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일본, 동북아 '공공의 적'은 누구?

최근 동북아 스케치 ①

등록 2006.02.13 12:03수정 2006.02.1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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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북아에서 가장 현저한 특징 중 한 가지는 '공공의 적' 만들기 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집단 왕따'의 대상을 만들어 내기 위한 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

냉전구도가 뚜렷했던 198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과 소련이라는 2개의 뚜렷한 '공공의 적'이 있었기 때문에 굳이 새로운 '집단 왕따' 대상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뚜렷한 '적'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동북아 역내(域內) 국가들은 외교전략상 새로운 '공공의 적'을 창출할 필요성에 직면하게 되었다.

냉전 와해 이후 '공공의 적' 필요성 대두

지난 15년여 동안 진행된 상황으로 볼 때, 현재까지 동북아에서 '공공의 적' 후보 물망에 올라 있는 국가로는 북한·일본·중국·미국을 들 수 있다. 하지만 15년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동북아에는 '공인'된 '공공의 적'이 아직 확립되지 못했다.

중국이나 미국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뚜렷한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미국 학계에서 로스 먼로가 1992년 가을호 <폴리시 리뷰>를 통해 "중국으로부터 아시아의 위협이 나올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피력한 이후 세계적으로 중국위협론이 확산되기는 했으나 미국이 9·11 이후 전략상 중국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중국위협론은 일정한 수준으로 억제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남북한과 중국을 중심으로 반미감정이 힘을 얻고는 있지만, 세계 유일 패권국가인 미국을 '집단 왕따'시키기에는 아직 역내 국가들의 힘이 미약하다.


미국·중국을 '집단 왕따'시키기엔 역부족

그래서 지금 동북아에서는 북한과 일본이 유력한 '공공의 적' 후보로 압축되고 있다. 앞으로의 상황 전개에 따라 중국이나 미국이 또다시 부각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현재로 보아서는 양국 중 하나를 '공공의 적'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을 공공의 적으로 만드는 데에 적극적인 국가는 미국과 일본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핵 및 미사일 위협을 주장하면서 북한을 '범죄국가'로 만들려 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의 경우에는 이른바 '납치 피해자' 문제를 확대·재생산하면서 북한을 '파렴치한 국가'로 만들려 하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국과 북한은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상기시키면서, 일본이 '전과자'임을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 중국은 특히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쟁점으로 띄우면서 일본의 범죄적 기질을 폭로하려 하고 있다. 북한의 경우에는 일본의 과거 범죄를 전반적으로 상기시키는 방법으로 일본의 범죄적 기질을 공격하고 있다.

일본과 북한, 누가 '공공의 적'인가

그런데 일본을 비판하는 방법에 있어서 북한과 중국은 중요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과거 범죄를 쟁점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는 양국의 접근법이 동일하지만, 중국은 야스쿠니 문제 하나를 특화시키고 있는 데 비해 북한은 과거사 전체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하겠다.

특히 최근 중국의 야스쿠니 쟁점화는 북한을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한편, 일본의 국제적 고립을 초래하고 고이즈미 내각까지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 이는 중국의 야스쿠니 비판이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럼, '공공의 적' 만들기 경쟁에서 각국의 구체적인 손익계산서는 어떠할까? 그 점에 관하여는 제2편에서 계속 논의하기로 한다.

(제2편으로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덧붙이는 글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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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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