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우리 정부가 독도를 ‘섬’이 아닌 ‘암석’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인식 때문에 우리 정부가 배타적 경제수역(EEZ) 기점에서 독도를 배제한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심 의원은 그 증거로, 외교통상부가 자신에게 제출한 자료에 “지금까지 정부는 독도를 유엔해양법상 '암석'으로 보는 것이 해양법 규정상 충실하다는 명분과 실리면에서 유리한 면이 있다고 판단하여, 교섭안의 하나로 울릉도-오키(隱岐) 중간선을 제시한 바 있다"라는 기술이 있음을 제시했다.
여기서 잠시 용어를 정리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학자들마다 각각 다른 용어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여기서는 저명한 국제법 학자인 이병조 중앙대 법대 교수와 이중범 단국대 법대 교수의 입장에 따라 용어를 정리하기로 한다.
먼저, 섬(island)이라는 것은 “만조 시에 수면 위에 돌출하며 수면에 둘러싸인 자연적으로 형성된 육지”(국제연합 해양법협약 제121조 1항)를 말한다. 그리고 같은 조 2항에 의하면, 섬은 독자적인 영해·접속수역은 물론 EEZ와 대륙붕을 가질 수 있다.
섬은 독자적으로 EEZ 가질 수 있다
그리고 국제법상 암석(岩石)이라는 것은 간조(썰물) 때에만 출현하는 것을 가리킨다. 따라서 만조 시에는 바다 속에 잠겨 있는 것이 암석인 것이다. 그러므로 국제법상 개념으로 볼 때에는 독도는 암석이 아니다. 암석은 섬과 달리 영해·접속수역 혹은 EEZ나 대륙붕을 가질 수 없다.
그런데 국제법에는 암석 말고 암도(岩島)라는 것이 또 있다. 해양법협약 제121조 3항에 의하면, 암도라는 것은 사람이 자체적으로 거주 또는 경제적 생활을 영위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곳이다. 그리고 UN 해양법협약에 의하면, 암도는 암석과 마찬가지로 독자적인 배타적 경제수역이나 대륙붕을 가질 수 없다.
암도나 암석은 EEZ 가질 수 없다
만조 시에 수면 위에 돌출하고 수면에 둘러싸여 있다고 하더라도, 자체적 거주 또는 경제생활의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면 ‘섬’이 아닌 ‘암도’가 되는 것이다. 섬과 암도는 외형상 같지만, 바로 그러한 요건에 의해 구분되는 것이다. 암석과 암도를 구분하면, 암석은 만조 시에는 바다 속에 잠겨 있지만 암도는 만조 시에도 수면에 돌출한다는 점이 다르다 하겠다.
심 의원이 사용한 ‘암석’이라는 표현은 국제법상의 ‘암도’를 가리키는 것이다. <연합뉴스> 기사에서는 ‘암석’을 ‘rocks’로 번역했지만, 이병조·이중범 교수는 ‘암도’를 ‘rock'으로 번역하고 있다. 학술 용어는 학자들이 편의상 사용하는 것이므로, 심 의원이나 외교통상부가 학자들과 다른 용어를 사용하였다 하여 그것을 문제 삼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아무튼 이번 기회에 독도가 암도냐 섬이냐를 분명히 가릴 필요가 있을 것이다. 독도가 암도냐 섬이냐를 따지려면, 독도에서 사람이 자체적으로 거주하거나 또는 경제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느냐를 따져야 할 것이다.
물론 예전에는 독도에 사람이 거주하지 않은 기간이 있었으므로, 독도를 암도라고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 국민이 독도에서 자체적으로 거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거기서 경제생활도 영위하고 있다.
독도에는 주민이 있다
그러므로 지금 현재 독도는 분명히 ‘섬’인 것이다. 그리고 본토에서 충분한 지원을 하면, 자체적 거주 혹은 자체적 경제생활의 정도가 계속해서 나아질 것이다. 지리적 조건은 시대에 따라 계속 바뀌는 것이므로, 독도의 ‘섬’으로서의 기능도 앞으로 계속 보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독도는 ‘섬’이 아니라는 판단 하에 이를 국제법상 암도로 인식하고 나아가 독도를 EEZ 기점에서 배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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