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 대신 매운 버섯칼국수로 신년맞이한 이유?

집에서 끓여 먹는 버섯칼국수

등록 2006.02.07 12:13수정 2006.02.0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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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연

얼마 전 홍콩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맞게 될 설 연휴를 보냈습니다. 말 그대로 홍콩의 설 분위기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약 한 달 전쯤부터 도심 곳곳을 설날 분위기가 나도록 장식하는가 하면 백화점이나 상점들은 마지막 세일 열기로 북적였으니까요.

평소 조용하기만 했던 아파트도 설날 아침에는 서로 신년 인사를 주고 받느라 가뜩이나 큰 홍콩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울려 퍼지는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광동어는 억양 때문에 신년인사를 주고 받는 것도 마치 싸우는 소리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그토록 먹기 좋아하는 홍콩 사람들의 명절에 좀 괜찮다는 식당들은 모두 문을 닫아 설 당일 아침부터 오후 5시까지는 꼼짝없이 집에서 식사를 해결해야만 했습니다. 하긴 우리도 추석이나 설 명절에는 대부분 상가들이 문을 닫으니 별로 놀랄 바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약간은 명절 축제 분위기에서 '즐기기'를 원했던, 아직은 반쯤은 관광객이란 생각으로 살고 있는 저희 가족에게는 좀 서운한 일이기도 했지요.

게다가 곧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사정 때문에 이런저런 귀국 준비를 하다보니 설 바로 전날 늦은 밤이 되어서야 '어머나. 내일이 설이구나'하는 생각을 퍼뜩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처럼 바로 달려나가 떡국떡을 사 올 수 있는 곳도 아니고 푸짐한 설 음식을 준비한 것도 아닌 데다가 주말이라서 냉장고까지 텅텅 비었기에 난감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설인데 떡국은 먹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남편이랑 딸아이에게도 무척 미안했고요.

그래도 설 명절 음식 대신 별미를 만들어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아침은 그저 평소대로 가볍게 먹고 나서 점심에는 버섯 칼국수를 끓이기로 작정했습니다. 난데없이 버섯칼국수를 앞에 둔 남편은 "설날에 갑자기 버섯 칼국수를 끓이게 된, 무슨 말 못할 이유라도 있느냐?"는 반농담 섞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뭐, 딱히 한마디로 대답은 못했지만 나름대로 몇 가지 이유는 있었습니다.

밥 대신에 국수를 먹을 수 있으니 떡국을 먹지 못한 아쉬움을 약간이나마 달랠 수 있고, 푸짐한 야채와 버섯을 먹을 수 있으니 건강에 좋고, 아무리 귀국 준비에 바쁘고 정신이 없더라도 남은 홍콩 생활을 하면서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자는 의미로 '정신이 번쩍 날 정도'로 매운 버섯칼국수를 준비했으니까요.

게다가 자작하게 남은 국물에 밥이랑 김가루, 야채, 달걀을 넣어 볶음밥을 만들어 다그닥 다그닥 냄비를 긁어가면서 먹는 그 '고향의 맛'으로 외국에서 명절을 맞는 허전함을 달랠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버섯과 야채에 국수, 거기에 밥까지 실컷 볶아 먹고 배를 채운 후 오후 늦게 식당이 문을 열 즈음 남편과 딸아이의 손을 잡고 나가 시원한 생맥주를 한잔했습니다. 집으로 들어오니 어느덧 저녁 시간이 되어 벌써 새해의 첫 날이 저물고 있더군요.

얌전하게 고명을 올린 뽀오얀 떡국을 먹으면서 말간 새해맞이를 해왔던 것과는 달리 올해는 뻘건 버섯칼국수에 볶음밥까지 억척스럽게 볶아 먹으며 좀 별나게 신년맞이를 했습니다.

어쨌든 나름대로 갖다 붙인, '버섯칼국수'를 만든 이유가 무색하지 않도록 정신 바짝차려 남은 홍콩 생활을 열심히 하면서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많이 남길 생각입니다. 오늘은 매콤한 국물에 다양한 야채와 우동면을 넣어 끓인 버섯칼국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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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연

재료
A. 국물재료- 물 4~5컵, 양파 반 개, 다시마, 멸치 7~8마리.
B. 고춧가루 양념- 고추장 1/2큰술, 고춧가루 2큰술, 소금 1/2 작은술, 액젓 1큰술, 맛술 1큰술, 국간장 약간, 다진 마늘 1큰술.
C. 야채 및 칼국수(우동) 준비- 버섯, 새우, 대파 등 준비 가능한 재료(제가 준비한 것은 느타리, 표고버섯, 고기, 당근, 대파, 새우, 관자 등이었습니다. 어떤 재료든 가능합니다).
D. 쇠고기 불고기 감- 1컵(불고기 양념해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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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연

1. 국물재료를 한데 넣고 20분 이상 팔팔 끓여 줍니다. 멸치를 녹차 우리는 차종이 주머니에 넣어 끓여 봤어요. 부스러기 하나 없이 깔끔하게 국물이 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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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연

2. 쇠고기를 불고기감 등 연하고 얇은 부위로 준비해서 불고기 양념을 조물조물해 둡니다. 미리 고기에 간을 해야 국물에 넣어 익혀도 맛이 좋지요. 맛있게 먹자면 언제나 손이 바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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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연

3. 생우동면을 준비했는데 칼국수였다면 더 맛이 좋았을 뻔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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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연

4. 팔팔 끓인 육수에서 멸치랑 다시마를 건져낸 후 고춧가루 양념을 풀어 다시 팔팔 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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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연

5. 핫 플레이트나 휴대용 버너에 얹고 고기와 버섯 등을 골고루 넣어 끓여 먹습니다. 맨 나중에 우동을 넣어 건져 먹고 자작하게 국물을 남기고 김가루, 당근 등 야채를 송송 썬 것, 김치 송송 썬 것을 넣어 볶음밥을 만들어 먹는 거지요. 달걀 한 개도 탁 풀어 넣으면 정말 그 볶음밥 맛이 환상 아니겠습니까?

덧붙이는 글 | 한국에 돌아가자마자 평소 즐겨 먹었던 '00 버섯 샤브샤브' 식당을 연달아 사흘은 찾을 생각입니다. 이번에 버섯 칼국수를 만들면서 가장 아쉬웠던 미나리와 쑥갓을 실컷 먹을 수 있으니까요.

'멋대로 요리' 이효연의 홍콩 이야기  http://blog.empas.com/happymc

덧붙이는 글 한국에 돌아가자마자 평소 즐겨 먹었던 '00 버섯 샤브샤브' 식당을 연달아 사흘은 찾을 생각입니다. 이번에 버섯 칼국수를 만들면서 가장 아쉬웠던 미나리와 쑥갓을 실컷 먹을 수 있으니까요.

'멋대로 요리' 이효연의 홍콩 이야기  http://blog.empas.com/happy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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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방송에 홀릭했던 공중파 아나운서. 지금은 클래식 콘서트가 있는 와인 바 주인. 작은 실내악 콘서트, 와인 클래스, 소셜 다이닝 등 일 만드는 재미로 살고 있어요. 직접 만든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고 피아노와 베이스 듀오 연주를 하며 고객과 공감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때의 행복이 정말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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