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내부의 '동북공정'이 더 무섭다

성균관 대성전 위패의 '문선왕' 칭호를 없애야 한다

등록 2006.05.02 15:14수정 2006.05.0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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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공자연구원 홈페이지에 전시된 공자 관련 자료.
중국공자연구원 홈페이지에 전시된 공자 관련 자료.중국공자연구원
<'문선왕' 공자에 제사 지낼 수 없다>라는 기사와 관련하여 일부 독자분들께서 상당한 이의를 갖고 계신 듯하다. 여러 통의 이메일과 댓글 중에서 눈에 띄는 비판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공자 시대에는 왕이라는 제후가 없었다.
▲공자를 왕으로 칭하는 것은 단순한 존경의 표시일 뿐이다.
▲성균관 석전대제가 동북공정에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은 지나친 비약이다.

먼저 공자가 과연 중국의 '왕'이었는가를 살펴보기로 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공자가 과연 황제 아래에 있는 제후로서의 왕이었는가 하는 점이다. "중국 최초의 황제는 진시황(BC 259~210)인데, 그보다 200여 년 전 사람인 공자(BC 552~479)가 어떻게 황제 아래의 왕이 될 수 있었겠는가?"라는 질문은 일견 타당하게 보인다.

당연히 공자 시대에는 황제가 없었다. 따라서 그 시대에는 황제 아래에 있는 제후로서의 왕도 없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한나라(BC 202~AD 220) 시대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공자에 대한 제사를 지냈다. 그리고 당나라 때인 738년(開元 27년)에 황제 현종(玄宗)은 공자를 문선왕(文宣王)으로 책봉하였다. 이 책봉은 죽은 사람에 대한 책봉이므로 추봉(追封)이라 불린다.

산 사람에 대한 책봉이든 죽은 사람에 대한 책봉이든 간에, 공자가 당나라 때에 왕으로 책봉된 것은 사실이다. 책봉의 효과 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공자는 당나라 때 왕으로 책봉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성균관 석전대제(음력 2월·8월)는 엄밀히 말해서 공자에 대한 제사가 아니라 '문선왕'에 대한 제사라는 점이다.


한국은 중국의 제후국이 아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중국 제후에 대한 제사를 해마다 두 번씩 지내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인 학자들이 동북공정의 근거를 찾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판에,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중국의 왕에 대한 제사를 지내고 있다면, 동북공정에 대항하는 우리 스스로가 무색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도 조선시대의 국립기관이던 성균관에서 중국 왕에 대한 제사를 지내고 있다면, 이는 조선이 마치 중국의 제후국이었던 것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위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일부 독자들은 "왕이라는 칭호를 쓰는 것은 단순한 존경의 표시가 아닌가?"라고 묻는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공자는 당나라 현종 때에 중국의 정식 왕으로 책봉되었다.

그리고 '탁구왕'이니 '게임왕'이니 하면서, 특정인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왕'을 붙이는 것은 오늘날에 와서 생긴 현상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에, 사회 상위계층의 칭호는 후대로 갈수록 사회 하위계층으로 이전하는 현상이 있다. 예컨대, 예전에는 상류계층에서만 사용되던 '대감'이니 '마누라'니 하는 표현들이 이제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이 된 것과 마찬가지다.

존경이나 경의의 표시로 '왕'을 쓰는 것은 오늘날의 현상이며 과거에는 꿈도 꿀 수 없는 것이었다. 오늘날 누구나 '왕'을 쓸 수 있는 것은 지금에는 왕이 없기 때문이다.

경의의 표시로서의 '왕'은 현대적 용례

성균관 대성전 안의 공자 위패에 '문선왕'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것은 단순히 공자에 대한 경의의 표시가 아니다. 대성전 안의 위패에 문선왕이라고 표기한 것은 중국 제후 문선왕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다.

위에서도 강조한 바와 같이, 한국 수도 서울에서 중국 제후에 대한 제사를 지내고 있다면, 이는 우리 스스로 동북공정을 인정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중국인들이 보기에 중국의 제후에 대한 제사를 지내고 있는 곳은 당연히 중국의 제후국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제3자가 보더라도 이것은 분명히 중국 제후에 대한 제사다.

중국인 학자들이 향후 성균관 석전대제를 동북공정 논리에 이용하게 되면, 우리는 거기에 마땅히 대항할 논리를 찾기 힘들어질 것이다.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미리 대처하는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성균관과 유림들은 자신들의 전통을 고수하기보다는 우리 역사를 지키는 것을 더 우선시해야 할 것이다.

만약 성균관 대성전 안의 위패에서 '문선왕'이란 칭호가 제거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위패에 단순히 '공자'라고만 적는다면, 유교 성현 공자에 대한 제사의 성격으로 바뀌게 된다. 문제는 위패의 표현인 것이다.

우리 내부의 '동북공정'이 더 위험... 위패만 바뀌면 된다

그 어느 종교보다도 형식을 중시하고 또 한자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있는 유교에서 '문선왕'과 '공자'라는 표현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성균관과 유림들은 전통에 집착하려 하기보다는 '애국심'을 더 발휘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지금 중국의 동북공정을 비판하고 그에 대항하고 있지만, 이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바로 우리 내부의 '동북공정'이다. 중국이 노골적으로 추진하는 동북공정에 대해서는 차라리 대응하기가 더 수월할 것이다. 그러나 내부에서 벌어지는 또 하나의 '동북공정'에 대해서는 우리 자신이 빨리 인식하기 힘들 것이다.

피부가 곪는 것보다는 몸속이 곪는 게 더 치명적일 것이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항하는 것 못지않게 우리 내부의 동북공정을 먼저 제거하는 것이 더 급선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공자에 대한 제사를 비판하는 게 아니다. 예수님이나 부처님이나 공자님이나 누구나 다 한국에서 숭배를 받을 자격이 있다. 다만 이 글에서 문제 삼는 것은 중국 제후 '문선왕'에 대한 제사의 형식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주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사회 각 분야가 함께 노력하고 있는 마당에, 사회의 어른인 '유림'들께서 사회적 분위기에 역행하는 일을 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성균관에서는 예절학교 등의 형식으로 많은 어린이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그런 어린이들이 무의식적으로 동북공정에 동화될 위험을 막기 위해서라도, 성균관과 유림들은 하루빨리 '사대'의 흔적들을 지워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실린 글임을 밝힙니다.

덧붙이는 글 <뉴스 615>에도 실린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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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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