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메이트'를 만나다

꾸벅새가 선물한 인도 여행 11

등록 2006.09.12 11:59수정 2006.09.1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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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소희
이제부터 나는 신비한 일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한다. 누가 이런 일에 마음을 열어 둘 수 있을까? 하지만 자유를 만나기 위해서는 가슴을 열어 두어야 한다. 나는 인도에서 소울메이트를 만났다. 그리고 한 눈에 그를 알아보았다.

음악 쇼의 사회자인 람 쿠마르 아하르와르. 나는 수상한 음악 쇼에서 이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 왠지 모를 친근감을 느꼈다. 분명히 처음 보는 사람인데 이 사람을 알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왕소희
"같이 디왈리를 보내지 않겠어요?"

람은 나와 내 여행 친구들을 잔시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매일 밤 음악 쇼를 보러가는 나에게 감사 표시를 하고 싶었나보다. 디왈리는 라마야나(힌두 서사시)에 등장하는 라마 왕이 14년간 망명 생활 후 돌아온 것을 축하한 데서 시작 되었다. 이것은 인도 최대의 명절로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함께 축제를 즐긴다.

템포는 덜컹거리며 잔시로 향하고 있었다. 거리마다 새로 칠한 알록달록한 집들이 설레며 디왈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난 호텔에서 11년 동안 일했어요. 대학을 나왔고 자격증도 있고 영어도 잘하죠. 그래서 영국으로 가려했어요. 좋은 기회가 많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번번이 실패 했지요."

그리고 한 인도 여인의 사진을 꺼내어 보여줬다.


"사랑 했어요. 십년동안 그녀를 사랑했지요. 하지만 우린 카스트가 달라 결혼하지 못하고 헤어져야 했어요. 인도는 그런 나랍니다. 사랑도 꿈도 모두 잃어버린 겁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난 내 삶을 떠나겠다고 생각했어요. 일과 가족을 버리고 크리슈나 성지 마투라 브리다반으로 떠났습니다. 이스콘(힌두 그룹의 하나)의 사두가 되기로 결심 했었지요."

'i forgot whole world in vrindaban(나는 브린다반에서 세상 전부를 잊었노라)'


나는 이스콘 승복 뒤에 쓰여진 문구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는 사두가 되지 않았다.

"그곳에서 신의 메시지를 받았어요. 그래서 이스콘 사원으로 가지 않고 오르차로 가게 됐지요. 그곳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비참한 삶을 보았어요. 그들을 바라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었어요."

그는 오랜 세월 동안 마더테레사 하우스에서 봉사하며 그들의 삶을 지켜보았다. 억울하고 가난한 인도를. 그의 가슴은 진심으로 아픔 속에 있었다. 그것은 마치 나의 아픔처럼 느껴졌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말 하지 않더라도 이미 그것을 알고 있었다고 표현하면 될까? 그 사람의 영혼을 읽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것 이라곤 가난한 아이들을 모아 영어를 가르치는 것 이였죠."

처음 두 명으로 시작했던 것이 보름 만에 80명이 모이는 학교가 됐다. 그리고 한 영국인 기부자를 만나 정식으로 봉사단체를 꾸리게 되었다. 수상한 음악 쇼도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을 돕기 위해 그 단체에서 꾸려나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그 음악 쇼를 책임지고 있었고 나는 그 곳에서 그를 찾아냈다.

왕소희
디왈리.

디왈리는 불꽃의 축제이다. 디왈리 첫 날 인도 사람들은 마치 폭탄 놀이 같은 불꽃놀이를 한다. 색색의 불꽃들이 하늘을 가득 메우며 떨어지고 갖가지 폭죽들이 소리를 내며 뱅글 뱅글 돌아가고 있었다. 거리마다 자욱한 연기로 매캐했다.

"마음에 드는 걸 골라 봐요!"

상자 속은 재미있게 생긴 폭죽들로 가득했다. 그중 하나를 골라 불을 붙였다. 폭죽은 불꽃을 터트리며 흔들렸다. 우리는 폭죽을 들고 불꽃이 화려한 골목길로 뛰어들었다.

왕소희
나는 그 불꽃 속에서 그를 만났다. 내 영혼은 이미 그를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이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영혼이나 소울메이트란 말은 너무 느끼하다. 어딘지 의심스러운 냄새가 난다. 세상에 그럴 수는 없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인정 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이미 내 의지가 아닌 강한 힘이었기 때문이다. 내 머릿속은 폭죽에 불이 붙은 것처럼 활활 타는 듯했다. 그리고 흩어졌던 구슬이 어느 순간 한 줄에 꿰어지는 듯했다.

여태껏 조용히 살아왔던 나의 영혼은 이 사람을 알고 있었노라고 소리쳤다. 나는 오래전부터 그를 알고 있었고, 그의 아픔을 이해 할 수 있었다고 나의 영혼이 말했다.

왕소희

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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