향이 오늘날 신세대들이 생각하는 사랑관 인생관과 너무나 딱 부합하는 것이 아닐까?(은행나무 / 9800원)

[문학] 달려라, 아비 – 김애란

<달려라, 아비>
<달려라, 아비>창작과비평사
공지영, 신경숙, 은희경 등 이른바 386세대 트로이카의 뒤를 잇는 샛별이 등장했다. 엄밀히 말하면 은희경씨는 59년생이지만 너그러운 아량을 베풀기 바란다.

2002년 이상문학상과 2005년 올해 동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최근 각광을 받기 시작한 권지예씨는 은희경씨 만큼이나 늦깍이 데뷔한 작가인 만큼, 1970년대 생으로 외롭게 고군분투하고 있는 천운영씨 또한 이제는 중견 작가로 발돋음하고 있는 만큼 예외로 하자.

이제 만 25살의 나이인 1980년생. 이미 지난 2002년 대산 대학문학상을 수상하고, 2005년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에 <달려라 아비>가 선정되는 등 20대 중반의 나이가 믿기지 않게 문학계의 돌풍을 몰아 오고 있는 그녀 김애란.

문학평론가 김윤식 교수가 평했듯이 "익살스럽고 따뜻하고 돌발적이면서도 친근"한 작품세계를 선보이는 그녀의 작품은 흡사 이만교, 박민규의 그것들과 궤를 같이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가 선보이고 있는 쿨하면서도 신선한, 한편의 일상 속에 묻어나는 따뜻한 이야기는 자칫 자기 연민에 빠져버릴 수 있는 함정을 신세대의 통통 튀는 유쾌한 화법으로, 그러면서도 절대 가볍지 않은 깊이가 있는 노련함까지 묻어나고 있다.

주의의 관심과 시선이 혹 부담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는 기우에 묻히리라. '김애란은 지금도 계속 뛰고 있다. 달려라, 김애란!'(창작과비평사 / 9800원)

[소설] 개 –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 김훈

<개>
<개>푸른숲
한 나라의 운명을 짊어진 당대 최고의 영웅 이순신의 고뇌하는 인간적 모습을 통해 삶의 모습를 얘기한 <칼의 노래>, 무너져 내리는 가야국의 현실 속에서 무기의 길과 다름아닌 악기의 길을 걷는 예인 우륵의 삶을 담은 <현의 노래>와 같은 작품을 통해 그만의 궁극적인 미학을 보여줬던 작가 김훈이 이번엔 아주 평범하기 그지없는 개 한 마리를 통해 다시금 우리의 삶을 토해낸다.

"나는 개 발바닥의 굳은살을 들여다 보면서 어쩌면 개 짖는 소리를 알아들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세상의 개들을 대신해서 짖기로 했다. 짖고 또 짖어서, 세상은 여전히 고통 속에서 눈부시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칼과 악기에서 이젠 개발바닥의 굳은 살을 통해 척박한 세상이지만 주어졌기에 순응하고 감내하며 살아가는, 그러나 그 속에 숨어있는 진정한 삶의 의미를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물론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남성적이면서도 비장미 넘치던 튼튼한(?) 문체에 열광했던 독자들이라면 이 작품의 부드럽고 유려한 문체에 잠시 당황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극적인 서사구조는 부족하더라도 진돗개 '보리'의 성장소설을 통해 2005년 한해를 마감하며 자신을 뒤돌아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을 마련해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푸른숲 / 9800원).

[에세이] 나에게는 55cm 사랑이 있다 – 윤선아

<나에게는 55cm 사랑이 있다>
<나에게는 55cm 사랑이 있다>좋은생각
올해 초 방영된 < KBS 희망원정대, 히말라야에 가다 >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진 감동의 히말라야 산행과 더불어 히말라야에서 치러진 윤선아, 변희철씨의 아름다운 산상 결혼식을 통해 말 그대로 뼈가 부서지는 고통을 딛고 이뤄낸 특별하고도 애절한 사랑의 결실이 맺어지는 감동적인 순간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이다.

그렇게, 세인들로 하여금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아 있었던 윤선아씨가 누구나 삭막하다고 말하는 이 시대에 좌절과 실의에 빠진, 그리고 사랑을 잃고 방황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녀가 걸어왔던 짧지만 긴 27년의 삶을 담은 이 에세이집을 통해 "삶도 사랑도 결코 만만치 않지만 그 속을 때론 고통스럽게, 때론 행복하게 통과하는 것 자체가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커다란 공감을 불러일으켜 주고 있다.

'성공한 장애인'과 '장애인이어서 행복합니다'란 말에 공감하기는커녕 너무나 솔직하게 비장애인을 부러워하고, 인터넷 DJ를 통해 지금의 남편 변희철씨를 만나 결혼하기까지의 알콩달콩 연애담을 들려주는 그녀는 영락없는 또래의 신세대 여자들과 다름이 없다.

그러면서도 평탄한 길이 아닌, 히말라야와 같은 험난한 길을 회피하지 않고 맞서서 씩씩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며 마침내 정복해 낸 그녀의 모습에서 이제는 순탄한 하산의 길과 같은 편안하고 행복한 인생만이 기다리고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좋은생각 / 9500원).

[문학] 돼지들에게 – 최영미

<돼지들에게>
<돼지들에게>실천문학사
<서른 잔치는 끝났다> <꿈의 페달을 밟고> 이후 무려 7년 만에 선보인 최영미 씨의 세 번째 시집. 기간도 기간이거니와 올 초 <흉터와 무늬>라는 소설을 발표, 갑작스레 소설 잔치를 시작한 그녀이기에 이번 작품은 2005년 연말, 그녀의 팬들에게 보내주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싶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1부에서 선보이고 있는 <돼지들에게> 연작으로 이를 통해 이 세상의 모든 거짓과 위선으로 점철된 욕망에게 던지는 날카로우면서 통쾌한, 딴으로는 내 이야기인가 싶어 짐짓 놀라게 만드는 풍자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랴. 직접 느껴보기를 강력히 권한다. 그래도 아쉬운 감을 달래기 위해 한 꼭지를 소개한다.

언젠가 몹시 피곤한 오후, / 돼지에게 진주를 준 적이 있다. // 좋아라 날뛰며 그는 다른 돼지들에게 뛰어가 / 진주가 내 것이 되었다고 자랑했다. / 허나 그건 금이 간 진주. / 그는 모른다. / 내 서랍 속엔 더 맑고 흠 없는 진주가 잠자고 있으니 // (중략)

그가 가진 건 / 시장에 내다 팔지도 못한 못난 진주. / 철없는 아이들의 장난감으로나 쓰이라지. / 떠들기 좋아하는 돼지들의 술안주로나 씹히라지. // (후략)

- <돼지들에게> 중에서.
(실천문학사 / 8천원)

덧붙이는 글 | 추천하는 도서들은 <이주의 오마이북>의 코너를 통해 소개되었던 작품들을 조금씩 손을 봐서 다시 한번 소개해 드림을 밝힙니다.

덧붙이는 글 추천하는 도서들은 <이주의 오마이북>의 코너를 통해 소개되었던 작품들을 조금씩 손을 봐서 다시 한번 소개해 드림을 밝힙니다.

나니아 연대기

C. S.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시공주니어,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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