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사랑이 그리워지는 계절에 피어나는 꽃

[달팽이가 만난 우리꽃 이야기 51]벌개미취

등록 2006.08.21 08:46수정 2006.08.2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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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가을 들판에서 만나는 꽃들 중에서 '들국화'라고 부르는 꽃들이 있다. 감국이나 산국 같이 노랑꽃을 피우는 국화는 그 이름을 불러주지만 쑥부쟁이나 구절초, 개미취 등은 얼버무려 들국화라고 부른다. 엄밀히 말하자면 들국화는 아니지만 그냥 그렇게들 부르니 '들국화'라고 해도 어떤 꽃들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들국화'라고 부르는 꽃 중에서 가장 부지런히 피어나는 꽃, 여름의 끝자락을 붙잡고 피어남으로 이제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음을 알려주는 꽃은 '벌개미취'다. 그는 한국특산종으로 '별개미취' 혹은 약재와 관련하여 '조선자원(紫苑)'이라고도 한다. '벌'보다는 '별'이 더 정감 있고, 그들이 옹기종기 모여 핀 모양을 보면 하늘의 별이 땅에 박힌 듯하니 '별개미취'라고 부르면 더 예쁠 것 같은데 일반적으로 '벌개미취'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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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봄과 가을은 사랑의 계절이라고 한다. 봄바람이 여성들과 관련이 있다면 가을바람은 남성들과 관련이 있다고들 한다. '바람'은 단지 '바람(風)'일 뿐만 아니라 간절한 소망이기도 하다. 간절한 소망을 담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늘 그 마음이 설레기 마련이고, 그로 인해 삶이 지루해질 수가 없다. 그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는 바람에 삶의 활력을 얻는 것이다.

벌개미취의 꽃말은 참으로 다양했다. 비슷한 것도 있었지만 전혀 다른 의미를 간직하고 있는 것도 있었다. 어쩌면 그 꽃말은 가을을 닮은 꽃말들이다.

추억, 너를 잊지 않으리, 그리움, 청초 등이 그의 꽃말이다. 앞의 세 가지 꽃말이 통한다면 마지막 '청초'라는 꽃말은 가을하늘을 연상하게 하는 꽃말이다.

사계절 중에서 옛 애인이 가장 많이 떠오르는 계절은 가을이란다. 그래서 그 꽃말들이 추억이요, 그리움이요, 너를 잊지 않겠다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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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벌개미취는 쑥부쟁이나 개미취와 비슷하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 꽃이 그 꽃 같이 보이는 꽃이기도 하다. 벌개미취는 쑥부쟁이나 개미취에 비해 꽃잎도 많고, 줄기가 통통하다.

갯쑥부쟁이도 제법 통통하고 꽃잎이 많지만 바닷바람에 시달리다보니 키가 작다. 다른 꽃에 비해 풍성해 보이기에 조성용으로 많이 사용되어 우리 눈에 익숙하다. 야생의 상태에서 만나도 마치 누군가 조성해 놓은 것 같이 귀티가 나는 꽃, 그것이 벌개미취다.

여름이 오기 전 연한 줄기와 이파리는 나물로도 먹고, 뿌리는 잘 말려서 '자원(紫怨)'이라는 약재로 사용한다고 한다. 한약집에 가보면 약재의 이름이 즐비한데 그 즐비한 약재들의 대부분이 우리가 흔히 만날 수 있는 것들이라는 사실, 아주 몇몇을 제외하고는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것들이다. 그러니 우리 강산에서 나는 자생식물들 중에서 식용하는 것들을 잘 먹으면 음식 그 자체가 보약인 것이다.

날 것으로 바로 먹을 수 있는 것도 있고, 묵나물로 먹으면 좋은 것도 있고, 어떤 것은 독해서 물에 한참을 담갔다 먹어야 하는 것도 있다. 어떤 것은 간단한 양념을 해서 먹어야 하는 것도 있고, 어떤 것은 데쳐 먹어야 하는 것도 있다. 현대인들은 점점 우리네 조상들이 먹던 것들이 어떤 것인지 잊고 살아간다. 돈을 주고 사는 것만 마음 놓고 먹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더 심각한 건 그 돈을 주고 사는 것, 그것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것들인지는 누구도 자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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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그리움 가득 안고 피어났다.
지난 가을의 끝자락에 보았던
그 하늘이 그리웠다.

여름의 끝자락부터 가을의 끝자락까지
활짝 웃으면서 피어날 거야.
그 모든 날들 추억을 만들어가고,
그 모든 것들 잊지 않을 테야.

들판 여기저기 피어나기 시작하면,
여름의 끝자락이요, 가을의 시작이다.
들판 여기저기 꽃이 지기 시작하면.
가을의 끝자락이요, 겨울의 시작이다.
들판 여기저기 싹이 돋기 시작하면,
겨울의 끝자락이요, 봄의 시작이다.

그렇게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를 살아가는
벌/개/미/취/

<자작시-벌개미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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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누굴까? 꽃 한 송이 따서 잔잔한 물에 던져 놓을 줄 아는 운치를 가진 이는 누구였을까? 뜨거운 햇살에도 여전히 물 속의 꽃은 화사하게 웃고 있었다. 그 마지막 순간까지도 웃을 수 있는 것이 꽃이다.

간혹 꽃 산행을 하다 보면 흔한 꽃들 한 다발 꺾어다 사랑하는 이의 가슴에 안겨주고 싶을 때가 있다. 그리고 그 꽃다발을 받아줄 그 누군가가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왜냐하면 어떤 사람은 꽃을 보아도 마음이 메말라 사랑하는 이에게 꽃다발을 줄 생각을 못하고, 어떤 사람은 꽃다발을 전해줄 이도 없이 살아가기 때문이다.

가을이면 들국화가 들판에 가득 피어날 것이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꽃다발을 만들어 보자. 아니면 한두 송이 따서 사랑하는 이의 귀에 꽂아주자. 환한 웃음, 그를 보면서 잠시라도 옛 사랑을 떠올려보자. 그리고 그렇게 웃으며 그리움, 추억으로 남겨두고 우리가 사랑하며 살아가야 할 사람을 더 많이 사랑하자. 가끔, 사랑은 아픔이고, 외로움이기도 하지만 더 많이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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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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