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부정 스캔들로 몰락한 미국 에너지 대기업 엔론의 전 최고경영자(CEO) 제프리 스킬링이 23일 미국 휴스턴 지방법원에서 판결이 내려진 후 법정 밖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고개를 떨구고 있다.EPA=연합뉴스
징역 24년 4개월형이 선고됐다. 미국 일이다. 우리 사법 현실을 돌아보면 '어마어마한' 판결이 아닐 수 없다.
미국 휴스턴 지방법원은 분식회계가 들통나 파산한 미국의 에너지기업 엔론의 제프리 스킬링 전 CEO에게 분식회계를 비롯한 19건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서 이런 판결을 내렸다.
휴스턴 지방법원의 시미언 레이크 3세 판사가 중형을 선고한 이유는 이랬다.
"스킬링의 범죄 행위들은 수백명을 평생 가난 속에 살게 만들었다."
신체적 징벌만이 아니다. 벌금 1800만 달러가 선고됐고, 미국 검찰은 형사소송과는 별도로 민사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법원 판결과는 별도로 스킬링 전 CEO가 변호사 선임비로 로펌에 내놔야 하는 돈이 4000만 달러다. 거덜이 난 상태에서 여생을 감옥에서 보내야 할 처지에 빠진 것이다.
이런 사태를 우려해서였을까? 존 클리퍼드 벡스터 전 부회장은 2002년 1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우리 재벌들의 분식회계, 그 처벌은?
그럼 우리의 경우는 어떨까?
엔론의 분식회계 규모는 15억 달러다. 이와 비슷한 규모로 분식회계를 한 곳이 있다. SK네트웍스(전 SK글로벌)다. 분식회계 규모가 1조5000억원이었다.
SK네트웍스의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1390억원, 전분기에 비해 54% 급증했다. 비결이 뭐였을까?
1390억원의 당기순이익 중 200억원은 국가가 보태준 것이다. SK네트웍스가 2000년과 2001년 사업년도분 분식회계에 따라 낸 세금을 환급해준 것이다.
SK네트웍스와 비슷한 사례가 더 있다. 2조원대의 분식회계를 한 대우전자는 234억원을, 2136억원의 분식회계를 한 코오롱TNS는 60억원의 세금을 돌려받았다. 1조2200억원대 분식회계를 한 동아건설은 세금환급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한 뒤 현재 항소심에 가 있다.
총수들은 어떻게 됐을까? SK의 최태원 손길승 회장을 비롯해 두산의 박용성 회장, 현대차의 정몽구 회장 등이 불구속, 집행유예, 보석 등으로 풀려나 세계를 누비고 있다.
전경련과 집권여당이 광복절 특사를 앞두고 재벌 총수들의 사면복권을 청와대에 강력히 건의한 적도 있다. 다 아는 일을 길게 얘기하는 건 소음 공해에 해당한다. 짧게 두 가지 점만 짚자.
잘못은 똑같이 했는데, '실질과세 원칙' 우선이라니