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이 처한 '지독한 패러독스'

[取중眞담] 교육부총리는 6번 교체, 조선일보 기자와는 임기 함께 하나

등록 2006.08.02 18:36수정 2006.08.02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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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은 지금 청와대가 취재를 거부한 언론사의 출입기자와는 5년 '임기'를 함께 하고, 5년 임기를 함께 하겠다던 교육부총리는 최소한 6명째를 임명해야 하는 지독한 패러독스에 놓여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교육부와 환경부 그리고 경찰청 등 정부 부처들과 공동 주최해온 상을 연달아 철회당한 <조선일보>의 분위기는 사뭇 비장해 보인다.

특히 경찰청이 <조선일보>와 함께 공동 주최해온 40년 역사의 청룡봉사상에 대한 철회 방침을 통보한 1일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등 관가에서는 <조선일보>가 휴가를 간 기자들까지도 불러들이는 복귀령을 내리는 등 '전면전'을 준비중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 측은 "낭설"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조선일보>로서는 이 문제가 확대되거나, 비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조선일보>는 기사와 사설말고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어떤 입장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사실 언론사가 정부와 공동으로 주최해온 시상에서 '파트너'인 정부가 손을 뗀다고 해서 언론사가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 또 <조선일보> 내부의 일부 분위기에서 감지되는 것처럼 정부가 공동 주최에서 빠진다고 해서 언론사가 당장 무슨 위기에 빠진다거나 야단법석을 떨 일도 아니다.

조선일보, "휴가 간 기자 복귀령은 낭설"

또 김대중 정부 시절의 언론사 세무조사나 참여정부 들어 추진된 신문법, 언론피해구제법 등과 비교하면 공동 주최 상 철회는 '새발의 피'다. 이 신문도 '옹졸한 정권 옹졸한 사람'이란 제목의 2일자 사설에서 저간의 '사정'을 이렇게 호소했다.

"조선일보는 이 정권 출범 이래 기사와 논평에 대한 집단적 소송을 비롯, 독자에게 신문을 배달하는 지국에 대한 지속적 감시와 사찰, 광고 수주 등 신문 제작의 전 부문에서 권력의 압박을 받아왔다. 권력의 강압이 심해질수록 독자의 성원 역시 강해졌던 게 조선일보가 지나온 3년 반 세월이었다."

그러나 <조선일보> 측도 권력과 언론의 관계에 비춰서는 언론 입장에서 이번 사안 자체가 갖고 있는 의미는 적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 공동 주최 철회를 '신호탄'으로 '전방위 장기전'이 펼쳐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선일보>의 '계륵 대통령' 보도가 나간 날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은 <조선일보>에 전화를 걸어 "정면 대응하겠다"고 통고했고, 이어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은 <조선일보>에 대한 취재 거부와 함께 "앞으로도 지속적 장기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대응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청와대에서는 '한 번 붙들면 뿌리를 뽑는' 노무현 대통령의 스타일로 볼 때 이것은 시작일 뿐이라고 예측하는 참모들이 적지 않다. <조선일보> 측도 청와대가 그 연장선 상에서 이번 일을 벌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래서 '정중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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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태평로 코리아나호텔 뒷편에 있는 조선일보 사옥 ⓒ 오마이뉴스 권우성


'계륵 대통령'과 '약탈정부'

이번 사건은 '김병준 죽이기'의 와중에 나온 '계륵 대통령' 칼럼이 사단이 되었지만, 누적된 감정이 분출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감정적 대응'으로 비치는 청와대의 '즉자적 반응'은 이번 기회에 다잡지 않으면 임기의 마지막 1년 반을 '식물인간'으로 지낼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을 반영한 것이다.

<조선일보>의 '계륵 대통령'과 <동아일보>의 '약탈정부' 기사에 대한 청와대의 1차 선전포고는 조선·동아에 대한 대통령비서실의 취재협조 거부로 나타났다.

<조선일보>의 청와대 출입기자는 노 대통령을 후보 시절부터 마크한 청와대 출입기자 중에서 현재까지 남아 있는 유일한 기자이다. 그런데 이 기자는 청와대 출입기자 중에서 유일하게 노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 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 대통령은 2003년 2월 국민들 앞에 참여정부 조각명단을 발표하면서 "저와 임기를 함께 할 분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런데 임기의 3년 반이 지난 오늘, 김병준 부총리의 자진 사퇴로 자신과 임기를 함께 할 것이라고 공언했던 교육부 장관마저 6번째 장관을 골라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오늘 사퇴한 김 부총리는 참여정부 들어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에 이어 두 번째 최단명 장관으로 기록됐다. 다른 부처도 아닌 교육부총리에서만 최단명 1, 2위를 기록한 셈이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김병준 구하기'의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게 되었다.

노 대통령은 지금 청와대가 취재를 거부한 언론사의 출입기자와는 5년 '임기'를 함께 하고, 5년 임기를 함께 하겠다던 교육부총리는 최소한 6명째를 임명해야 하는 지독한 패러독스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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