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머나먼 별을 보거든 - 51회

희망을 찾아서

등록 2006.07.31 17:19수정 2006.07.3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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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찾아서


둥근 발이 달린 짐승은 솟과 수이가 숨어있는 나무에서 딱 멈춰서더니 뒤로 조금 물러서 나무를 힘껏 박았다. 그 바람에 나무는 잔뿌리가 들썩거리며 조금 기울어졌고 솟과 수이는 서로 힘껏 끌어안은 채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버둥거렸다. 둥근 발 짐승은 다시 한 번 나무를 들이박았고 나무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수이 뛰어!

솟은 나무에서 뛰어내려 수이의 손을 잡고 둥근 발 짐승에게서 조금이라도 멀어지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 뛰었다. 둥근 발 짐승은 금방 눈치를 채고서 들이박던 나무에게서 떨어져 솟과 수이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솟은 숨이 턱까지 차올랐고 수이는 더 이상 달리기에도 힘에 겨울 지경이었다. 분명 솟과 수이가 달리는 속도가 느려졌음에도 둥근 발 짐승은 간격만 유지할 뿐 더 이상 거리를 좁히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모른 채 솟과 수이는 흐느적거리며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필사적으로 숲을 향해 달렸다.

‘조금만 더!’

솟의 눈앞에 마침내 숲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수이를 잡은 솟의 손에서 힘이 쑥 풀려 버렸고 솟은 앞으로 나동그라져 버렸다.

-수이!


수이는 둥근 발 짐승의 머리 부분에서 튀어나온 몽둥이 같은 것에 사로잡혀 애타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솟은 분노에 사로잡혀 두려움을 한쪽 구석으로 힘껏 밀쳐내고서는 땅에서 돌 하나를 주어 둥근 발 짐승에게 힘껏 던졌다.

-깡!


돌은 정확히 맞았지만 둥근 발 짐승은 움찔하는 기색도 없이 그대로 수이를 잡아채고 있었다. 솟은 다시 한 번 돌을 던졌지만 이번에도 소용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솟은 품속에 지닌 날카로운 돌을 꺼내들고서는 괴성을 지르며 둥근 발 짐승에게 달려들었다.

-솟! 어서 도망가! 어서!

수이가 애타게 부르짖었지만 이미 분노로 이성을 잃은 솟의 행동을 저지할 수는 없었다. 솟은 언제 숨을 헐떡거렸냐는 듯이 단숨에 둥근 발 짐승의 머리위로 뛰어올라 그 머리를 날카로운 돌로 사정없이 찍기 시작했다.

-캉!! 깡!! 캉!

솟이 돌로 둥근 발 짐승의 머리를 찍을 때마다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순간 솟의 앞에서 둥근 발 짐승의 머리가 열리더니 이상한 짐승이 검은 막대기를 들고 불쑥 튀어나왔다. 솟은 크게 놀랐지만 곧 손에 든 돌을 고쳐 잡고 던질 자세를 잡았다.

-펑!

솟이 충격으로 정신을 깜빡 놓기 전에 본 것은 이상한 짐승이 잡고 있는 검은 막대기 끝에서 쏟아진 불꽃이었다. 그와 동시에 솟은 복부에 지독한 통증을 느끼며 둥근 발 짐승의 머리에서 힘없이 굴러 떨어졌다.

-솟!

수이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솟을 불렀다. 솟은 땅바닥에 누워 배를 부여잡고 끔찍한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거기에 수이를 구하지 못한 괴로움이 겹쳐져 솟은 마구 울부짖었다. 둥근 발 짐승은 기분 나쁜 포효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서 나뒹구는 솟을 향해 함부로 굴러 들어갔다.

-솟! 피해! 피하란 말이야!

수이의 애타는 울부짖음에도 불구하고 둥글 발 짐승의 둥근 발은 솟이 쓰러져 있는 곳을 그대로 짓밟고 지나갔다.

-솟!

수이는 둥근 발 짐승에게 높게 들려 사로잡힌 채 필사적으로 버둥거렸다. 둥근 발 짐승은 그런 수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무심히 몸을 돌려 숲을 등지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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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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