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만기보험, 이주노동자 두 번 울린다

입법취지는 나 몰라라... 이주노동자만 손해보는 경우 많아

등록 2006.09.19 20:26수정 2006.09.2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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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고용허가제로 입국해 1년간의 근로계약이 끝나자, 노동부 고용지원센터를 통해 근무처변경을 신청했던 소마리(Somari)와 아구스(W.Agus)는 최근 마음이 착잡하기만 하다. 두 사람은 입사 후 첫 급여일부터 줄곧 늦게 급여가 지급되자, 근무처 변경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고용주의 동의 없이 근무처변경이 어렵다는 걸 안 두 사람은 1년 근로계약이 만기가 되기만을 기다렸었다.


이주노동자 근무처변경 등의 업무 지원을 하는 고용지원센터
이주노동자 근무처변경 등의 업무 지원을 하는 고용지원센터고기복
하지만 고용주는 지난 6월말 경, "근로계약 연장할래, 안 할래!"라고 물으면서, "근로계약 연장하지 않을 거면, 당장 나가!"라고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당시 급여지급일이나 지급 방식에 대해 불만이 있었던 두 사람은 '1년 만기되면 회사를 그만둔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고 한다.

그러자 고용주는 지난 7월 3일 두 사람이 멀쩡히 일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 몰래 관할 수원노동부 고용지원센터에 '근로해지'했다는 '외국인근로자고용변동신고'를 하였다. 이어 고용주는 퇴직금에 준하는 성격의 '출국만기보험 일시금'을 보험사인 삼성화재에 신청하였고, 해당 보험사에서는 고용주에게 출국만기보험금을 지불하였다.

한편 소마리와 아구스 두 사람은 근로계약 만기일인 7월 25일에 고용지원센터를 통해 근무처변경을 허락받았다. 둘은 퇴사 당시 당월과 그 전달 급여를 지급받지 못했었고, 해당업체는 의무 가입사항인 국민연금도 가입하지 않아, 귀국할 때 반환일시금 신청도 할 수 없어 여러모로 손해를 본 상태였다. 그래도 둘은 사측에서 밀린 급여를 지급해 주고, 출국만기보험을 신청해서 받을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업체 대표는 현재까지 급여 지급에 대해서도 거절하고, 출국만기보험 일시금 신청을 허위로 하여 받은 상황에 대해서도 당연하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두 사람은 황망해 하고 있다.

이 일로 두 사람은 수원지방노동사무소에 체불금품 관련하여 진정하였고, 출국만기보험에 대해서는 수원고용지원센터에 문의하여 퇴사 일자를 바로 잡아서 출국만기보험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에 대해 해당센터 외국인력고용팀장은 직접 해당업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퇴사 일자를 허위 신고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출국만기보험금은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상당수의 업체가 영세하여 1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에게 퇴직금 등을 지급할 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제도에 따르면 고용주는 월 평균임금의 8.3%를 매월 보험료로 적립하고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사유 발생시 적립된 금액의 총액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일시금 청구 조건을, '근로자가 보험 개시 일부터 사업장 이탈 없이 1년 이상 근무하고 최초 보험료 납입일로부터 350일 이상 경과할 때'라고 규정하고 있어 경우에 따라 다소간 애매한 판단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애매함은 법 제정 취지를 이해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일시금 청구 조건을 1년 이상 근무로 한 것은 근로기준법상 퇴직금 지급을 1년 이상 근무했을 때 지급하도록 한 부분이다. 한편 '최초 보험료 납입일로부터 350일 이상 경과할 때'라고 하는 부분은 이주노동자 특성상 1년 근로계약 만기 후 근무처변경을 신청할 때, 기술적으로 정확하게 1년 365일을 채우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근로계약 만기일이 10일이면, 실질적인 근무는 9일이나 그 이전에 끝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작 1년 만기로 사용주의 동의 없이 근무처변경을 했다고 하더라도 출국만기보험을 신청하지 못하는 폐단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안전 장치였던 셈이다.

이 점은 출국만기보험에 대한 고용주의 적립금액이 법정퇴직금에 미달한 경우에는 이주노동자가 직접 고용주에게 그 차액 지급을 요청해야 하도록 하는 점 등에서도 제도의 도입 취지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출국만기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삼성화재 담당자는 "제도적인 문제는 노동부에서 알아서 할 문제이다. 우리는 단지 제도에 따라 1년 이상 근무한 경우에만 근로자에게 지급하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다시 말해서 소마리나 아구스 같은 경우 근무기간이 만 1년을 넘지 않기 때문에 지급할 수 없고, 다른 사람의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이 답변의 요지였다.

이래저래 악덕업주로 인해 임금체불에 마땅히 받아야 할 연금과 보험금까지 날려버린 두 사람은 입법취지는 간 데 없고, 이주노동자의 불편이나 피해는 나 몰라라 하는 행정편의주의로 인해 가슴앓이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외국인 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주노동자는 상해보험·귀국비용보험 및 출국만기보험에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데, 시행 초기 삼성화재가 보험판매를 독식하여 불공정 거래행위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덧붙이는 글 '외국인 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주노동자는 상해보험·귀국비용보험 및 출국만기보험에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데, 시행 초기 삼성화재가 보험판매를 독식하여 불공정 거래행위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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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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