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천후 우리집 반찬, 꼬마 돈가스

한 입에 쏘옥 들어가서 아이들이 더 좋아해요

등록 2006.02.05 11:15수정 2006.02.07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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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연

이제 다섯 살 난 딸아이는 요즘 들어 한창 나름으로 '입맛'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맛에 대한 자신의 취향'을 분명히 알고 엄마에게 어떤 요리를 해 달라고 요구할 정도로 많이 자랐다는 것이겠죠. 그런 딸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한편으론 무척 흐뭇하긴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상당히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가능하면 햄버거나 피자 같이 너무 기름진 음식이라든지 패스트푸드 종류에 입맛을 빼앗기지 않도록 꽤 신경을 써 왔건만 어느새, 정말이지 너무나 신기할 정도로 아이는 그런 음식들에 홀딱 반해버린 것 같기 때문입니다.

어린 딸이 그 작은 입술을 움직이며 혀짧은 소리로 '엄마, 무엇 무엇을 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너무도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안나, 뭐 먹을래? 엄마가 뭐 만들어줄까?"하고 물어보다가도 "햄버거, ○○○치킨"이란 대답이 나올 때면 저절로 눈을 흘기게 됩니다. 그리고 나오는 대답은 뻔하지요. "안 돼. 다른 것 중에서 골라봐"라구요.

그때부터 다섯 살 짜리 딸아이와 엄마의 팽팽한 머리싸움은 시작됩니다. 대개 이러면 아이가 정말 배가 고프다면 제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서 '엄마를 흡족하게 만들어 줄 대답'을 만들게 됩니다. 볶음밥이나 딸기잼 샌드위치, 혹은 김밥 등이 주로 등장하지요. 그러니까 엄마가 흔쾌히 만들어 줄 법한, 솔직히 ○○○○햄버거나 ○○○치킨보다는 좀 맛이 덜한 메뉴지만 나름대로 차선책으로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 마디로 '배가 불렀을 때'에는 태도가 달라집니다. 엄마의 "NO" 대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럼 그만두쇼'란 식으로 소파에 가서 벌렁 드러누워 심드렁한 표정으로 비디오를 보거나 하는 겁니다. 그건 바꿔 말해 햄버거나 피자, ○○○치킨은 배가 좀 불러도 더 먹을 수 있는, 그것도 아주 기쁜 마음으로 먹어줄 수 특별한 메뉴란 얘기입니다.

엄마로서는 아주 괘씸한 일이지요. 아이의 태도가 그럴 때면 저는 한두 번 머리를 더 굴려야 합니다. '정말 배가 고프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한 일종의 제스처인지?'를 파악해야 하니까요.

'먹기 싫어하는 아이는 배고파서 찾아 먹을 때까지 그냥 굶기자'란 생각으로 대부분 저도 모른 척해 버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썩 가볍지만은 않더군요. 거의 매일 있는 아주 짧은 순간의 머리싸움 내지는 기싸움이 가끔은 피로로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동시에 도대체 그 패스트푸드점의 메뉴들은 무슨 비결로 아이들 입맛을 빼앗아 간 것일까 정말 궁금하기도 하구요. 제 기억으로 아이에게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를 사 준 것은 손꼽아 몇 번 되지 않는데 그 맛이 아이에게 그렇게 강한 매력으로 남았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울 만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저에게도 아이의 혀를 매료시킨 메뉴가 하나쯤은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엄마표 꼬마 돈가스'입니다. 사실 제 입맛은 달콤한 소스를 흠뻑 뿌린 넓적한 '기사님 왕 돈가스' 쪽이지만 딸아이에게 '어필'하기 위해 하나씩 집어 먹기 쉽도록 고기를 손가락 길이로 잘게 썰어 튀기고, 무언가 찍어 먹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욕구를 맞춰주기 위해서 소스도 곁들이는 식으로 좀 변형을 시켜 봤습니다. 이름도 '꼬마 돈가스'라고 지어보구요.

'엄마표' 꼬마돈가스를 몇 개씩 튀겨서 상에 올리는 날이면 아이가 스스로 식탁에 와서 앉아 숟가락을 두드립니다. 그런 날은 밥 한 공기 수북하게 담아서 케첩과 함께 아이 앞에 내어주고 돌아서며 속으로 쾌재를 부르지요.

"앗싸! ○○○○햄버거, ○○○치킨, 오늘은 내가 이겼어."

빵가루를 입히는 과정까지 한 번에 넉넉하게 만들어서 냉동실에 보관해두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반찬이 되는 꼬마 돈가스, 같이 만들어 보실래요?

재료
돼지고기(쇠고기도 무방) 돈가스용 반 근 (손가락 길이로 썰어서)
고기 밑간용 소금, 후추, 소주 3큰술(맛술, 청주도 무방)
달걀 1-2개
카레 가루(1큰술)
빵가루 3-4컵
튀김용 기름 적당량
시판 돈가스 소스 혹은 토마토 케첩

만드는 법
1. 먼저 고기를 소금, 후추로 밑간을 해서 냉장고에 반나절 정도 넣어 둡니다.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밑간을 해둬야 간이 속속들이 스며들어 맛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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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연

2. 1의 고기에 달걀과 카레 가루를 풀어 넣어 잘 섞어 줍니다. 카레 가루를 넣어주면 돼지고기 냄새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요. 카레향이 입맛을 돋워주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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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연

3. 2의 고기에 빵가루를 묻혀줍니다. 빵가루는 좀 넉넉하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해요. 위생장갑을 낀 손으로 꼭꼭 눌러가며 꼼꼼하게 묻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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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연

4. 빵가루 입히는 과정까지 마친 돈가스를 넉넉하게 준비해 플라스틱 통에 차곡차곡 냉동실에 넣어두면 전천후 반찬이 됩니다.
한 켜 올릴 때마다 비닐랩을 깔아주면 달라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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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연

5. 빵가루 한 톨을 넣어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바로 올라올 정도로 기름을 끓인 후 겉이 노릇해지도록 두 번 튀겨내면 끝이에요. 커다란 크기의 돈가스보다는 튀기는 시간이 짧습니다. 타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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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연

페이퍼 타월에 받쳐 기름을 뺀 후 커다란 접시에 밥, 야채와 함께 담아내면 먹기도 편하고 설거지도 편하죠. 돈가스 소스나 케첩에 양겨자를 첨가하면 맛이 더욱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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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연

덧붙이는 글 | '멋대로 요리' 이효연의 홍콩 이야기 http://blog.empas.com/happymc
 돈가스는 어찌어찌 맛을 내겠지만 햄버거 만큼은 아무리 애를 써도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 맛을 낼 수가 없더군요. 이 길고 지루한 싸움은 언제까지 계속 될지요?

덧붙이는 글 '멋대로 요리' 이효연의 홍콩 이야기 http://blog.empas.com/happymc
 돈가스는 어찌어찌 맛을 내겠지만 햄버거 만큼은 아무리 애를 써도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 맛을 낼 수가 없더군요. 이 길고 지루한 싸움은 언제까지 계속 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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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방송에 홀릭했던 공중파 아나운서. 지금은 클래식 콘서트가 있는 와인 바 주인. 작은 실내악 콘서트, 와인 클래스, 소셜 다이닝 등 일 만드는 재미로 살고 있어요. 직접 만든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고 피아노와 베이스 듀오 연주를 하며 고객과 공감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때의 행복이 정말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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