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 도전에 군법을, 국민주권 도전에 저항권을

[주장] 윤광웅 국방장관의 민주주의 소양이 의심스럽다

등록 2006.05.08 19:55수정 2006.05.0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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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윤광웅 국방장관은 평택 사태와 관련하여 “불법 폭력시위는 공권력에 대한 계획적인 정면 도전 행위”라면서 “관련 군법을 적절히 적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장관의 발언을 보면서, 그가 과연 민주주의 소양을 갖춘 공직자인가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가치관 속에서는 국민과 공권력 중 어느 것이 더 우선일까 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국방장관은 대통령의 명령을 따르는 사람이다. 국방장관이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는 국민을 상대로 공권력을 집행할 때에는, 최소한 미안해 하는 표정이라도 짓는 것이 사람의 도리일 것이다. 더군다나 외세의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우리 국민을 진압하고 있는 것이라면, 최소한 부끄러워하는 표정이라도 짓는 것이 인간의 도리일 것이다.

그런데 무슨 강한 신념의 소유자가 된 듯이 공권력 도전 운운하는 윤 장관을 보면서, 그가 과연 고난에 처한 우리 민족과 민중의 애환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평택 시위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정당성을 띠고 있다. 미국의 세계전략에 순응하지 않겠다는 자주성의 표현이기도 하고, 내 집과 학교를 외세에게 빼앗기지 않겠다는 생존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처럼 정당한 저항이기에, 현장에서 시위대를 진압하는 군·경 역시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진압 현장에서 여론의 추이에 관심을 표한 영관급 장교에 관한 언론 보도에서도 드러나듯이, 이번 시위를 진압하는 군·경의 마음도 편치 않을 것이다.

윤광웅 국방장관도 이번 사태가 갖는 자주적 혹은 인권적 의미에 관해 한번쯤은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시위대가 공권력에 저항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또 현장에 있는 진압 부대원들이 심리적 동요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한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도 대한민국 국민인 이상, 최소한 미안해 하는 마음 정도는 은연중에라도 표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가 국방장관 자리에 있기 때문에 시위대를 진압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국방장관이 ‘들떠’ 공권력 도전 운운한다면, 그의 양식이 의심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당당하고 소신 있게 ‘공권력에 대한 도전행위’라느니 ‘군법을 적용할 것’이라느니 하는 윤 장관의 모습을 보면서, 그가 진정으로 민주주의적 소양을 갖추고 있는 인물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윤광웅 장관이 잘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항의를 공권력에 대한 도전행위로 간주했다. 그리고 그런 행위에 대해서는 군법을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지금 한국정부의 평택 시위 진압은 국민주권에 대한 도전행위의 성격을 띠고 있다. 국민이 자주권과 생존권의 차원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잘못이라 할 수 없다. 오히려 그것을 물리적으로 진압하는 쪽이 잘못을 범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의 ‘죄인’은 평택 시위대가 아니라 바로 한국정부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사태의 본질은, 국민이 공권력에 도전하고 있는 게 아니라 정부가 국민주권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국민주권에 도전하고 있다면 국민은 당연히 저항권으로써 그에 항거하는 것이 정의일 것이다.

현행 대한민국 헌법이 전문(前文)에서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규정한 것은, 우리 헌법도 저항권을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가 될 것이다. 설령 공권력에 항거하는 것일지라도, 그것이 불의에 항거하는 것이면 그 정당성을 인정해 주는 것이 우리 헌법의 정신이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덧붙이는 글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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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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