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조영은 어느 나라 사람인가

발해사에 관한 2가지 쟁점

등록 2006.09.10 15:05수정 2006.09.1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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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해사의 소속 문제를 두고 논란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698년 대조영에 의해 건국되어 926년 거란족에 의해 멸망된 발해라는 나라와 관련한 논쟁은 이미 남북국시대(한국)와 당나라 때부터 전개되어 왔다.

그럼, 발해사와 관련하여 어떤 쟁점들이 있으며, 각각의 쟁점과 관련하여 어떤 논쟁들이 있을까? 이와 관련하여 2가지 쟁점을 각각 살펴보기로 한다. 이 외에도 작은 쟁점들이 있기는 하지만, 여기서는 논의의 편의상 2가지만 다루기로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전제를 먼저 언급해 두기로 한다. 역사학적 사실관계는 현실적 사실관계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역사학적 사실관계는 원칙적으로 문헌과 고고학적 유물에 의해 구성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 어떤 사실이 실제로 존재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문헌이나 고고학적 유물에 의해 입증되지 않으면, 역사학적 관점에서는 그 사실관계는 '없었던 것'이 되는 것이다. 이는 증거를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구성하는 재판과 유사하다 하겠다.

따라서 발해와 관련한 사실관계의 구성도 현존하는 문헌·유물을 기초로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훗날 새로운 사료(역사학 자료)가 발견되면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역사학계에서 공인된 사료를 바탕으로 혹은 기존 사료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 발해의 참모습에 접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 이러한 현실적 한계를 염두에 두고 한·중 양국의 역사서들을 바탕으로 발해에 관한 2가지 논쟁을 검토하기로 한다.

제1쟁점-대조영은 어느 나라 사람인가?

발해 시조인 대조영의 혈통에 관한 논쟁은 이미 남북국시대와 당나라 때부터 전개된 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크게 3가지 견해가 있다.

첫 번째는 대조영은 고구려인이라는 견해다. <제왕운기>나 <고려사>가 이러한 입장을 따르고 있다. 두 번째는 대조영은 고구려 별종이라는 견해다. <구당서>, <당회요>, <책부원귀>, <신오대사>, <자치통감>, <송회요> 등이 이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세 번째는 대조영은 속말갈인으로서 고구려에 귀부한 자라는 견해다. <옥해>, <문헌통고>, <금사> 등이 이러한 견해를 취하고 있다.


3가지 견해 중 어느 쪽 견해를 취하더라도, 대조영이 고구려인이라는 점에는 큰 이의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본래 고구려인이었든 고구려 별종이었든 고구려 귀화자였든 간에 어차피 고구려인이었다는 점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조영이 어느 나라 사람인가에 대한 논쟁은 상대적으로 큰 중요성을 갖지 않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발해사에 관한 논쟁의 중점은 다음에 언급하는 발해사의 소속에 관한 논쟁에 있을 것이다.


제2쟁점 - 발해사를 어느 나라 역사에 소속시켜야 하는가?

첫 번째는 발해를 한국사에 소속시켜야 한다는 견해로서, <구당서> 권199 발해말갈전에 근거를 두고 있는 입장이다. 이 입장은 발해 건국자와 중심세력이 모두 고구려 유민이며, 발해가 고구려 계승의식 및 신라와의 동족의식을 갖고 있고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두 번째는 발해를 중국사에 소속시켜야 한다는 견해로서, <신당서> 권219 발해전에 근거를 두고 있는 입장이다. 이 입장은 발해 건국자와 중심세력이 말갈족이고 발해는 당나라의 책봉을 받은 지방정권이라는 점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발해의 중심세력이 누구인가와 관련하여 첫 번째 견해와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입장에는 몇 가지 난점이 있다. 설령 발해의 주역이 말갈족이라 하더라도 말갈족의 역사라 하여 무조건 중국사라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 한 가지이고, 한족도 여진족의 책봉을 받은 적이 있을 정도로 책봉은 본래 실질적 의미가 없는 것이었는데 책봉을 근거로 발해를 당나라의 지방정권이라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 또 한 가지다.

그런데 중국인들 입장에서는 첫 번째 견해에도 난점이 있다. 발해가 활동한 만주 지방이 오늘날 중화인민공화국의 영역 안에 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중국 땅에서 벌어진 역사라면 당연히 중국사라는 것이 그들의 관념이다. 이 점과 관련하여서는 한·중 양국의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발해사는 한국사인가 중국사인가? 그 점에 관해서는 이어지는 다음 글에서 계속 논의하기로 한다.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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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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